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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은 지구의 복수…한반도 덮친 기상 이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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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은 지구의 복수…한반도 덮친 기상 이변, 이유는?

맹렬한 한파 13일째…'삼한사온'이 사라졌다

한반도에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폭설과 집중호우 등 기상 이변에 내내 시달린 한반도가 새해 들어서도 열흘넘게 지속된 한파와 해안 지방의 '눈 폭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날까지 중부지방에선 13일째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맹추위가 계속됐다. 이 때문에 한반도 겨울철 날씨의 전형적인 특성인 '삼한사온(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는 경향)'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북극이 아니라 한국이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29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의 모습. ⓒ연합뉴스

눈 폭탄에 강추위…'음(-)의 북극진동', 한반도를 덮치다

이 같은 강추위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서 한랭한 공기가 남쪽으로 남하했기 때문이란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극의 기온이 평년보다 약 10도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남하,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북미·유럽에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을 유발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2월 후반부터 강한 음(-)의 '북극진동'이 지속돼 이 같은 강추위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북극진동이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 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북극의 기온이 상승해 소용돌이가 약화되고 진동지수가 음(-)이 되면 소용돌이 안에 머물러야 할 한랭한 공기가 남하해 강한 추위가 나타나게 된다.

같은 기간 영국도 100년 만의 한파와 17년 만의 최악의 폭설을 맞았고, 미국은 중서부에서 시작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동남부까지 강타했다. 중국 북부 역시 평년보다 10도가량 낮은 한파와 폭설에 시달려야 했다.

▲ "여기가 포항이라고?" 지난 3일 포항에 내린 폭설은 최심신적설 28.7㎝로 1943년 이 지역의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2월1일 이후 4일까지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날은 모두 8일로,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인 3.4일보다 무려 4.6일이나 많았다.

해안 지방의 유례없는 '눈 폭탄'도 있었다. 지난 3일부터 경상 동해안을 중심으로 내린 눈의 '최심신적설(새로 쌓인 눈의 두께)'은 포항이 28.7㎝, 울산이 12.5㎝로 이들 지역의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위,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우리나라 5㎞ 상공에 영하 30도 안팎의 찬 공기가 머물고 있고, 동해의 해수면 온도가 13~15도로 상하층의 큰 온도차로 인해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져 원활한 수증기 공급이 이뤄지면서 눈구름이 크게 발달했다"며 "여기에 북동풍이 강해져 눈구름대가 동해안으로 이동, 영하의 기온 속에서 폭설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 최근 동해안 지역의 폭설 원인. ⓒ기상청

기상 이변 잦았던 2010년…새해 시작도 초강력 '라니냐 한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인 라니냐 역시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아지는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올해 라니냐는 21년 만에 가장 강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북서태평양에 저기압이 발달해 시베리아의 찬 공기를 한반도로 끌어당기게 된다. 실제 라니냐가 발생했던 2005~2006년 겨울에도 12월 중순의 평균 기온이 평년에 비해 5.3도나 낮았고, 라니냐의 영향으로 33년 만의 강추위가 찾아왔던 지난 겨울 역시 1월 상순 기온이 평년보다 1.2도 떨어지는 등 매서운 날씨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 같은 이상 기후가 추위나 더위 등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한사온 현상의 실종 역시, 지구온난화에 의해 날씨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한반도 날씨의 규칙성이 무너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2010년 한 해는 온갖 기상 관측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울 정도로 유난히 기상 이변이 잦았다. 1973년 전국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강수일수는 34.7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봄철엔 저온 현상이 이어져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쌀쌀했던 봄과 달리 여름은 찜통이었으며, 태풍 '곤파스'를 비롯해 8월~9월 초까지 한 달 사이 태풍 3개가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했다. 가을은 유례없는 황사와 함께 수도권 최악의 '물 폭탄'으로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결국 기록적인 폭설로 시작된 2010년은 12월에도 폭설과 함께 마감됐다.

내일은 더 춥다…"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 가서 얼어죽겠네"

한편, 이런 강추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소한(小寒)인 6일 아침 중부지방의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를 기록하고 충남 서해안과 호남 지방엔 눈이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칼바람까지 겹치면서 체감 온도는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경기(동두천 등 9곳)와 강원(춘천 등 13곳) 일대에 한파경보를, 서울·인천·경기·강원·충청·경북 곳곳에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이번 추위는 6일과 7일 절정에 달해 주말 내내 이어지다 다음주 월요일인 10일 다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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