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200여 명을 태운 여객선은 이날 오후 3시께 연평도를 출발해 오후 5시10분께 연안부두에 도착했지만, 미처 배를 타지 못한 주민들도 개인 소유의 어선을 이용해 속속 인천으로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개인 어선을 통해 인천 연안여객터미널 부두로 들어오는 연평도 주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연안부두 인근 현대유람선 선착장에서 만난 어민 박재원(45) 씨는 "조업 중에 포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놀라 황급히 집에 들어갔더니,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다"며 "일단 먼저 빠져나왔지만, 아직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애를 태웠다.
박 씨는 꽃게잡이 어선 '원양호'의 선원으로, 조업 중이던 오후 3시께 마을에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어민들 모두 흩어져 각자 집으로 돌아갔지만, 박 씨만이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시는데, 포탄이 바다 쪽으로 많이 떨어져 다친 곳은 없는지 염려가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처 가족을 만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것은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김모(63) 씨는 "1시간 째 부두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부상자 명단엔 없는 것 같지만, 잘 있는지 어느 배로 오는지 몰라 애가 탄다"며 울먹였다.
스무살 때 대청도로 시집을 간 이후 쭉 연평도에서 살아왔다는 김 씨는 세 번의 군사 교전을 목격하면서 심장병까지 얻어 섬 밖으로 이사했지만, '연평도를 떠날 수 없다'며 남은 남편은 이번 교전까지 목격해야 했다. 김 씨는 "병원 치료 때문에 연평도를 떠났는데, 세 준 집에 불까지 났다고 한다"며 "집이야 불타도 상관없지만 매번 공포 속에 살아야하는 연평도 주민은 무슨 죄가 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인천으로 들어온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지갑만 든 채 슬리퍼 차림으로 배를 탄 주민 유영아(49) 씨는 "농협에 가려고 지갑만 들고 나왔는데,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 황급히 배를 탔다"며 "가족들은 함께 왔지만, 집이 멀쩡한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유 씨는 이어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다 봤는데, 화가 나는 걸 떠나서 너무 당황스럽다"며 "집이 촘촘히 붙어있는 상황이라 불이라도 옮겨 붙진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오후 8시께 어선 '2002 명랑호'를 타고 연안부두로 들어온 신형근 선장은 "바로 앞집이 포탄에 맞아 불탔다"며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지금 연평도는 완전히 불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오후 연평도에 주민 긴급 대피령이 떨어지고 인천 일대에 최고 수준의 비상령인 '갑호 비상령'이 발호되면서, 일단 추이를 지켜보자는 주민들까지도 속속 연평도를 빠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인천과 연평도를 오가는 배는 하루 한 편이 전부지만, 개인 어선을 통해 주민들이 섬을 빠져나오고 있고 이날 밤 한 척의 여객선이 더 도착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취재진 역시 연안부두로 몰리고 있다.
이날 연안부두를 찾은 송영길 인천시장은 "주민들이 다쳤을까봐 걱정되고, 이런 상황이 초래돼 안타깝다"고 연평도 주민들을 위로했다.
한편, 오후 8시30분 현재 연안부두에는 소방차 20대와 소방관 100여 명, 구호 물품 등을 실은 배가 연평도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이며 24일 오전 2~3시 경연평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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