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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노무현-이명박 정권은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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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 FTA, 노무현-이명박 정권은 '닮은 꼴'

[김영호의 사자후]<33> 졸속·밀실·굴욕 협상은 계속된다?

이명박 정권이 전임 노무현 정권을 매도하는 것을 보면 상극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두 정권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이는 모습은 너무나 닮았다. 국민적 논의도, 국회와 협의도 무시한 채 졸속-밀실협상을 일관하면서 내용은 기밀에 부치는 꼴이 매우 흡사하다. 국민여론은 안중에 없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굴욕적인 협상자세 또한 유사하다. 국민과 국회를 향해 너희가 뭘 알려고 하느냐는 독선적-고압적인 태도도 닮았다. 너희가 왜 국익이나 주권을 따지느냐는 투이다.

자동차, 이게 무슨 '자유' 무역협정인가

경제침체로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급했던 모양이다.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FTA를 서둘러 매듭지으려했던 데서 다급함이 엿보인다. 이명박 정권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을 벌이면서도 어디서 무엇을 논의하는지조차 기밀로 붙였다. 쇠고기와 자동차가 협상대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괄적인 내용조차 공개를 거부했다. 왜 G20 정상회담 이전에 협상이 결렬됐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질의를 통해 윤곽이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부문은 더 이상 양보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자동차에 관해 사실상 재협상을 진행하다가 이견이 커서 결렬됐던 모양이다.

미국의 요구는 한 마디로 자국의 시장은 당초 협정보다 더 닫을 테니 한국은 시장을 활짝 열라는 내용이다. 당초 한국은 자동차 관세 8%를 즉시 철폐하고 2단계인 개별소비세도 3년내 세율구간을 없애 5%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또 자동차세도 5단계를 3단계로 축소한다. 반면에 미국은 관세를 10년에 걸쳐 없애기로 했다. 즉 부품과 3000cc 이하 승용차는 관세 2.5%를 즉시철폐하고, 3000cc 이상 승용차는 관세 2.5%를 3년내 철폐하기로 했다. 픽업트럭 관세 25%는 10년간 균등하게 나눠 철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세철폐기간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요구라고 한다.

또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안전기준과 환경기준을 예외로 인정하고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할 경우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겠다고 한다. 또한 자동차 원산지 규정의 역내포함비율을 높일 것도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품의 국내조달비율을 높여야 한국산으로 인정한다니 값싼 외국산을 못 쓰게 하겠다는 소리다. 자동차 부문을 실질적으로 재협상했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김종훈 본부장이 추가협의니, 실무협의니 하는 따위의 말장난으로 문제의 중요성-심각성을 호도했다. 자동차만 본다면 이 게 무슨 자유무역협정인가?

노무현 정권부터 한미 FTA 협상주역인 김종훈 본부장은 불평등 독소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될 때마다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고 큰 소리쳐왔다. 비판여론에 대해서는 재협상은 절대로 없다며 수용불가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해 왔던 것이다. 그런 그가 미국의 이익에는 민첩하게 행동하며 협정의 본질적 내용을 수정하는 재협상을 벌리면서도 국민에게는 협상내용조차 거의 알리지 않았다. 국익과 주권은 뒷전에 두고 미국의 강압적 요구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다.

각 분야마다 독소 조항 '수두룩'

한미 FTA는 단순히 역내상품교역의 자유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포괄적 경제통합으로서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뜻한다. 협정에 맞춰 법령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수십개의 관련법을 개폐해야 하고 이에 따라 경제제도-사회체제에 일대변혁이 일어난다. 비준동의안 문서가 무려 2526쪽이나 된다. 이 내용이 방대하고 난해하며 전문적이다. 이 중에는 국민경제-사회생활에 파괴적인 악영향을 미칠 독소내용이 수두룩하다.

한미 FTA에 따라 쌀, 양파, 고추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축산물이 개방된다. 1531개 품목 중에 537개 품목은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추계만으로도 15년간 10조465억 원의 생산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식량자급률이 25%선에 불과한 현실에서 추가개방은 농촌붕괴로 이어진다. 식량주권 포기에 따라 340만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식량민족주의가 회귀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를 지키지 않겠다는 소리다. 식량안보 없이 국가독립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묻고 싶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은 미국 투자자한테 한국법에 대한 초월적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투자자가 정부정책이 협정을 위반하여 손해를 보거나 기대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내법원을 떠나서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분쟁중재센터에도 제소할 수 있다. 국내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제소대상으로 삼는다. 미국기업이 국가정책을 간섭하고 국제분쟁으로 가져간다니 이것은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미국 투자자의 이익이 국가의 공공정책과 법률체계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헌법위반에 해당한다.

섬유수출이 날개를 달 듯 떠들었지만 소리만 요란했다. 1598개 품목 중에서 관세즉시철폐품목은 200여 개 이고 원산지 완화품목도 20여 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대가는 우회수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정보를 미국세관에 정기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경영진-종업원의 인적사항, 노동시간, 임금내역, 시설장치, 바이어명단 등등을 경영기밀까지 말이다. 여기에다 미국세관이 사전고지 없이 수출기업의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것은 기업경영 기본권의 침해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정책은 교역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신약 특허권 연장과 함께 약가산정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의 이의신청을 보장했다. 정책결정권을 포기하고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나 협상 당시 국회는 강 건너 불처럼 여겼다. 막상 미국은 민주당 하원의원 12명이 국민건강권보다는 특허연장에 역점을 둔 협상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조달시장을 개방하면서 미국의 주정부는 예외로 하고 있다. 명백한 불평등 협상이다. 저작권 보호기간 50년을 70년으로의 연장도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다.

시작부터 졸속-밀실 협상 '한미 FTA'

노 정권이 이런 의미의 심각성-파괴성을 인식했는지 몰라도 2005년 6월 불쑥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그것도 협상개시 전에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라고 해서 양국간의 핵심적인 통상현안을 미리 양보해 버렸다.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건강보험약가 현행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적용 예외 등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서울이 아닌 워싱턴에서 발표했다. 제나라 국회의 권위는 존중하지 않으면서 미국 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국제협상이란 상대에 따라 유효한 전략이 필수적이다. 양보를 최소화하는 한편 요구를 최대화함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보에도 단계가 있고 수순이 있어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상대가 우월자라면 현실적으로 비대칭 협상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략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한미 FTA 협상을 보면 국익을 망각한 채 전략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양보만 거듭했다.

국민적 논의도, 국회와 협의도 거치지 않고 협상개시를 불시에 선언했으니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드셀 수밖에 없었다.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했다.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하자 폭력시위라며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협상장 주변에는 시위대보다 훨씬 많은 전경을 풀어 곤봉과 방패로 집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곤 했다. 그것도 미국 대표단 앞에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탄압했다. 막상 원정시위대가 미국에 가서 반대의사를 표현했으나 자유로운 시위를 보장했다.

일반 국민이야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노무현 정권이 국민적 논의도, 국회와 협의도 무시한 채 졸속-밀실협상을 벌리면서 내용공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영문으로 된 협정문의 일부를 그것도 소수의 국회의원에게만 잠시 열람하도록 허용했을 뿐이다. 복사도 필기도 금지했다. 국민은 물론이고 국회에게도 알리지 않고 협정을 체결했던 것이다. 그리곤 내용을 단순화해서 소비자 혜택이 는다느니 중소기업 수출이 증가한다느니 하는 따위의 기만적인 홍보에 무려 165억 원을 퍼부었다. 반면에 반대광고와 반대시위를 폭력적으로 봉쇄했다.

노무현-이명박 정권, 한미 FTA에선 닮은 꼴

노무현-이명박 두 정권은 국회비준을 두 나라의 정치일정조차 무시하고 밀어붙인 꼴도 너무 닮았었다. 노 정권은 2007년 12월 대선에 이은 2008년 4월 총선이란 정치일정은 안중에도 없이 FTA 타령만 늘어놓았다. 이명박 정권 또한 취임 전부터 16대 국회의 임기종료와 미국의 정치일정을 아랑곳 하지 않고 국회비준을 닥달했다. 미국은 2008년 11월 4일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르기 때문에 의회 회기가 9월 26일 끝나도록 잡혀 있었다. 정치일정상 비준동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데 한국이 먼저 비준안을 동의해서 미국을 압박한다는 유치한 발상에 매달렸던 것이다. 이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를 무차별 수입개방함으로써 촛불시위에 불길을 당긴 것도 이런 잘못된 외교전략에서 비롯됐다.

한미 FTA는 처음부터 국민도 국회도 배제한 채 독단적-독선적으로 추진된 불평등 협정이다. 차제에 자동차에만 국한하지 말고 불평등 독소조항을 모두 제거하는 전면적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국익을 도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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