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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 '일본 대재앙' 애도의 수요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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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 '일본 대재앙' 애도의 수요시위

[현장] "대지진ㆍ쓰나미에 실종된 위안부 송신도 할머니, 부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게 붙잡혀 대만까지 끌려갔다. 배 위에서부터 일본군의 잔혹한 학대가 시작됐다. 그 때 나이 열여섯, 도착한 곳은 일본군 '위안소'였다.

1991년, 이제는 고인이 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고 용기를 얻어 "나 역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세상에 밝혔다. 그러나 보상도, 한 마디 사죄도 없었다. 그래서 19년 동안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수차례 일본과 미국을 방문해 꺼내기 힘든 '그 날들'의 이야기를 증언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4) 할머니의 이야기다.

평생을 일본에 대한 한과 분노로 살아온 이 할머니도 지난 11일 일본 대지진 참사를 접하고 한 동안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에서 벌어지는 믿기 힘든 광경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건강에 혈압까지 올랐다.

"어쩌겠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할 순 없는거잖아. 앙금은 남아 있지만 지금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게 사람의 도리지."

▲ 16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961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대지진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수요시위가 이날도 어김없이 열렸다. 그러나 이날의 시위는 '항의'가 아니라 '애도'였다. 사상 최악의 일본 대지진 참사로, 매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열었던 수요시위를 '일본 강진 희생자 추모 집회'로 대신한 것.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수요시위가 한 차례 중단된 이후 16년만의 일이다.

이날 집회는 규탄 발언 및 구호 제창 등으로 진행되던 평소와 달리, 10여 분 동안의 추모 묵념으로 진행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는 "지난 19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요시위를 진행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만큼은 가족과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은 수많은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보내며 침묵으로 수요시위를 대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집회에 참석한 박옥선 할머니(86)도 "내가 당한 일을 생각하면 일본을 용서할 수 없지만 죄가 미운 것이지 사람이 미운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 희생자들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더 이상 희생자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미향 대표는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던 할머니들은 어느 누구보다 지금 일본인들이 겪고 있을 고통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추모시위 역시 할머니들의 제안으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내 마음은 일본에 지지 않았다"던 송신도 할머니는 어디에…

"강한 할매니까…어디엔가 무사히 잘 있을거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송신도(89)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오자, 길원옥(84) 할머니가 눈물을 훔쳐냈다.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미야기현에 거주하는 송 할머니는 11일 이후 실종돼 현재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송 할머니는 미야기현 거주 일본군 위안부 여성 가운데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유일한 생존자다.

길원옥 할머니는 "어디엔가 살아있을 거라고 믿지만 혼자서 얼마나 외로워 하겠나"라며 "빨리 송 할머니를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송 할머니의 연락을 기대리는 정대협 회원들 모두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10년에 걸친 법정 투쟁, 최고재판소 기각판결을 받은 뒤에도 "비록 일본에는 졌지만 내 마음은 지지 않았다"며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를 보였던 그였기 때문이다.

윤미향 대표는 "일본 현지의 지원단체도 백방으로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누구보다 삶의 의지가 강한 분이니 어디엔가 잘 대피해 계실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송 할머니의 실종과 관련, 외교통상부 등에 할머니의 생사 확인과 조속한 구조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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