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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나를 소매치기 만들더니 이번에는 마약밀매범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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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나를 소매치기 만들더니 이번에는 마약밀매범이냐"

첫 공판부터 '혈전'…"표적 수사"vs"증거 있냐"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와 검찰이 첫 공판부터 혈전을 벌였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우진 부장검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검찰의 자료 송부, 검찰의 증인 심문 문항, 변호인의 반박 심문, 차기 재판 기일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말싸움을 벌였다.

이미 검찰과 변호인단은 공판준비 기일만 3번 열면서 신경전을 벌여온 상태. 또 한 전 총리가 총리공관 뇌물 수수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지 8개월 만에 다시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 '보복 기소' 논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검찰과 변호인은 서로의 말을 끊고 발언을 거듭하는 등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한명숙 "검찰 표적 수사" vs 검찰 "증거대라" 발끈

한명숙 전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검찰의 기소가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한 전 총리는 "이번 사건은 지난번 무죄판결에 대한 보복수사"라며 "검찰이 노리는 것은 하나가 안 되면 다시 새로운 혐의와 다른 건의 조작을 통해 끊임 없이 저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부패와 비리의 상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지금 이렇듯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검찰공화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표적으로 노리는 것은 한명숙 개인이 아니다. 검찰은 수사의 이름을 빈 정치탄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번의 부당한 기소를 겪으면서 저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다"고 말하며 목이 메어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검찰은 지난번에는 나를 의자 위에 올려놓은 돈을 가져간 소매치기처럼 만들더니 이번에는 마약밀수범처럼 길거리에서 몰래 돈을 받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내가 국회 회기중 훤한 대낮에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도 없이 직접 차를 운전해 지역구로 가서 도로변에서 돈 가방을 건네 받았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써도 어느정도 현실성 있게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는 "살아온 날의 모두를 걸고 양심과 진실만을 말할 것"이라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이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마무리했다.

한 전 총리의 모두 진술에 검찰은 "표적수사로 몰아가는데 그런 사실을 주장할 때는 근거를 대주시면 감사하겠다"면서 "법정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곳이지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닌만큼 정치적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반발했다. 이에 변호인단도 지지 않고 "피고인의 입장은 피력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피고인의 발언 하나하나에 끊임없이 말싸움을 벌이면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 전 총리를 대신해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모 씨는 "현금 2500만 원과 카드를 받은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받은 일일 뿐, 한 전 총리의 정치활동과는 무관하다"고 진술했다.

검찰 "한화와 달러 등 9억 여원 받아" vs 변호인단 "증거 제공 불충분"

검찰은 2007년 3월 "대통령 후보 경선비용을 지원하겠다"는 H사 대표 한모 씨의 제의를 받고 5만 달러와 현금 1억5000만 원을 받는 등 3회에 걸쳐 미화 32만7500달러와 현금 4억8000만 원, 1억 원권 자기앞수표 1장을 챙긴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검찰은 H사의 경리부장을 맡았던 정모 씨를 증인으로 내세워 H사의 장부, 돈을 전달한 구체적인 방법, 자금의 출처와 흐름 등을 물으며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거듭 "아무리 조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검찰이 지나치게 유도심문을 해 반박이 불가능하다"고 문제제기하며 검찰과 신경전을 이어갔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실체적인 반박 심문이 불가능하다"면서 이날 정모 씨에 대한 반박 심문은 개략적인 사실 확인을 하는데 그치고 오는 20일 H사 대표 한모 씨에 대한 심문 이후 다시 재판을 열어 정모 씨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또다시 검찰은 "수사자료 등 이미 상당한 자료를 제공했다. 과연 변호인단이 증인을 재소환에 어떤 내용을 물을지 궁금하다"며 반발해 또 말싸움을 벌였다.

이들의 말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판사는 "양측이 하나하나에 너무 민감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여느 재판보다 예민한 사안인 것은 분명하나 시시비비는 되도록 본안에 집중해서 가렸으면 한다"고 양측을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유시민 전 복건복지부 장관 등 민주당, 국민참여당 인사들과 한명숙 전 총리 지지자들이 다수 참석해 방청했다. 몇몇 방청객은 향후 재판 기일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검찰의 발언에 야유를 보내 검찰의 항의와 재판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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