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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佛心…자승 총무원장 "힘들고 외로워도 길게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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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난 佛心…자승 총무원장 "힘들고 외로워도 길게 싸워야"

여권 '범어사 방문'에 "접촉 물리치지 못하면 우스운꼴 당한다"

한나라당의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이후 정부·여당에 강경 대응을 선언한 조계종이 15일 발생한 부산 범어사 화재로 다시 한 번 '발끈'하고 나섰다. 조계종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 직후 정부·여당과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정부·여당의 사찰 출입을 금한다"고 밝혔지만, 불과 일주일만인 16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범어사를 방문했기 때문.

17일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템플스테이와 범어사 화재 대책 논의를 위해 열린 긴급회의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사찰에 들인 범어사를 놓고 "그런 모습이 불교를 오합지졸로 만드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여권 '불심 달래기'에 자승 총무원장 "정부와 길게 싸워야 할 것"

이날 <불교포커스>, <불교닷컴> 등 불교계 언론에 따르면, 로마교황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자승 총무원장은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의 부·실·국장 등이 참여한 긴급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총무원만 외로운 싸움을 하라는 것이냐"며 이 같이 비판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어 "정부나 여당은 종단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사찰 단위의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며 "본말사가 이를 과감히 물리치지 못하면 우리 불교는 정말 우스운 꼴만 세상에 보여주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 허원제 의원 등은 화재 발생 다음날인 16일 오전 범어사를 찾았다. 문제는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이 '한나라당 의원 사찰 출입 금지'라는 조계종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사찰 내로 들이고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환대한 것.

김 원내대표 역시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한 불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범어사 대웅전을 찾아 삼배를 올리고 "총무원장께서 화난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가 잘못한 일이니 용서해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며 성난 '불심 달래기'에 나섰다.

▲ 한나라당이 성난 '불심 잡기'에 나섰다. 16일 김무성 원내대표와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 허원제 의원 등이 부산 범어사를 방문, 정여 주지 스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놓고 자승 총무원장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사찰에 찾아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을 때 '우리는 도움이 필요없다'고 거절할 줄 알아야 불교의 위엄이 선다"면서 "하지만 거절할 줄 모르고 호응한다면 그 순간 불교는 오합지졸이 되고 만다"고 거듭 범어사를 비판했다.

또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무원이든 사찰이든 하나의 종무지침대로 가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우리 불교를 위해 정부와 여당에 기대지 않고 10년이 걸리더라도 십시일반 불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최근 정부와 강한 대립각을 벌이고 있는 조계종의 방침에 대해서도 "아직도 사회에서는 불교가 한낱 예산 때문에 반발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고, 심지어 정부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알리고 정부와는 힘들고 외롭더라도 길게 싸워야 할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와의 장기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총무원은 이명박 정부의 '민족문화 말살', '서민경제 파탄'에 대한 비판과 향후 불교계의 대응 방향을 담은 대국민 담화문을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또 조계종은 이날 오전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에 이어 오후엔 전국 90여 개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 주지 스님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향후 정부와의 날선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방화 1주일 전, 타 종교인들 "불교 믿으면 지옥간다" 법회 방해

한편, 경찰 수사 결과 '방화'가 유력한 이번 범어사 천왕문 화재가 타 종교의 '음해성 방화'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일부 개신교도들의 '봉은사 땅밟기'에 이어 새로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범어사 주지 정여 스님은 17일 YTN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방화 1주일 전 특정 종교인이 범어사에 나타나 '불교 믿으면 지옥 간다'고 설법을 방해한 사실이 있다"며 이들의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여 스님은 "아직 확인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면서도 1주일 전 타 종교인들이 찾아와 욕설을 하며 법회를 방해한 사실을 소개하며 "그런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음해성으로 그렇게(방화) 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정여 스님은 "화재가 나기 전에 이미 화재 징후가 있었다"며 "방화 5일 전엔 범어사 장군봉 뒷산에 불이 났고, 13일엔 범어사에서 매일 치는 종각의 북이 칼로 찢겨졌다. 그러고 나서 사천왕의 문(천왕문)에 불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범인을 잡아서 자백을 듣기 전까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누군가 범어사를 음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 15일 밤 부산 범어사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면서 천왕문이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경찰은 사찰 폐쇄회로TV에 찍힌 남성을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보고 현상금 1000만 원에 공개 수배했다. ⓒ연합뉴스

스님은 16일 한나라당 의원들을 환대한 데 대해 총무원이 크게 격노한 것과 관련해선 "범어사는 종단 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 불난 집은 마치 초상집과 같고, 초상집에 위로를 오는 것은 당연한데, 어제는 부산 지역구의 의원님들이 오시고 그것까지 저지할 수는 없어서 그런 부분은 본사에서 너그럽게 받아들였다"고 해명했다.

개신교 "사찰 무너지게 해 달라" 영상 파문…'이명박 장로' 축하 메시지도

아울러 한 개신교 단체가 '부산지역 사찰이 무너지도록 해 달라'며 집회를 벌인 영상이 또 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2006년 'Again 1907 in Busan'이라는 주제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개신교 단체의 집회로, 동영상 앞부분에는 "저는 서울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도 함께 실려 있다.

▲ '사찰이 무너지게 해 달라'며 범어사와 안국선원을 지목한 개신교 단체의 프레젠테이션 화면.
영상 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부산을 축복하자'며 각 구별로 등장하는 프레젠테이션 화면. 특히 범어사가 위치한 금정구의 화면에는 '사찰이 무너지도록'이란 문구 아래 대표적 불교문화유산인 범어사와 안국선원이 지목돼 있다.

사회자 역시 "교회의 부흥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사찰이 무너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라며 "임진왜란 이후 범어사가 더욱 창궐하고 그 땅 가운데 무당과 점집과 조폭과 술 문화가 창궐하고 있다. 하나님 앞에 기도함으로 이 모든 문화가 떠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이 실려 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미 4년 전에 제작된 영상이기 때문에 이번 범어사 방화와의 개연성을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봉은사 땅밟기'에 이어 일부 개신교들의 과도한 종교 배타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편,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천년 고찰인 범어사의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금정경찰서는 사찰방화 전과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소실된 천왕문을 비추고 있던 CCTV에 찍힌 남성의 얼굴이 흐릿해 사찰 내 38대의 모든 CCTV 촬영분을 조사, 화재 직전 검은 비닐 봉지를 천왕문 쪽으로 던진 남성과 비슷한 인상착의의 용의자를 찾고 있다.

경찰은 또 이번 화재가 지난 9일과 10일 범어사 뒤편에서 발생한 산불이나 13일 경내 종각의 북을 칼로 찢어놓은 사건과 비슷한 시일에 일어난 점으로 미뤄,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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