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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건 취업 도전이 예능 소재? 막돼먹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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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건 취업 도전이 예능 소재? 막돼먹은 MBC"

MBC, 아나운서 채용에 <슈퍼스타K> 방식 도입 논란

MBC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오디션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 <신입사원>을 통해 아나운서를 공개 채용하기로 했다. 원서 접수부터 아나운서로 정식 채용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방송을 통해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공개' 채용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고 아나운서를 가수나 배우 같은 '스타 오디션' 방식으로 뽑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MBC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웃음'과 '인재 발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신동호 MBC 아나운서 1부장은 지난 28일 <신입사원>(가칭)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아나운서 채용에서는 절차를 중시하고 제한된 시간으로 전형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양한 미션을 통해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프로그램 지휘를 맡은 김영희 CP는 "내가 가장 화두로 삼았던 것은 웃음이 아닌 재미"라며 "예능 프로라고 해서 웃음위주 코드가 아닌 정보, 흥미,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MBC

"2등하고 떨어지면 다른 방송사 갈 수 있을까?"

일단 MBC가 출연을 기대하는 타깃은 분명하다. 매년 지상파 방송사 3사의 아나운서 공채에는 엄청난 숫자의 지망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2명의 아나운서를 뽑은 2010년 MBC 아나운서 공채에는 약 2300명의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 1146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일부 취업 준비생들은 방송에 고스란히 노출되는데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취업 준비생은 언론인 취업 준비 카페에 올린 글에서 "만약 우승을 못하고 어중간한 위치에서 떨어지거나 2,3위를 하게되면 타 방송사 지원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지 않겠느냐"고 우려했고, 다른 준비생도 "연예인도 아니고 아나운서도 회사원인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뽑으면 어떻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몇몇 누리꾼들도 "취업준비생을 이용해 시청률 장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한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에 "남의 일생을 건 취업 도전이 예능 소재감이냐. 그럼 MBC 사장부터 대국민 공개 오디션 보자"는 글을 올렸고, 다른 누리꾼도 "예능 MC전문 아나운서를 뽑으려는 의도와 새로운 예능프로로 인한 시청률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겠지만, 응시생들은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국민에게 노출된다. 막돼먹은 MBC"라고 비난했다.

이미 직장을 다니며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방 방송사에서 재직 중인 김가연(가명·28) 씨는 "작은 방송사부터 차근차근 공중파를 준비해 왔는데 이렇게 또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린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직장인들에게 이번 기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공개' 형식을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한 취업 준비생은 "그동안 아나운서 시험은 다른 영역에 비해 운이 심하게 작용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오디션 형식의 시험이나마 보게 된다면 회사 내부적인 평가 기준이 조금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며 환영했다.

"아나운서=연예인? 언론인?"

'공개' 방식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지만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변화된 시각이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뽑는 것이 적절하느냐에 대한 논란의 근원이다. 과거 아나운서는 뉴스를 전달하는 앵커로서 '저널리스트'(언론인)의 역할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연예인'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취업 준비생은 언론인 취업 준비 카페에 올린 글에서 "기자와 PD가 아닌 아나운서만 이렇게 뽑는다는 건 아나운서를 언론인 영역에서 제외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볼거리로 치부한다는 느낌"이라고 토로했고, 다른 준비생도 "결국 예쁘고 잘생긴 것은 기본에다 끼 조금 있는 사람이 뽑힐텐데 과연 그렇게 뽑힌 사람이 뉴스 진행을 맡게 될까"라고 우려했다.

다른 준비생은 "물론 아나운서가 뉴스만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예 기획사 소속이 아닌 방송사 소속 직원으로서 신뢰를 바탕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자린데 과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되는 아나운서가 그런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나아가 아나운서를 직명으로서만 갖고 픈 연예인 지망생이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단 MBC는 "현직 아나운서들을 이 프로그램에 대거 참여시키는 등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닌 진지한 오디션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MBC로서는 시청률과 오락성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목표와 '아나운서를 연예인화, 상업화 한다'는 비판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또 케이블 따라하기냐"… MBC "2007년부터 준비한 것"

이에 더해 MBC의 상업성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아나운서 공개 채용이 이미 케이블 방송에서 시도된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미 MBC에서 진행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역시 "김재철 사장의 지시에 따라 만든 <슈퍼스타K>의 아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케이블 따라하기 아니냐'는 시선이 따가운 것.

지난 2008년 케이블 방송인 올리브TV는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아나운서 편>에서 CJ 미디어 아나운서를 공개 채용했다. 방송인 백지연 씨가 심사하는 가운데 서바이벌식으로 진행됐다. 최종합격자는 현재 CJ 미디어 아나운서 1기로 활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 역시 지금의 <신입사원>을 둘러싼 논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나운서 지망생인 김모(25) 씨는 "그 당시 경쟁률은 별로 높지 않았다. 지상파와 그렇지 않은 곳의 경쟁률은 확실히 차이가 많이 난다. 지상파를 목표로 하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그 당시 프로그램에 시큰둥했다. 떨어지면 얼굴만 팔릴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당시 CJ 미디어의 프로그램에는 '뉴스'가 없기 때문에 채용된 아나운서는 MC 역할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지만 MBC의 경우 예능 뿐 아니라 뉴스 프로그램 진행 능력까지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라 '공개 오디션' 형식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더욱 제기된다.

한 취업 준비생은 "MBC가 '슈퍼스타 K'를 표방해 '위대한 탄생'을 내보내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을 표방해 신입사원을 내놓는다고 하니 케이블 따라 하기가 지나치다는 생각"라고 일침을 가했다.

MBC는 그러나 2007년부터 구상해온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신동호 부장은 "저희 아나운서국은 이미 리얼리티 오디션에 대한 기획과 연구를 2007년부터 생각했다. 새로운 것도 아니고 지난 4년 동안 충분히 기획 연구를 해왔다"며 "MBC 창사 50주년에 맞춰 아나운서국와 예능국의 공동 출범으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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