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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관정 불법 매몰…'지하수 오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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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 관정 불법 매몰…'지하수 오염' 우려

[현장] 공사현장 파보니…수공, 170개 관정 중 2개만 제대로 처리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전호리 김포터미널 공사 현장. 인천과 김포를 잇는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물류 단지를 조성 중인 이곳에 진입하자, 57만 평의 거대한 공사장이 끝없이 펼쳐졌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고재평(51) 씨가 공사장 한 쪽 바닥을 가리켰다.

"이곳을 파면 농사 지을 때 쓰던 지하수 관정이 나올 겁니다. 수자원공사가 지난해 9월 보상이 끝나기도 전에 농지를 수용하더니, 폐공을 처리도 하지 않고 논을 파 엎어버렸어요."

고 씨의 손가락이 가리킨 지점을 굴삭기로 2m가량 파 내려가자, 앙상하게 뼈만 남은 비닐하우스 자재와 폐비닐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불법 폐기물이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땅을 더 파내자, 이번엔 관정에 연결해 쓰는 고무호스가 나타났다. 근처에 지하수 관정이 있다는 의미였다.

▲ 경인운하 물류단지인 김포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불법 폐기물. ⓒ프레시안(선명수)

그 때까지 잠자코 지켜보던 수자원공사 김태열 건설단장이 갑자기 굴삭기 작업을 중단시켰다. 농민들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김진애 의원(민주당)이 "조금만 더 파보면 관정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단장은 "지금 급한 것은 폐기물 처리"라며 거부했다.

이틀 후인 18일 오전, 김진애 의원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다시 작업이 재개됐다. 바로 인근에서 150㎜와 200㎜ 크기의 관정 두 개가 발견됐다. "폐공 처리를 하지 않은 관정은 없다"며 발뺌했던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관정. 제대로 폐공 처리를 하지 않은 채 불법 매립됐다. ⓒ김진애 의원실 제공

'지하수 보호' 앞장서야 할 수공이 지하수법까지 위반


정부로부터 경인운하 사업을 위탁받은 수자원공사가 공사 현장에 남아있던 지하수 관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자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수자원공사가 관련 규정까지 어기며 수질을 오염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관정(管井)은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로 쓰기 위해 땅 속에 꽂아 넣은 관을 의미한다. 사용을 끝낸 관정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뒤 국토해양부의 지침에 따라 콘크리트로 봉합해 안전하게 처리를 해야 한다. 지침대로 복구하지 않은 관정이 '오염 물질 유입 통로'가 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

현행 지하수법 15조와 국토해양부의 '폐공관리 통합지침'을 보면, 사용이 종료된 지하수 관정에 대한 복구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에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지하수법 39조)하는 것도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수공, 관정 170개 중 2개만 처리…지하수 오염 우려

그러나 취재 결과, 4대강 사업과 함께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꼽히는 경인운하 김포터미널 부지에서 규정대로 처리된 관정은 전체 170개 중 단 2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로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깨끗한 물 관리에 앞장서야 할 수자원공사가 지하수 오염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0월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곳에 있던 관정 170개에 대해 농민들에게 손실 보상을 해줬다. 그러나 이 중 단 2개만 처리가 이뤄졌고 나머지 168개에 대해서는 법을 어긴 채 마구잡이로 땅 속에 매몰했다.

▲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불법 매몰된 관정을 둘러보고 있다. ⓒ김진애 의원실 제공

사흘에 걸친 현장 검증으로 불법 매몰된 관정이 모습을 드러내자,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은 관정은 없다"던 수자원공사는 "일부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표토 제거 작업을 하면서 소규모 관정을 대부분 뽑아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공사 작업일지를 살펴본 결과 관정을 처리했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하수법엔 관정의 규모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폐공 처리를 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진애 의원은 "수자원공사가 관정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보상까지 해줬으면서 이를 불법 매몰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4대강 사업과 공기를 맞추기 위해 속도전으로 공사를 강행하느라 공기업이 법을 무시한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01년부터 포상금까지 내걸며 폐공 신고 캠페인을 벌여왔다.

불법 관정 매몰, 경인운하만? 김진애 "4대강 사업 전수 조사할 것"

문제는 이번에 드러난 폐공이 단순히 경인운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남도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낙동강 합천보 일대에서도 수자원공사가 폐공 처리를 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방치된 관정은 지표상의 오염 물질을 그대로 지하수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면서 "이는 심각한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 번 오염된 지하수의 회복이 어렵다는 것은 정부도 수공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애 의원은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 전 구간에 대한 작업일지를 확보해 폐공 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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