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자는 18일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측 협상단이 요구하는 SAT(미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과 인터넷 교육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일 웬디 커틀러 미국측 협상대표는 "한국의 공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교육서비스와 SAT 등의 시장접근에는 관심이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SAT가 도입될 경우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 내정자는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FTA를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은 아끼면서도 교육시장의 현안인 SAT 문제에 대해선 신중론을 주장했다.
그는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체제에는 우리 문화와 국적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만약 SAT가 그대로 도입될 경우 아마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미국은 한국의 공교육 체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표명했으나 실제로는 사교육을 노리고 있다"면서 "만약 SAT가 도입된다면 그 이후에는 현재 독점적으로 치뤄지는 수능시험이 자유시장 경쟁원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SAT의 주관사가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기구에 제소하려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의원이 "현재 초중고 교육이 수능을 대비하는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SAT가 수입되면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하자 김 내정자는 "그런 면에서 특히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되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고 답해 동의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는 "교육 문제에서만큼은 한미 FTA 협상 중지를 요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육 부분은 시급히 개방해야 할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뒤로 처져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가 시한에 쫓겨서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사학법 재개정 어떤 의견 냈냐" 질문에 진땀
김 내정자는 이어 "사학법 재개정 논의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책실장으로서 어떤 정책을 건의했느냐"는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의 질문에 진땀을 뺐다.
김 내정자는 "대통령께 강하게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으나 주 의원은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정책실장이 어떤 의견을 냈을 것 아니냐"며 분명하게 말하라고 추궁했다.
김 내정자는 "여야 지도부의 의견을 전달했고, 재개정 부분은 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얼버무렸으나, 사학법에 문제가 있는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거듭된 요구에 ""사학법의 전반적 기조에 대해서는 맞다는 입장이나 유치원 부분은 재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내정자는 "사학법 문제는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인만큼 국회에서 잘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대 법인화 · 대학구조개혁 등 탄력 받을 듯
한편 김병준 후보자가 이날 학제개편 문제를 공론화 한 점도 주목된다. 그는 현행 6-3-3-4학년제인 학제 변경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서든 행정부 차원에서든 공론화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또한 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평가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그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국립대 법인화와 대학 구조개혁 등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임을 나타냈다.
그는 '대학 교육을 발전시킬 방안을 제시하라'는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의 질문에 "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성장의 축인 기업과 산업에 벨트를 걸고 가야 하는데 현재 산학을 잇는 벨트가 끊어져 있다"며 "대학이 성장의 축에 벨트를 걸어야 하고 산학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내정자는 "학교 전체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해서 대학의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산학협력을 실질화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이 "산학연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초과학이나 인문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기초부분은 산학 연계까지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내정자는 한편 청문위원들의 질의가 끝난 뒤 신상발언을 통해 "(나의 교육부총리 임명과 관련해) 보도되는 자료의 양과 강한 기자정신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언론의 공격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의) 국정의 총괄적인 책임에 관해선 송구스러운 마음이다"면서 "부덕함을 또 한번 느끼고 가슴 깊이 담으면서 앞으로 (참여정부 남은 임기인) 1년6개월 동안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역량과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김병준 감싸기'에 의기투합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교육위는 1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회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부적격 내용을 소수 의견으로 첨부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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