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전남대 철학과 대학원생들에 따르면, 지난 27일 대학본부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를 재차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됐다. 학생들은 "대학본부가 비밀리에 학위 수여식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대학본부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문의한 결과, 하나같이 확실한 답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은 하지않는 '기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본부가 설 연휴 이후에 정 전 대표에 대한 학위수여식을 열 계획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 지난 2009년 2월 전남대가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려 하자, 전남대 학생들이 행사장 입구에서 정 의원의 진입을 막고 있다. 이날 정 의원은 학생들의 반발로 결국 학위를 받지 못하고 돌아갔다. ⓒ연합뉴스 |
이 같은 움직임이 여러 차례 감지되자, 철학과 학생들은 다시 한 번 '발끈'하고 나섰다. 철학과 대학원생들은 31일 '전남대 철학과 대학원생 일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정 전 대표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는 인권대학인 전남대의 정체성에 위배되며, 만일 전남대가 정당한 명분없이 정치적·경제적 후원만을 이유로 박사학위를 수여한다면 이제껏 전남대가 지켜온 5.18 정신과 전통은 부정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전남대는 광주 5.18 민중항쟁의 도화선이었고, 전남대의 명예는 이런 역사적 사실로부터 나온다"라며 "5.18 진압을 주도했던 정권의 후신인 한나라당의 전 대표이자 최고위원인 그가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피로 일구어낸 5.18의 이념과 명예를 돈으로 사는 일이며, 5.18을 자신의 정치 행보를 위한 하나의 장식품으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지난해 열린 5.18 민중항쟁 30주년 기념식에 조화가 아닌 축하 화환을 보낸 정 전 대표에게 학위 수여는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학생들은 "이번에 학위 수여가 재개된다면 이는 대학 당국 스스로가 학교의 명예를 노골적인 상거래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한국 민주화운동에 등불을 밝히며 학문과 실천의 성지가 돼온 전남대마저 이번 학위 수여으로 전통에 반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권력과 돈에 영합하지 않는 대학은 남아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전남대 학생들은 이날부터 1인 시위와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정 전 대표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이다. 2월 1일엔 학내에서 학위 수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역시 열 예정이다.
한편, 전남대 측은 정몽준 전 대표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에 관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전남대 홍보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학원생들의 반발은 잘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으며,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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