노무현 대통령이 말 그대로 '좌충우돌'했다. 노 대통령은 9일 모처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작통권 문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보수 신문을 비판하고 한미 FTA문제와 관련해서는 진보진영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시도했다. 우리 사회의 좌우 모두에게 공세를 펼친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이 하면 자주국방이고 참여정부가 하면 한미갈등 되냐" "안보장사 시대 신문"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예, 예' 해야 되냐"는 등 특유의 직설적 언사를 섞어가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강조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급하게 마련된 인터뷰
노 대통령은 9일 오전 11시 30분 부터 오후 2시까지 2시간 30분에 걸쳐 <연합뉴스> 기자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오후 5시가 돼서야 이날 인터뷰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공개됐다.
이 인터뷰에서 한미 FTA협상과 관련된 내용도 상당분량 포함됐다. 노 대통령은 작통권 문제에서 보수진영을 공격한 데 반해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진보는 개방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진보진영 쪽에 초점을 둬서 공세를 펼쳤다. 또한 노 대통령은 통상절차법 제정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3권 분립 원칙에 따라 처리되야 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인터뷰의 배경설명을 요청받고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다 나와 있지 않냐"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안보장사 시대에 성공한 신문'으로 언급한 <조선일보>가 작통권 문제를 먼저 제기한 뒤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이에 합류하고 한나라당이 뒤따르는 현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판단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짧은 질문과 긴 답변으로 이뤄져 사실상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그대로 다 담겼다. 또한 <청와대브리핑>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통신사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용이 크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의 인터뷰 전문이 보도되기도 전에 야당들은 발 빠르게 논평을 내놓았지만 여당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들은 주로 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또한 노 대통령이 작통권 문제에 대해선 보수진영에, 한미 FTA문제에 대해선 진보진영에 각각 촛점을 맞춰 공세를 펼친 것에 각당의 반응도 조응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작통권 문제에는 발끈했지만 한미FTA문제에 대해선 반응의 강도가 약했고, 민주노동당은 작통권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면 한미FTA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에는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한나라·민주, 작통권에는 '발끈'…한미 FTA 문제도 '졸속은 안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구체성도 없고 기본적인 절차도 생략돼 있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강 대표는 "작통권 환수시기에 대해 국방부는 2012년이라고 하고 대통령은 2009년에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당사국인 미국과 구체적 합의는 되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노 대통령의 허장성세나 정략적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우리가 이미 제안한 바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조속히 소집하여 정책청문회를 통해 이 문제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한미 FTA 문제는 워낙 중요한 사안이고,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현안으로 졸속 처리돼서는 안된다"면서 "대통령이 빨리 빨리를 외치는 의도와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국가원수로서의 안보관이 의심스러운 신중치 못한 언행"이라며 "(작통권 환수는) 충분한 대북 억지력 확보와 함께 다음 정부가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 대변인은 "한미 FTA를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한 뒤 통상절차법 문제와 관련해서는 "야당의 목소리는 국민 걱정을 대변하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야당이 제기하는 안전장치에 대해 깔아뭉개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노, 작통권은 '당연'…한미 FTA는 '무슨 소리'
반면 민주노동당은 "작통권은 반드시 우리 정부에 귀속되어야 할 권리이자 자주국방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을 민노당이 말했던 원론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 들인다"면서 "2009년이냐 2012년이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치 않는 전쟁을 막아내는 것이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한미 FTA에 관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특히 권영길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여당 의원이 지난 7일 제정 촉구 성명을 발표한 통상절차법에 대해 노 대통령이 '3권분립'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 대해 "국회의 기본 기능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헌법이 명시한 3권분립을 뒤엎은 채로 행정부 독재, 관료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쏘아붙였다.
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의 국방능력을 과소평가 해서 안된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씀이라 생각한다"며 "지금 오히려 미국이 시기를 앞당기자고 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미국의 판단을 옹호하던 한나라당이나 일부 언론이 미국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펄쩍 뛰는 것은 아이러니"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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