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제작진이 이명박 대통령의 조찬 기도회 논란을 방송하려 했으나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PD수첩> 책임프로듀서(CP)가 '해프닝성 아이템이다",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연임한 직후 최승호 PD를 비롯해 그간 <PD수첩>을 제작해온 일선 PD들을 대부분 교체하고 자신의 직계 후배를 시사교양국장으로, 그간 <PD수첩>을 한번도 제작해본적 없는 김철진 PD를 CP로 임명하는 등 대거 '물갈이' 한 이후 이명박 대통령 관련 아이템이 불확실한 이유로 방송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MB '조찬기도회' 논란 방송은 안돼"
전성관 PD수첩> PD는 8일자 <PD수첩> '생생이슈' 코너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은 사건을 방송하려 했다. 지난 5일 전 PD가 아이템을 보고하자 당초 김철진 CP는'좋다'고 밝혔으나 윤길용 국장에게 보고한 직후 입장을 바꿨다.
전 PD 등에 따르면 김 CP는 취재를 허락한 지 1시간 쯤 후에 "국장이 안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통보했다. 전 PD가 '어떤 이유로 프로그램을 못하게 하는 것이냐'고 따지자 김 CP는 "해프닝성의 아이템이고 이미 지난 일인데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그는 "국장이나 나나 (MB 조찬기도회 논란이)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라며 "종교도 걸려 있으니 다른 아이템을 하라"고 말했다.
이에 전 PD는 "해프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이 발현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균형있게 다루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조중동에서도 이미 크게 보도되었고 <중앙일보>에서는 사설로 우려를 표명했다. 충분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다음날 오후까지 거듭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 CP는 거부했고 전 PD는 "다음주 '생생이슈' 코너를 하지 못하겠다. 이제껏 공정성에 해가 가는 프로그램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런 방법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항의의 표현에서라도 다음주 아이템은 못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김철진CP는 "결국 (방송)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간다면 사규 상 제작거부"라며 징계 조치를 시사했다.
MBC 시사교양국 PD들은 7일 오전 시사교양국장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한편 연달아 비상총회를 열어 대응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도 같은 시각 긴급 회의를 열어 대응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시교국 비대위는 이날 낸 성명에서 "보수신문들조차 의제화한 사안마저 방송을 막는 상황에서 앞으로 <PD수첩>이 어떤 권력비판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라며 "우리는 윤 국장이 <PD수첩>은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이나 기독교 문제가 포함된 그 어떤 아이템도 다루지 말라는 포고령을 매우 거칠게 선포한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말로는 권력비판을 보장한다면서 실제로는 첫 결정부터 <PD수첩>의 비판을 막는 쪽으로 내린 윤 국장에게 최소한의 신뢰도 가질 수 없다"면서 "시교국 PD들은 시사교양국을 길들이려는 윤 국장을 비롯한 세력에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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