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교구 함세웅 신부, 인천교구 김병상 신부, 전주교구 문정현 신부 등 천주교 원로 사제 25명은 1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사업 '옹호'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 주교단은 4대강 사업이 자연 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위험이 보인다고 했으니 반대하는 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하라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었다.
이를 두고 원로 사제들은 "정진석 추기경의 발언을 듣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정 추기경의 과오는 한국 천주교회 전체의 실책이며, 우리가 대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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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 원로 사제 25명은 1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진석 추기경의 '옹호'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들은 지난 3월 천주교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을 들며 "개인의 견해가 다르더라도 주교회의 전체의 합의와 결론을 존중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의 오랜 전통인데, 주교회의의 구성원 중 특히 교회공동체의 일치와 연대를 보증해야할 추기경이 주교단의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의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원로 사제들은 정 추기경을 향해 "동료 주교들과 평신도·수도자·사제 등 교회의 모든 지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제들은 이어 "어느 시대나 교구장의 독선이나 비밀주의, 혹은 교회의 이권을 얻기 위한 정부 당국과의 밀실 야합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평등에 기초한 협의 대신 교구장의 독단이 교회공동체의 중대 사안을 결정짓는 것은 중세 봉건 시대의 구습에 갇히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정 추기경 비판 성명을 언급하며 "사제단이 발표한 성명서의 취지에 지지와 동감을 표한다"면서 "부디 우라나라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줄기차게 헌신해온 이 젊은 사제들의 충정과 호소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진화 나선 서울대교구 "추기경이 4대강 사업 무조건 찬성한 것 아냐"
한편,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관련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그가 대교구장을 맡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정 추기경이 4대강 사업을 무조건 찬성하거나 정부 편을 든 것이 아니다"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서울대교구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4대강 찬성·반대 측 모두 추기경이 4대강에 무조건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정 추기경은 지난 3월 주교회의가 발표한 성명에 대해 자세하고 분명하게 해석해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신부는 "당시 성명에는 '반대'나 '중지' 등의 표현이 없었는데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분들은 반대라고 해석했다"며 "본당 신자들은 4대강 개발에 찬성하면 주교회의의 결정을 거슬러 죄가 된다는 혼란을 느꼈기 때문에 (추기경이) 이들을 향해 하신 말씀"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정 추기경이 주교단의 합의 정신을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추기경은 성명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당시 회의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한 입장에서 성명서 내용을 분명하게 설명해준 것"이라며 "정 추기경은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으며 반대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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