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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봄에만 낳고, 육아휴직은 여름에만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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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봄에만 낳고, 육아휴직은 여름에만 쓰라고?"

직장맘들 "말로는 육아휴직 장려한다면서"

"육아휴직 후에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17개월 된 아이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지난 2009년 9월에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 3개월을 쓴데 이어 같은 해 12월 중순부터 2010년 12월 중순까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쓰고 직장에 복귀했다.

그는 올해 초 사내 전산망에 나온 올해의 휴가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받은 올해 연차는 단 이틀. 육아휴직 기간이 근무일수에 합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2010년 12월 중순부터 보름간 일한 것을 2010년도 근무일수로 계산해 2011년도 연차 휴가가 이틀이 나왔다는 설명을 내놨다.

주5일제 근무가 실시되면서 생리휴가는 무급으로 바뀌었고 월차도 사라졌기 때문에 A씨가 2011년 1년 동안 쉴 수 있는 날은 단 이틀에 불과한 것이다.

A씨는 "만약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육아휴직을 했다면 올해 단 하루의 연차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음해 발생하는 연차를 미리 당겨 쓰는 방안도 문의했지만 신입사원에게만 해당되는 규정일 뿐 이미 다니고 있는 직장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아이는 봄에만 낳아라?"

A씨 외에도 직장맘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카페나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에는 육아휴직 후 연차 휴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를 호소한 사례가 많다. 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이소희 활동가는 "지난해 육아휴직과 관련된 상담 중 가장 많은 것이 육아휴직 후 연차에 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과 관계자는 "연차 휴가는 그 전 연도의 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다음 해에 주는 것이라 육아 휴직 후에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60조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상의 부상으로 질병 또는 휴업한 기간'과 '임신 중의 여성이 출산휴가로 휴업한 기간'만이 출근한 것으로 간주된다. 노동부에서도 유권해석을 통해 육아휴직을 근무일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문제의 근원은 근무일로 인정해주는 출산휴가와 달리 육아휴직은 근속기간에는 포함되지만 근무일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육아휴직은 1년 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A씨의 지적처럼 만약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사용하게 되면 다음해 연차는 단 하루도 발생되지 않는다. 만약 휴직 기간이 당해 여름쯤부터 다음해 여름 식이 되면 사정은 나아지지만 연차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연차 발생 기준이 입사일 기준인 회사의 경우도 입사 시기와 육아휴직 기간이 겹치면 연차 휴가를 받기 어렵다. 또한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할 경우 전년도 근속에 따른 연차를 쓸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래저래 손해를 보게 된다.

A씨는 "그럼 아이는 봄에 낳아 육아휴직은 여름에만 쓰라는 식인 셈"이라며 "아이를 갖고 육아휴직을 내는 것은 내가 마음대로 시기를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육아휴직 후 직장맘은 쉬지도 말라는 거냐"

문제는 육아휴직을 써도 어린 아이를 가진 직장맘들에게는 육아휴직 직후에도 연차가 절실한 때라는 점이다. A씨는 "아이가 아프거나 병원에 갈 일도 많을 텐데 연차를 쓸 수 없다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후 복귀했다는 한 직장맘은 "연차 4일 가지고 직장 생활 1년을 보내려니 불안하다"며 "연차가 열심히 일해 피로한 근로자에게 주는 권리라면 육아휴직을 쓴 피로하지 않은 근로자에게는 줄 수 없다는 논리인데 결국 직장맘을 주변 동료들에게 업무부담을 높이는 가해자로 보는 시각이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맘은 "말로는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육아휴직을 장려한다고 하고 많은 예산을 들이는 듯하지만 정작 직장맘들이 당장 부딪히는 연차 문제를 두고는 법적 취약점이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연차 휴가 문제와 관련해 노동부 등에 문의했지만 "현 제도상으로는 어쩔 수 없고 제도가 바뀌려면 사례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이소희 활동가는 "아직 현실에서 육아휴직 자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못해 육아휴직 후 연차 문제도 소수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소희 활동가는 "육아휴직 기간을 출근 기간으로 합산하는 것 자체는 논란이 많을 듯하지만 현재 전년도 출근률이 기준인 연차 발생 기준을 육아휴직 후 복귀자에게는 다르게 적용하는 식의 대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몇몇 회사에서는 사내 규칙으로 추가적인 연차 휴가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육아휴직 급여 규정 등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제도개선을 홍보했다. 육아휴직하면 월 50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하던 것을 바꿔 지난 1월 1일부터는 출산 전 임금의 40%(최저 5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선'에도 직장맘들은 여전히 육아휴직에 의한 차별적 대우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다. 육아휴직 제도의 목적이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지원임을 감안하면 '직장맘'들을 위한 육아휴직 직후 연차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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