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에는 김인규 사장의 노무현 정부 시절 '충성 맹세' 논란이다. 노조는 사퇴 요구 성명을 냈다. "내가 KBS 기자이지만 KBS 뉴스는 보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퍼질 정도로 편파 보도 논란도 한계점에 이른 분위기다. 사내 막내 기자들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 노조)는 30일 밤 "정권 향한 '충성 맹세'가 사실이라면 김인규 사장은 더 이상 KBS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김 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새 노조는 "2006년 11월 2일, 서울 모처에서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인 양정철 씨를 단 둘이 만났다고 한다"며 "이 자리에서 KBS 사장 후보였던 김인규 사장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KBS를 잘 장악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새 노조는 "양 전 비서관 말고도 당시 청와대에 몸 담고 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비슷한 내용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며 "만약 양 전 비서관의 말대로, KBS 사장이 되기 위해 '충성 맹세'까지 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김인규 사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새 노조는 특히 "대화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권력 줄대기 처신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KBS 구성원들로서는 정말 치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며 "KBS 사장이 되기 위해 권력에 눈도장을 찍고자 사방팔방으로 뛰었다는 대목에서 왜 '충성 맹세' 논란이 불거졌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난했다.
새 노조는 또 "'충성 맹세' 논란이 과거형이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KBS간의 '부당거래' 설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추적60분> '4대강 편' 불방 청와대 압력설에 이은 'K모 보도본부장의 청와대 낙점설'에 주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성 맹세' 의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입을 타고 퍼지던 것으로,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으며 썼던 지난 24일자 <한겨레> 칼럼을 <오마이뉴스>가 비보도 약속을 깨고 김인규 사장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사장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양 전 비서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사장은 KBS 사장이 되기 위해 정권을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해온 셈이다.(☞ 양정철 전 비서관의 칼럼 전문보기)
35기 기자들, 1기 김인규 사장 사퇴 요구 성명
젊은 기자들의 김인규 사장 사퇴 요구 성명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KBS 35기 기자들은 "지금의 KBS는 불행히도 권력의 확성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라며 "G20 정상회의를 홍보하는 데에만 주력했던 KBS 전파는 노동계의 우려나 해외 언론의 비판적 반응을 담지 못했고, 예산안 날치기를 왜곡 보도했다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며, 4대강 사업을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 꿈에 비유한 대통령의 발언은 즉시 소개됐지만,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프로그램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2주 동안 결방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외부에 매체 비평 수준의 글을 기고한 중견 기자도, 사장님 퇴진을 권고한 막내 피디도, 사내 게시판에 댓글을 단 누군가도 징계의 대상 혹은 후보가 되고 있다"며 "'징계 플루'라는 말이 회사에서 떠돌고 있는 사실을 사장님은 아시는지 궁급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제 사장님은 결단하셔야 합니다. 그토록 사랑하신다는 KBS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장으로 남을지, 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사퇴함으로써 존경 받는 선배로 기억될지 선택하셔야 한다"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사장님께서 명예롭게 퇴장하시기를 바란다. 반평생을 기자로 살아온 자부심을 마지막 순간까지 잃지 않으시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35기는 김소영, 김영은, 김영준, 김진화, 민창호, 박대기, 윤성욱, 장덕수, 정연욱, 하선아 기자 등 2008년에 입사한 기자들이다. 수습 교육을 받고 있는 37기들을 제외하면 보도국 막내 기자들이다. 참고로 김인규 사장은 KBS 공채 1기 기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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