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이 1일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신청을 마감했다.
종합편성채널에는 조선일보(채널명:CSTV),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에이), 매일경제(MBS). 한국경제(HUB) 등 그간 종편 진출 의지를 밝혀온 언론사와 태광그룹(CUN)이 신청서를 냈다.
신규 보도 전문채널에는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CBS(뉴스온), 헤럴드미디어(HTV), 머니투데이(MTNews), 서울신문(SNN) 등 5개 사업자가 각각 컨소시엄을 만들어 신청서를 제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만간 심사 규칙을 확정해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연내에 종편과 신규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허가증을 배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말부터는 새로운 종편 사업자가 방송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최시중 "80점만 넘으면" … 신청자 모두 허가?
그러나 종편 사업자들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 방통위가 '다수의 사업자를 허가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이들 사업자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최시중 위원장은 3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절대평가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수에 제한없이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수에 제한 없이 허가하고, 80점 이상이 없을 때는 하나도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종편 채널이 다수 등장할 경우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너무 많이 나오면 방송 시장을 비롯한 미디어 전체 구조가 새로 탄생되는 빅뱅 구도가 될 것"이라면서 "절대평가를 할 때 모든 정보를 공개해 각 기업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고, 시장의 자율에 맡겨 미디어 업계의 새로운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나라당에서는 정병국 의원이 "종편에 뛰어들었다가 망하는 것은 그 사람들 책임"이라고 말하는 등 다수의 사업자를 선정할 가능성에 관한 언급이 잦았으나 최 위원장이 "시장 자율"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신청한 사업자를 모두 허가하는 식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정병국 의원 등의 발언은 있었지만 최시중 위원장이 '시장 자율' 등을 언급한 것이 의미심장하다"며 "방통위가 신청한 사업자 전체에게 허가를 내주는 쪽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숙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방통위가 원래 설정했던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는 정책 목표와는 괴리가 있지만 '정책 기관'으로서 안전장치가 필요한 방통위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되는 듯하다"며 "지금 방통위로서는 다수를 선정해서 사업자들이 알아서 도태되거나 살아남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커트라인 80점이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식의 반응도 있으나 '정치적 고려'가 반영될 '정성평가' 항목이 많은데다 방통위가 낸 심사 계획을 두고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 마당이다.
"미디어 시장 유혈 사태 난다 …군소 매체 더 큰 타격"
문제는 종편 사업자가 다수 등장할 경우 전체 미디어 환경에 미칠 영향력이 만만치 않게 된다는 점이다. 종편채널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이는 지상파 방송 뿐 아니라 특히 군소 매체나 그간 케이블방송에 프로그램을 공급해온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타격이 크리라는 전망이다.
조준상 소장은 "방통위가 2개를 허가하든 5개를 허가하든 종편 사업자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타 매체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대표적으로는 PP산업이 붕괴할 것이고 종편을 갖지 않은 신문이나 MBC나 SBS 등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아마 미디어시장은 유혈이 낭자한 아사리판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인숙 교수는 "기존 방송사의 재무표를 보면 자본금과 매출액이 1:1을 이루는 경향이 많다. 자본금이 1조 원이라면 연 매출도 1조원이 되는 식"이라며 "그럼 종편 사업자들이 5000억 원 자본금을 마련한다면 그 수준의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 과연 현재 광고 시장에서 모든 사업들이 이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정 교수는 "결국 각 언론사들이 기업들에게 광고를 강제로 할당해 기업들만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것 같다"며 "최근 발표된 광고경기예측지수(KAI)를 보면 광고주들은 향후 광고비 지출을 확대하기보다 감소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기업들만 내몰리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봤다.
다수 허가하며 종편만 특혜? …시민사회 "위헌 소송 낼 것"
종편 사업자가 다수 선정될 경우 신규 사업자 간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종편 진출을 준비하는 한 언론사의 관계자는 "만약 방통위가 대부분의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준다고 해도 '중도 포기'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 경영진에서는 '수익성'을 두고 검토하겠지만 이미 억대의 자금이 들어간데다 다들 '나만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끝까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수의 사업자가 선정되어 사업성이 불투명해진다면 이들의 특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황금 채널' 배정 문제와 KBS 수신료와 광고 수준 문제, 각종 지상파와의 비대칭 규제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 사업자를 선정하게 되면 '특혜'를 주기도 쉽지 않고 이미 "시장 자율"을 언급하는 최 위원장이 이들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도 논리적 모순이기도 하다.
시민사회는 종편에 대한 특혜, 비대칭 규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디어행동은 1일 '위헌, 위법 종편승인 신청 인정할수 없다' 기자회견을 열어 종편과 지상파 간의 규제 불균형에 대해 위헌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조준상 소장은 "지난주 방통위의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송도균 상임위원은 종편과 지상파가 같은 범주의 경쟁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며 "앞으로 특혜에 가까운 규제 불균형 문제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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