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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2> 도종환 시인

ⓒ성남훈




할머니 한 분 또 돌아가셨다
오래오래 고요하게 흘러오신 분
송사리 모래무지 쑥부쟁이와 함께
순하고 숫되던 분
물가에 복사꽃 수줍던 날
속적삼 갈기갈기 찢어지고
삽날에 찍혀 단속곳 피 낭자하던 날
발기한 중장비들 으르렁거리며 밀려오던 날
비명도 통곡도 흙탕물에 휘감겨 떠내려가던 날
어린 몸을 낮밤 없이 파헤쳐가고 들쑤셔놓던 날
군속인지 업자인지 구분이 안 되는 놈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어쩌겠냐고
전쟁 중이라 나도 힘들다고
너희도 좋은 거 아니냐고
군표 딱지 나누어주며 속도전을 펴던 날
한 생애가 거기서 허리 꺾여 무참하던 날
그 뒤로 오래오래 꽃잎은 하염없이 지고
나머지 생이 모두 하염없었고
되돌려놓을 수 없는 청춘 무참하였고
여윈 손들끼리 모여 항의집회와 소송과 모멸과
공탁금과 치 떨리는 순간들과
대답 없는 한 시대가
생의 나머지 물줄기를 채운 뒤
속절없이 할머니 한 분 또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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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고은 외 99명 지음, 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아카이브 펴냄). ⓒArchive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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