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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긴 밤 동짓날, 노숙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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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긴 밤 동짓날, 노숙인들은?

노숙인 추모제 기획단 "지원 법률조차 없어…정부는 외면"

상담사: 최종학력이 어떻게 됩니까?
노숙인: 초등학교 5학년을 다니다 집안이 어려워 그만뒀습니다.
상담사: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노숙인: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했습니다. 그것도 겨울이라 일이 없어 못 한지 꽤 됐죠.
상담사: 일을 하려면, 본인 통장이랑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하는데….
노숙인: 그런 건 하나도 없어요. 신용불량자라서 아무것도 없어요. 주민등록은 말소됐고요.

50대의 남루한 복장을 한 남성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상담사와 이야기를 진행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다. 강서구청에서 1년 계약직으로 장애인을 보조하는 인원 2명을 뽑는 데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는지라 자격요건이 까다로웠다. 결국 상담사는 "주민등록증을 복원하는 것과 관련해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자"며 "나중에 센터로 다시 찾아오라"고 명함을 건네며 상담을 마쳤다.

"거리에서 매년 수많은 노숙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해오름, 빈곤사회연대 등으로 구성된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이 22일 서울역에서 홈리스 생활자(노숙인)에게 필요한 복지 정보를 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1년 중 가장 밤이 긴 동짓날을 맞아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를 진행하기 앞서서였다.

이날 서울역 광장에는 '명의 도용 및 채무 상담, 임대주택 상담', '임시주거지원 및 노숙인 지원 체계 상담' 등을 위한 여러 개의 부스가 세워졌다. 그나마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복지정책도 제대로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위해서였다.

▲ 노숙인들이 '명의도용 및 채무 상담', '일자리 구하기' 등에 대해서 상담을 받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노경민 서울시립노숙인복지시설 보현의 집 사회복지사는 "임시 주거지로 노숙인들이 가기 위해서는 한 달에 6만원에서 12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이라 노숙인들이 임시주거지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거리에서 매년 수많은 노숙인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이들을 위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명확하지만 우리는 노숙인 복지에 대해 이렇다 할 관심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이번 추모제 준비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노숙인 추모공동기획단'에 따르면 노숙인에 대한 임시 주거지원 사업은 민간 기금에만 의존한 탓에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사업은 노숙인들이 제대로 기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미미하다. 서울시는 노숙인 임시 주거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노숙인에 대한 의료지원에 있어 건강보험 피보험자격자의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일자리 대책 역시 수요조사 없이 시행돼 임시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현 활동가는 "노숙인 복지 역사가 10년을 경과했으나 지원 내용과 방향을 총괄하는 법률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하는 노숙인 복지정책들은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파편적이고 시혜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은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공동기획단'은 "거리에서 벗어난 쪽방, 고시원 등 열악하게나마 거처를 구한 이들의 삶이 개발 사업에 밀려 철거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며 "20007년부터 시작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지원 사업은 정책 대상의 주거욕구와 거리가 먼 공동생활형 주택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결국 현실적 대안이 되지 못함과 함께, 애초 쪽방지역의 해소를 전제하는 태생적 한계 역시 갖고 있다"며 "이와 같은 현실은 노숙인들의 죽음을 상기하는 추모제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노숙인 상태에 처한 이들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한다"고 추모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추모제에 앞서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법 제정으로 정책의 안정성 보장 △거리 노숙인에 대한 긴급주거지원 실시 △의료지원 강화 △저임금, 불안정 노동, 노숙인 일자리 정책 개선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강화 등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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