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유동일 씨는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가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토론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저의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고 계셨습니다"라고 시작한 이 글은 12월 19일 밤 11시 파주시청으로부터 "살처분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상황부터 전하고 있다. 지난 9일 농가에 방문한 도축 배달 차량이 구제역 오염 농장에 갔었기 때문에 해당 차량이 다녀간 농장의 가축은 모두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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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한 가운데 땅을 파서 매립하겠다"는 파주시에 유 씨의 어머니는 지하수 오염은 물론 집 한 가운데 소 121마리를 매장하고 편히 살 수 없다면서 눈물을 흘렸고, 다음 날 파주시 관계자가 유 씨의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살처분 협조를 부탁하면서 살처분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유 씨는 "저랑 아버지, 동생이 마지막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주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안락사하는데 큰 놈은 2분, 암소는 1분이 걸렸다고 한다. 독약 주사기를 든 여자 방역담당자는 "제가 직업을 잘 못 선택한 것 같네요"라면서 울면서 주사기를 찌르고, 구토를 했다고 한다.
유 씨는 "121마리가 밥 달라고 울어대던 부모님 농장에 적막만 흐른다"고 마지막 상황을 전했다.
유 씨는 구제역 살처분에 대한 정부의 보상 대책에 대해서도 "현 보상 '시가 100% 반영'은 무책임한 문장이며 정확한 기준과 항목이 없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살처분 가축물 및 사료 등 오염 기자재에 대해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축협에 빚지고 있는 사료값, 축사시설관련 대출금, 트랙터, 각종 시설물, 포장된 볏집 같은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소를 키울 때 드는 비용을 정부가 이자 감면을 해준다지만 축산농가의 대출 이자가 시중 은행보다 원래 낮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유 씨는 "이 땅의 자존심 한우라면서 유명 여가수가 선전하지만, 이 땅의 자존심 한우(한돈)을 생산하는 생산자들이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적었다.
유 씨는 그러면서도 "현장의 방역 담당자 및 축산행정 담당자들은 정말 고생하시고, 축산 농가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좋은 분들"이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유 씨의 글은 24일 오전 조회수 7만을 넘었으며, 600개가 넘는 격려 댓글이 달려 있다.(☞ 유동일 씨의 글 직접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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