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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일밤>…'쌀집 아저씨'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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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일밤>…'쌀집 아저씨'의 변신은 무죄?

'양심냉장고' 김영희 PD에게 '신입사원'이란?

적어도 MBC에서, 김영희 PD는 하나의 브랜드다. 그가 2009년 한국PD연합회장을 마치고 현업으로 복귀했을 때 방송국 PD로는 처음으로 MBC <무릎팍도사>에 나오기도 했다. 그때 그가 무릎팍 도사에게 던진 질문은 "다시 프로그램을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였다.

그 첫 도전은 일단 실패인듯 하다. 김영희 PD가 돌아오고 개편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헌터스'는 멧돼지를 사냥한다는 컨셉 자체에 논란이 일었고 김영희표 감동을 표방한 '우리 아버지'나 '단비'는 기획 의도가 좋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독한 리얼 버라이어티'로 바뀐 예능 프로그램 흐름에서 버텨내지 못했다.

그 이후 '감동' 컨셉을 버리고 새로 개설한 코너 '뜨거운 형제들'이나 '오늘을 즐겨라'에서 남자 연예인을 다수 출연시켜 최근의 트렌드를 좇으려는 조급함을 보였으나 <무한도전>처럼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도, <1박2일>처럼 출연자간의 '뜨거운 형제애'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어영부영한 프로그램이 됐고 시청률은 저조했다.

이 와중에 김영희 PD는 누구보다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독한 컨셉'의 리얼 버라이어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오히려 폐지된 SBS <패밀리가 떴다>나 최근의 KBS <1박2일>이 보여주는 것처럼 초기의 신선함을 잃어버렸다. 김영희 PD가 전성기였을 때의 '감동' 컨셉도 쉽지 않다. 쉬운 감동은 지루할 뿐이고 잘못된 '감동'은 자칫하면 역풍만 부른다.

김 PD가 선택한 것은 '서바이벌'이었다. 김 PD는 23년 만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프로그램 이름을 <일밤>으로 바꾸면서 기존의 코너를 모두 폐지하고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과 실력파 가수들이 나와 일반인 청중의 심사에 따라 한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독창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의 선택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지난해 Mnet <슈퍼스타K>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Mnet은 <슈퍼스타K> 시즌3를 준비 중이고 케이블방송 tvN은 폴 포츠, 수잔 보일 등을 발굴한 영국의 재능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포맷을 사와 <코리아 갓 탤런트>를 상반기 중 제작, 방영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 중에선 MBC가 유독 오디션 프로그램에 매달리고 있어 '케이블 따라하기'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MBC

그러나 김 PD에게만 초점을 맞추면 '돌고 돌아' 일반인이라는 기존의 컨셉으로 돌아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전성기 시절의 그의 프로그램에는 항상 일반인이 있었고 "독창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공익성이 살아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선행을 한 시민을 찾아가는 '칭찬합시다', 독서 열풍과 0교시 폐지 등의 성과를 낸 '느낌표',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 등이 모두 그랬다.

2011년에도 그는 일반인에게서 답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그 시각은 이전의 김영희 PD가 보여줬던 것과는 다르다. 당시 김영희 PD의 시선은 방송국 바깥의 사람들에게 쏠려 있었다. 인적이 드문 새벽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는 '시대의 양심' 운전자가 있는지, 시민에게 미소를 짓는 친절한 공무원이 있는지, 노인을 돕는 시민이 있는지. 그의 시선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있었고 그렇게 누구나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찾아낸 소소한 감동이 그의 예능을 만들었다.

1990년대 일상 속의 사람들을 찾아 방송국 밖으로 나섰던 김 PD는 이제 방송국 안으로 일반인들을 끌어들인다. '배려와 양심'에서 '경쟁'으로 포인트가 바뀌었고 '일상'이 아니라 '우승'이 키워드가 됐다. 오디션 속에서도 얼마든지 진솔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출연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차적으로 방송, 혹은 연예 산업의 것일 수밖에 없다. 오디션 안의 일반인은 기존의 연예인과 아나운서를 모방하게끔 유도된다.

▲ 김영희 MBC PD. ⓒ뉴시스
물론 기존의 김영희 PD의 프로그램이 그랬듯 이번 프로그램도 예능의 새 지평을 보여줄 수 있다. 김영희 PD는 10일 개편된 '일밤'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새로 신설되는 코너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서바이벌과 오디션이라는 포맷을 도입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기존의 프로그램들과는 전혀 다른 공익적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인 시청자들의 참여와 평가로 이뤄지는 쌍방향성, 일반인의 노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는 감동 등이 새로운 예능의 공익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시청자들의 참여가 아닌 방송에 노출된 출연자를 지켜보는 집단적 관음증으로 변질 될 수도, 이 기회에 얼굴을 알리려는 예능 지망생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될 수도 있다. 이 사이에서의 외줄타기가 김 PD의 역량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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