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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히 올백으로 넘긴 흰머리, 당당한 포즈에서 이 노신사가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어울리지 않게 걷어 올려 접은 바지와 검은 구두에 흰 양말은 조금 우스울지라도. 황금색,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황토색 포스터에는 흰색 필름 위로 명배우 황금보라고 적혀있다. 이 노년의 신사가 배우? 이름도 찬란한 '황금봉'이다. 역시 배우에게서 나오는 자신감 있는 포즈와 여유 있는 표정이었던 것인가. 그의 웃음으로 패인 멋스러운 주름이 서글서글하니 보기 좋다.
연극 '명배우 황금봉'은 이 시대의 최고의 극작가 김태수가 정결한 언어로 빚어낸 가슴시린 명품연극이다. 어느 영화배우의 아픈 기억과 행복한 기다림을 보편적인 삶으로 아프게 그려낸다. 누구나 갈채를 받는 화려한 삶을 꿈꾸지만 인생에 있어서 그러한 시간은 극히 짧은 순간에 그친다. 그리고 이어지는 긴 기다림과 회한의 시간들은 지루하기만 하다. 때문에 옛 명성을 갈망하고 되찾으려는 노력들을 펼친다. 그러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이 작품은 한 때 명성을 누렸던 늙은 배우의 삶을 통해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하는 인생의 단면을 해부한다.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연극 '명배우 황금봉'은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가도 변하지 않는 삶의 편린과 진리가 있다고 말한다. 작가 김태수는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 혹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진면목을 펼쳐 보이면서 페이소스 짙은 웃음 속에 내면의 눈물을 감춘 정통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슴 아팠던 회한으로 얼룩진 삶의 단면을 보여주며 우리를 돌아보게 할 연극 '명배우 황금봉'은 오는 1월 7일부터 1월 23일까지 대학로 두레홀 4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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