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법률지원단 소속의 정인봉 변호사가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사기 혐의 등으로 31일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 지도부와 협의 하에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지만, 중앙당은 "정 변호사 개인행동"이라며 '고발 취소'를 정 변호사에게 통보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 고발" 목청 높이더니…
정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김 부총리에 대한 검찰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총리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교육부로부터 BK21 사업 지원금 2억700만 원을 받으면서 실적을 허위로 보고한 것은 사기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01년 서울 성북구청으로부터 1억500만 원의 연구용역비를 받아 진행한 연구를 진영호 당시 성북구청장이 인용해 박사학위를 받도록 용인한 것은 배임수재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BK사업과 관련해 "김 부총리는 대학교수로서 교육부의 자금담당 실무자를 기망하고 BK사업 자금으로 연구한 결과인 것으로 오인한 실무자로부터 지원금을 수령한 것"이라며 "김 부총리가 연구자금으로 수령한 프로젝트의 내용과 결과물, 그리고 BK 사업으로 수령한 자금의 액수와 수령일을 면밀하게 조사한다면 추가 범행이 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BK자금의 수령경위 시기와 연구 결과물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하고 성북구청의 용역에 관한 계약 체결 경위 등을 면밀히 조사하면 그 피해액이 정확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변호사가 공개한 고발장에는 강재섭 대표가 고발인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국회 기자실을 찾은 나경원 대변인은 "정 변호사 개인이 한 고발이지 당의 입장에서 고발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나 대변인은 "정 변호사에게 고발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대변인은 "당에서 고발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검찰이 알아서 수사를 하라는 것이지 고발을 결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정형근 최고위원의 검찰 고발 주장 역시 "검찰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얘기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나 대변인은 오전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을 통해선 "김 부총리 관련 의혹은 단지 의혹제기 차원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형사상 범죄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의뢰를 적극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고 했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갈팡질팡 행보를 두고 정 변호사의 '오버'라는 평가와 함께 '자진사퇴 압박→교육위(1일)에서의 공세→국회차원 조사→검찰고발' 수순으로 기획한 정치공세의 일정표가 어그러졌기 때문에 발생한 혼선이라는 뒷말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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