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현 MBC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가 압축한 차기 사장 후보 3인에 포함됐다. MBC 사장 공모 전부터 김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경계해왔던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은 '예정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김재철, 구영회, 정흥보 3인 최종 후보 압축
MBC 대주주인 방문진은 10일 정기이사회를 열어 사장 공모에 응한 10명 중 김재철 현 MBC 사장,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 정흥보 현 춘천MBC 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들은 역대 사장 공모에 응모했거나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로 김 사장이 선임됐던 지난해 2월 공모가 다시 재현되는 분위기다. 후보자 3인 모두 기자 출신이며 고려대를 거쳤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구영회 MBC 미술센터 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선임됐던 지난해 2월 사장 공모에서도 최종 후보 3인에 올랐던 인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MBC 보도국에 입사,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보도국장, 경영본부장, 삼척MBC 사장 등을 역임했다.
정흥보 춘천MBC 사장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언론대학원을 수료했다. 1981년 MBC에 입사해 보도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MBC 노조 "청와대가 사실상 결정 해놓고 시작한 게임"
이날 후보 압축에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라는 반응이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이번 공모 자체가 청와대가 사실상 결정을 해놓고 시작한 게임이라 들러리가 누구냐의 문제일 뿐 김 사장과 다른 사람이 의미 있는 경쟁을 벌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천재지변에 준하는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김재철 연임을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평했다.
앞서 MBC 노조는 공모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낸 특보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김재철 사장의 연임이 거의 확정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청와대의 방침이 이렇게 굳어진 데에는 최근 김재철 사장이 감행한 단체협약 해지 도발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운명의 16일', 김재철 연임 동시에 파업 돌입?
방문진은 오는 16일 오후 2시부터 이들의 경영 계획서 발표를 평가하고 면접 심사를 통해 MBC 대표 이사 최종 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는 MBC 주주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16일은 MBC 경영진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에 따른 중앙 노동위 조정 회의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이날 조정 결과를 노사 중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는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 등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김 사장의 두번째 임기 시작과 동시에 파업이 시작되는 등 MBC에는 적지 않은 격랑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은 것. 이미 새로 선임된 정영햐 MBC 노조 위원장 당선자는 "지난해 파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이른바 '종결 파업'을 준비해야 한다"며 "독하고 질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김 사장의 연임에 대한 MBC 내부 여론도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MBC 노조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서울지역 조합원의 92.4%가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혔으며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김재철 사장 평가에는 60.7%가 '수우미양가' 중 '가'를 매겼고 27.6%가 '양'을 줬다. 지역 MBC 노조원들도 95.5%가 연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