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태백산맥 대관령을 넘어 강원 강릉지역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에 참여했던 강릉의 한 공무원이 현장의 슬픔과 고통을 실감 나게 표현한 애끓은 시가 읽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강릉시청 지역경제과 장인수(50.7급)씨는 최근 내부 통신망에 '구제역 파노라마1, 2'로 붙여진 시를 올려 읽는 동료들에게 현장의 아픔과 소망 등을 그대로 전했다.
특히, 시에는 살처분에 참가한 공무원의 고통은 물론 농민과 한우의 아픔을 생생하게 표현했고 살처분된 한우들이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따뜻한 마음도 담겨 있다.
다음은 장씨가 쓴 시의 전문이다.
<구제역 파노라마 1>
입맛 잃은 소에게 가끔 소주를 먹여
살려도 보곤 했는데
이번엔 아닐성 싶다
구제역 이라네
눈 덮인 벌판 어단마을
메우한 볏짚 연기는
태양을 삼키고
음산한 기운, 무거운 그림자는
농심을 짓누른다.
어디에 떠 있는지도 모르던
겨울 짧은 해는
해넘이를 재촉하고
땅 꺼질 듯 한숨소리는
피눈물 되어 간장을 찢는구려
포크레인이여
그대는 무엇이 또 그리 바쁘신가?
쉼도 없이 울어대는 굉음
무심도 하지
흰옷 입은 저승사자
소리없이 외양간을 들어설 때
소와 주인은 넋을 잃고 말이 없다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껌벅이는 눈망울엔 이슬이 맺히고
이슬 방울속 주인은 애써 그를 외면한다.
3분의 짧은 시간이 지나
육중한 몸체는 허공을 향해
마지막 긴 숨을 토하곤
스르르 정든 외양간을 나선다.
<구제역 파노라마 2>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수 십마리 수 백 마리가
영문도 모르고
하루 아침에 끌어 묻혔다
세상인심이 병들었다지만
몇 년을 한 우리안에서 동거 했을진데
소주 몇 사발을 마신다고 죽은 가족의
슬픔이 잊혀지겠소?
애석도다. 그대들이여!
전생에 무엇이었기에 소로 태어나
이 험한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모두가 인간의 잘못으로
그대들을 사지로 몰아 넣었음이야
우리는 큰 죄를 지었네.
부디 용서해 주시게
하늘에 가거든 구제역 없는
청정한 들판에서 편히 풀 뜯으며,
평화로운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
행복하게 살길 바라네
우리를 원망하시게
정말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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