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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매각, 한국 진보 언론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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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매각, 한국 진보 언론의 미래?

[최진봉의 뷰파인더]<63> 시장경제에 내몰린 언론 환경

최근 미국에서는 한 거대 미디어 그룹이 규모가 작은 인터넷 신문사를 사들였다. 이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그리 놀랄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거대 미디어 그룹에 팔린 인터넷 신문사가 미국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언론사였다는 점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 회사 중 하나인 AOL은 지난 2월초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터넷 신문인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를 3억1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주 사업분야로 하고 있는 AOL은, 지난 2006년 20세기폭스, 소니픽처스, 유니버셜픽처스 등 미국의 주요 영화사들과 계약을 맺고 이들 영화사들이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들을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지도 서비스 사이트 중 하나인 '맵 퀘스트(MapQuest)'와 전자기기 관련 사이트인 '테크 크런치(TechCrunch)' 등을 운영하고 있다.

AOL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타임워너(Time Warner)의 자회사로 지난 2003년까지 회사 공식명칭이 'AOL 타임워너' 였다. 지난 2001년 미국 연방 공정거래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타임워너와 공식 합병한 후 AOL 타임워너로 회사 명을 바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병 이후 AOL의 영업 실적이 계속 하락하자 2003년 회사명칭에서 AOL을 빼고, 2009년 AOL을 타임워너의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자회사로 독립된 AOL은 자체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타임워너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AOL의 모기업인 타임워너는 자본금 규모면에서 디즈니 그룹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미디어 재벌로 <폭스 뉴스>의 소유사인 '뉴스 코퍼레이션' 보다 더 큰 규모를 가진 언론사이다. 타임워너는 미국의 다른 미디어 재벌들처럼 영화사, 텔레비전 방송국, 잡지사, 케이블 방송국, 신문사 등 다양한 언론매체들을 문어발식으로 소유하고 미국 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타임워너가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언론사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뉴스전문채널인 <CNN>을 비롯해 세계적인 시사 전문잡지인 <타임(Time)>, 케이블 영화 전문 채널인 <HBO>, 세계적인 영화사인 '워너 브러더스(Warner Brothers),' 그리고 케이블 만화 전문 채널인 <카툰 네트워크>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언론매체를 소유하고 있는 AOL과 모기업인 타임워너는 미국 내 다른 거대 미디어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편, 이 거대 미디어 그룹이 최근 사들인 <허핑턴 포스트>는 지난 2005년 '애리애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이라는 그리스 출신 여성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신문으로 탄생했다. 지난해 말 실시된 조사에서 <허핑턴 포스트>는 미국 내에서 10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로 선정되었으며, 지난해 2450만 명의 각각 다른 방문객들이 이 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뉴스 소스와 진보적인 칼럼니스트들을 통해 정치, 경제, 언론, 국제뉴스 등에 관한 진보적인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 오던 <허핑턴 포스트>는 미국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매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언론 매체가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디어 재벌에게 팔린 것이다. 미국 내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쏟아내는 보수 편향적인 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그동안 진보적인 관점의 뉴스를 생산해 내면서 비록 보수 성향의 매체들보다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오던 <허핑턴 포스트>의 매각은 언론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내몰았을때 어떤 부작용이 생길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본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힘의 논리가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제공 받아야 하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묵살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의 힘이 국민의 알권리를 묵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를 법적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정치 집단과 세력이 있다. 이들은 각종 규제의 해제와 특혜 제공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념과 부합하는 언론세력을 지원하고, 이 언론세력들은 특혜를 배푼 정치세력과 집단을 지원하게 된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공생 관계인 셈이다.

새로운 미디어법을 통해 한나라당과 정부는 언론을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내몰아 언론시장의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키고 있다. 왜냐하면,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언론사가 누가 될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영성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언론은 자본의 논리에 맡겨두면 안되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기관이다. 따라서 법과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반드시 공영성과 공공성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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