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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누가 살아남는가?' 치졸한 생존게임, '봄작가 겨울무대-A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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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누가 살아남는가?' 치졸한 생존게임, '봄작가 겨울무대-A팀'

[공연리뷰&프리뷰] 연극 '동창생-한놈만죽인다', '상자 속 흡혈귀'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잘' 살고 싶은 것도 아닌데, 사는 게 참 버겁다. 얽히고설키며 살아가다보니 인간은 점점 이기적인 존재가 됐다. 자익을 위해서라면 타자를 제거하는 몇몇 사례들도 귀에 들려온다. '누가 살아남는가?'란 풍토는 어느새 우리 사회의 크나큰 이슈가 됐다. TV브라운관에서도 서바이벌만 나왔다하면 소위 대박이 터지지 않는가. 우리 사회의 이러한 고질적 풍토를 기발하고 재치 있게 꼬집는 참신한 두 연극이 있다.

▲ ⓒNewstage

차세대 공연예술가의 체계적 발굴 프로그램 '봄작가 겨울무대'의 강력한 신호탄 A팀의 공연이다. '봄작가 겨울무대'는 신춘문예 당선작가 7인의 장편 신작과 연극계가 주목하는 7인의 차세대 연출가가 합류해 3그룹으로 나누어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이난영 작, 김한내 연출의 연극 '동창생-한놈만죽인다'와 김나정 작, 오경택 연출의 '상자 속 흡혈귀'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다르지만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 ⓒNewstage
- 파닥거리는 신선한 연출

A팀의 첫 번 째 무대는 김한내 연출의 연극 '동창생-한놈만죽인다'이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 이난영과 작업한 이 작품은 달콤 살벌한 동창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연극 '동창생-한놈만죽인다'는 지하실에 초대된 네 사람 중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에 생존경쟁에 뛰어드는 동창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연극의 가장 큰 포인트는 극적인 '반전'에 있다. 갈등이 최고점을 칠 때, 이야기는 반전으로 이 모든 상황을 뒤집어 엎는다. 초반에 일상적 대화와 모습에서 보여지는 어색한 분위기와 밋밋한 구성은 단 하나의 극적 반전을 위해서 자제한다. 이 작품은 연극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물들의 깊은 내면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 평범함에서 짙은 갈등의 상황으로 고조시켰다. 다음 스테이지는 연극 '상자 속 흡혈귀'이다. 극단 이안의 대표로 서울연극올림픽 공모선정작 '로베르토 쥬코', '비정규 식량분배자' 등에서 연출의 힘을 보여준 오경택 연출이 만든 기대작이다. 연극 '상자 속 흡혈귀'는 흡혈귀보다 더 흡혈귀 같은 이기적인 인간 사회를 인간적이고 아이러니한 웃음으로 풀어나간다. 이 작품은 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삶의 소소한 웃음을 전달, 잦은 극 전환에도 막과 막을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치밀한 구성을 보여줬다. 또한 소외계층의 현실을 담고 있는 작품의 주제의식도 잘 그려냈다. 오경택 연출의 독특한 개성이 잘 드러낸 완성도 높은 또 한 편의 격정의 드라마였다.

▲ ⓒNewstage
- 당신의 마음을 투영하는 그것은 '거울'

거울은 많은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중 나르시시즘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시 말하면 '자기사랑'이다. 두 연극은 모두 무대 천장에 비스듬히 걸린 '거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직사각형의 '거울'은 무대에서 자행되는 일련의 사건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보는 듯하다. '거울'은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두 연극의 공통 주제를 돌이켜 마주하게 한다. '거울'은 '자기사랑'을 내제하는 '복수'에 대한 상징체인 것이다. '자기사랑' 없이 복수는 성립되기 어렵다. 관객들은 거울을 통해 그들의 비밀한 속내를 엿본다. 연극 '동창생-한놈만죽인다'의 엔딩 장면에서는 거울 효과를 십분 살려 밝혀진 사건의 전말을 더욱 극대화시켰으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인간 본성의 진실을 거울로 비춰본다'는 콘셉트는 신선함을 안겨줬다. 연극 '상자 속 흡혈귀'에서의 '거울'은 저녁에 활동하는 흡혈귀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삶'을 그린만큼 어두운 밤이 배경이 된다. 이 연극은 강가에 비치는 달의 강렬함을 소외된 인간들의 슬픔을 극대화하는 소재로 사용, 대사에서도 수차례 언급했다. 여기서 강가에 비추는 달은 치졸한 인간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애잔한 마음을 고조시키는 거울과도 대칭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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