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에 관해 1일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없지 않다.
헷갈리는 청와대 "오늘 나올 것 없다…아니, 나올 수도 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교육위에서 김 부총리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질의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에서 기자실을 찾아 "사실규명이 중요하고 아직까지 거취에 관해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어제 입장과 바뀐 것이 없다"며 "아마 오늘 안에는 특별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 대변인의 발언 이후 일부 언론이 "청와대가 오늘 중으로는 김 부총리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보도하자 "오늘 중으로 입장이 나올 수 도 있다"고 황급히 정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명숙 총리가 오늘 교육위 이후 입장을 밝히기로 했는데 청와대에서도 그에 대한 반응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총리실에서 진행되는 일은 우리가 뭐라 말할 바가 아니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정 대변인은 "하여튼 '공식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라고 강조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김병준 부총리의 퇴진이 확실시 된다"는 언론의 일치된 관측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하루 동안의 교육위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총리가 말한 대로 정치적 판단의 차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만 그 (정치적) 판단을 우리 수준에서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총리실 "예정대로 입장 발표한다"
전날 한 총리는 김석환 총리 공보수석을 통해 "일단 교육위 진상규명 작업을 지켜본 뒤 이날(1일) 중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이라며 "이 문제가 이미 정치적 이슈가 된 만큼 학문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과 '정치적 측면'을 고려해서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공보수석은 "법에 명시된 모든 권한(해임건의권)이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의 이같은 발표는 대통령과 오찬회동 이후 나온 것으로 결국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한 총리는 31일 밤에는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그리고 이병완 비서실장 등과 회동을 갖고 김 총리 거취문제의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1일 "어제 밝힌 바대로 오늘 중으로 입장을 표명하게 될 것"이라며 "총리가 어제, 오늘 여러 경로로 여론도 수렴하셨고 교육위가 마무리 되는 이후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제와 오늘의 '스탠스'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청와대와 총리실 모두 "어제와 오늘 입장이 같다"고 밝힌 셈이다. 청와대의 입장은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는 것이고 총리실의 입장은 "사실규명이 우선이지만 정치적 측면을 고려해서 결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결국 국회교육위의 질의가 예상대로 의원들의 엄포와 김 부총리의 항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총리실 입장발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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