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렬하고 분명하다. 한 누리꾼이 "참 <조선일보>답지 않은 사설"이라고 평한 것처럼 어느 진보적 언론단체가 낸 성명이라고 봐도 무방할 글이다. <조선일보>가 29일 낸 사설 "대통령 취임 3년에 진짜 기자회견 몇 번 있었나"는 출범 초기부터 지적되던 '소통 불가'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을 정통으로 찔렀다.
▲ 1월 31일자 <동아일보> '횡설수설'ⓒ동아일보 |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좌담회를 중계하기로 한 지상파방송 3사의 노조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고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강경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말하자면 지상파 3사의 경영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언론이 청와대의 신년 좌담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와중에도 <동아일보>의 '횡설수설'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는 "생중계 도중 대통령이 말실수를 해도 그 정도는 애교가 될 수 있다"면서 "국민은 당당하게 기자회견장에 나와 국가 현안을 고뇌하면서도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면서 이 대통령을 격려했다.)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날을 세운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1월 한 달 이 신문의 사설을 살펴보면 "'물가 단속' 발상으론 인플레 막을 수 없다"(2011.1.4), "감사원장 인사 실패가 '레임덕' 재촉한다"(2011.1.10), "대통령과 한나라당, 함께 망하는 길로 가는가"(2011.1.11), "청와대가 깨달아야 할 것과 책임져야 할 것"(2011.1.12), "대통령과 재계 총수 회동이 결실 맺으려면"(2011.1.23), "대통령, 이젠 야당과도 만나 정치 되살려야"(2011.1.24), "불가능한 개헌 계속 붙들면 혼란 부를 뿐"(2011.1.25) 등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파문을 비롯해 청와대를 겨냥한 것이 많다.
▲ 이 대통령의 신년 방송 좌담회를 비판한 29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
사실 <조선일보>가 1월 들어 청와대에 칼을 겨눈 까닭을 짐작하지 못하는 이는 거의 없다. 지난해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선·중앙·동아·매경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한 이후 이 신문은 사업자가 다수 선정된데 불만을 표시하면서 황금채널 부여, 광고시장 확대 등의 혜택을 요구해왔다. 최근의 강경 기조는 이른바 '무력시위'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와 이들 거대신문의 행태를 보며 원칙 없는 정략적 선택의 특징이란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뻔함'과 '뻔뻔함'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미디어 생태계 공멸'이라는 우려에도 일부 언론을 적으로 돌려세울 것을 걱정한 정부는 신청한 거대 신문 모두를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들은 또다시 '생존을 위한 특혜'를 위해 협박을 벌인다.
이 모든 것은 2009년 신문, 방송법 개정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만약 머지 않아 이들이 정부로부터 특혜를 우려내고 정말 미국의 폭스뉴스와 같은 채널로 크게 되면 더욱 강도 높게 정부를 압박하고 흔들어댈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또다시 보수 신문들의 비판에 '정략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들 신문은 어렵지 않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멋드러진 <조선일보>의 사설에서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을러대던 옛날이야기의 호랑이가 생각난다. 어쩌면 이 호랑이는 떡과 자신의 목숨까지 내줄 떡장수 정부와 아직 어린 '미디어 다양성' 오누이까지 잡아먹고 종편 동아줄을 잡는데 성공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동아줄이 튼튼한 줄인지 아니면 썩은 동아줄인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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