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2011년 중국의 목표는 '자존심의 현대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2011년 중국의 목표는 '자존심의 현대화'

[中國探究] 중국 문화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2010년 중국 문화계 역시 다사다난했다. 중국은 상하이 엑스포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대표되는 국가 행사를 통해 문화적 역량을 과시했다. 조조(曹操)의 무덤 발굴이라는 고고학적 성과는 세간에 화제가 되면서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문학적 수준을 갖추지 못한 우한시(武漢市) 고위 공무원 처옌가오(車延高)의 시가 루쉰문학상을 수상하자 네티즌의 풍자 속에 '양가오체(羊羔體: '양가오'는 원래 '새끼양'이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처옌가오의 이름을 빗대어 쓰였다)'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의 신좌파로 맹활약해 온 왕후이(汪暉) 칭화대(淸華大) 교수의 박사논문이 표절이라는 왕빈빈(王彬彬) 난징대 교수의 '폭로'는 학계의 예민한 문제로 아직까지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삼국지>나 <서유기>, <홍루몽>처럼 누구나 다 아는 옛 이야기들이 단지 시청률과 상업성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수준 낮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현상이 속속 이어졌다. <대지진>이나 <산사나무 아래 사랑> 등과 같이 <아바타>에 맞선 중국 국산영화들이 과연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춘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한 해 동안 중국 문화계를 정리하는 지면들은 하나같이 이런 논란들을 앞 다투어 소개하고 있다. 그 특징들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중국 문화계는 국가적 목표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 없이 한목소리를 내며 응원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상하이 엑스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논의들은 '성대함'이나 '찬란한 중화민족의 전통'을 강조한다. 이와는 상반되게 대중이 주도하는 논란들을 특정한 상대에 대한 집중적인 공격을 통해서 이를 문제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양가오체' 논란이나 왕후이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확장돼 있다. '양가오체' 사건은 중국형 트위터라 할 수 있는 '웨이보(微博)'에 올린 짧은 글이 발단이 됐고, 왕후이 사건 역시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에 실린 공개서한에서 시작됐다. 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논란의 중심에도 미디어가 생략될 수는 없었다.

이런 추세에 비춰본다면, 올해 중국 문화계를 지켜볼 핵심들도 몇 가지 뽑아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올해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일은 무엇보다 공산당 창립 90주년과 '12·5 계획'의 실행이다. 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선전부장 회의는 공산당 창립 90주년을 맞이하여 여전히 사회주의 사상·문화에 대한 선전 활동의 강화를 천명했다. 베이징 올림픽이나 '건국 60주년', 상하이 엑스포,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최근 몇 해 동안 이어진 국가 대사는 언제나 문화적 요소와 결합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국민 통합과 체제 이데올로기 강화의 기제로 활용됐고 대외적으로는 '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계기로 삼아왔다.

올해 양대 주요 사건은 사실 대내적인 성격이 더욱 강하게 작동할 것이다. 특히 이미 발표된 '12·5 계획'에 대한 건의를 보면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 그에 따르면 문화산업을 내수 시장 위주로 전환함과 동시에 2009년의 8000억 위안 규모에서 1조 5000억 위안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2009년 중반 발표된 '문화산업진흥계획'의 구체적인 실현을 점검함과 동시에 문화산업을 국가 주요산업으로 설정하고, 더불어 '인민들'의 문화 향유력을 끌어올림으로써 명실상부한 '소강(小康)'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둘째, 각 지방에서도 문화를 통한 새로운 산업 창출을 위해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갈 것이다. 지난 해 '조조 무덤 발견'은 단지 학술적인 사건만이 아니었다. 진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해당 무덤은 관광 상품화되어 입장료 수입을 올리기 시작했다. 해당 지방 정부는 특히 관광업계와 언론계를 통한 홍보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조조 뿐 아니라 제갈량, 조운(趙雲), 이백, 조설근 등 실존했던 역사 인물들 뿐 아니라 염제(炎帝)와 노자(老子), 심지어 손오공까지 불려 나와 자신들의 '고향'을 홍보하고 있는 형국이 됐다. '무덤 문화', '고향 문화', 나아가 '입장권 경제'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이는 문화를 통한 산업적 기반을 구축하고 싶은 지방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얼마나 콘텐츠에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 더 나아가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이는 문화의 내수 시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불가결한 과정이 될 것이다.

▲ 진위 논란이 그치지 않았음에도 이미 상품화 되고 있는 조조의 묘.

셋째, 미디어의 활약과 당정의 관리, 감독 또한 강화될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인터넷 문화에 대한 관리는 첨예한 분야가 될 것이다. 이는 대체로 사상 관리와 지적 재산권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중국 문화부가 지난 1월 초 발표한 2010년 문화시장 주요 사건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당국자에 따르면 작년 문화시장 관련 사건은 공연, 엔터테인먼트, 음반, 출판, 문화재, 인터넷,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인터넷 관련 사건이 급증하여 전통적인 문화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의 절반에 이르고 있고, 더불어 지적 재산권 문제 또한 전체 사안의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도 이런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중국 문화부는 "법규에 따라", "문화시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문화적 사건'들을 통제하기 위해 이 같은 관리, 감독 방안을 적절히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에서 사상 관리와 지적 재산권 문제가 분리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자존심 강한 문화대국으로서 중국의 목표는 분명하다. 수천 년 동안 축적된 문화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재구성하여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고, 실제 인민의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하며, 대내외에 그 놀라운 수준을 천명함으로써 '자존심의 현대화'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과 정책 지원, 제도 개선, 인력 양성 등의 계획이 실천되겠지만, 그 과정이 좀 더디더라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벗어나는 '사상 해방'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