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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도중 새끼 젖 먹인 어미소 母情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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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도중 새끼 젖 먹인 어미소 母情에 '눈물'

'동물잔혹사' 어디까지…살처분 피해 달아난 엘크, "탕탕!"

구제역 사태로 인한 '동물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죽음의 순간까지 새끼에게 젖을 물리며 버티다 살처분된 어미소가 있는가 하면, 살처분을 피해 달아난 엘크(사슴)가 탈출 15시간 만에 사살되기도 했다.

근육이완제 주사 맞은 어미소, 새끼 젖 먹을 때까지……결국 나란히 묻혀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가축 수가 200만 두를 넘어서면서, 방역 요원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18일 <강원일보>는 강원도 횡성군의 살처분에 참가했던 축산 전문가의 목격담을 인용, 죽음의 문턱에서도 이어진 어미소의 '모정(母情)'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축산 전문가는 최근 횡성에서 진행된 살처분 현장에서 근육이완제 석시닐콜린(Succinyl choline)을 맞고 죽어가는 어미소를 목격했다. 방역 요원들이 안락사를 위해 어미소에게 다가가 주사를 놓자, 갓 태어난 어린 송아지 한 마리가 어미소 곁으로 다가와 젖을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어미소의 고통을 알 리 없는 송아지 역시 살처분 대상이었다.

▲ "이것이 마지막 여물이란다." 지난달 22일 구제역이 발생한 강원도 화천군 명월리의 한 축산농가에서 한 농민이 살처분 예정인 소에게 마지막 여물을 주고 있다. 소들은 '마지막 식사'를 마친 이날 오후 모두 살처분 됐다. ⓒ연합뉴스

소마다 약에 반응하는 시간은 다르지만, 주사를 맞은 소는 대개 10초에서 1분 사이에 숨을 거둔다. '안락사' 약이라고 하지만, 살처분 약품으로 공급되는 석시닐콜린은 엄밀히 안락사용 약품이 아닌 근육이완제다. 약물을 과다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인 호흡근 마비와 심장 정지를 이용해 가축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인데, 마취제를 병용하지 않으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결국 주사를 맞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역시 '안락(安樂)'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어미소가 태연히 젖을 물린 것이다.

주사를 맞은 어미소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를 부르르 떨기 시작했고, 새끼에게 젖을 물린 채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2~3분을 그렇게 젖을 먹이던 어미소는 새끼가 젖을 떼자 결국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영문을 모르는 송아지만이 어미소 곁을 계속 맴돌았다. 결국엔 송아지도 살처분 돼 어미소 곁에 나란히 묻혔다.

죽음의 문턱에서까지 계속된 어미소의 모정(母情)에, 당시 현장에 있던 방역 요원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일화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날 오후에도, 1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돼 구제역 사태로 인한 살처분 가축 수는 총 210만 마리를 넘어섰다.

2m 울타리 넘어 '탈출'한 엘크, 결국엔…

구제역의 '광풍'은 소·돼지에 이어 사슴에게까지 몰아닥쳤다. 19일 고양시에 따르면, 살처분을 피해 사슴농장에서 탈출한 엘크 2마리 중 1마리가 탈출 15시간 만인 이날 오전 9시20분께 사살됐다. 사살된 엘크는 18일 오후 6시께 살처분을 진행 중이던 고양시 덕양구의 한 사슴농장 2m 울타리를 뛰어넘어 달아났으며, 이에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의 살처분은 중단한 뒤 긴급 포획 작전에 나섰다.

탈출한 엘크들은 농장으로부터 100여m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됐다. 1마리는 사살했으나, 함께 발견된 나머지 1마리는 엽총 2방을 맞고 야산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탈출한 엘크와 함께 발견된 꽃사슴 1마리도 구제역 감염 우려가 있어 함께 사살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의 '엘크 포획 작전'이 진행된 까닭은 해당 사슴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이는 가축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앞서 고양시는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엘크 67마리 가운데 2마리가 침흘림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여 살처분에 돌입했다.

▲ 살처분을 앞둔 송아지와 주인. 지난달 22일 구제역이 발생한 강원도 화천군 명월리의 한 축산농민이 이날 저녁 살처분 예정인 생후 2개월짜리 송아지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엘크의 탈출로 방역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 당국은 18일 경찰과 엽사 80여 명을 동원했지만 날이 어두워져 수색이 어려워지자 이날 오후 8시께 철수한 뒤, 19일 오전 7시30분께 엽사들을 재동원해 수색을 재개했다.

탈출한 엘크의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방역 당국이 엽사까지 동원해 '엘크 쫓기'에 나선 이유는 탈출한 엘크들이 구제역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파력이 강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성 탓에, 그간 의심 증상이 나타난 농가의 가축들은 감염 여부에 상관없이 모조리 살처분돼 왔다.

방역당국은 엘크 사살 직후 이 사슴농장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재개하는 한편, 인근 야산에서 꽃사슴이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추가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야생의 꽃사슴이 달아난 엘크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로 엘크 및 꽃사슴이 발견되면 모두 사살해 소독한 뒤 매몰할 계획이다.

▲ 구제역으로 인한 돼지 살처분 현장. 살처분 가축 수가 200만 두를 넘어선 가운데, 돼지의 경우 제대로 된 안락사 절차 없이 대부분 생매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경북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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