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따르면, 지난 8일 이 단체 주최로 서울 예장동에서 열린 '이곳만은 지키자-2010년 보전대상지 시민공모전' 시상식에서 환경부·국토해양부 고위급 간부들이 수상 대상 중 일부가 4대강 사업 구간에 해당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은 공모전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보전 가치가 높은 자연 환경을 공모해 매년 보전 대상지로 지정하는 환경상의 일종이다. 올해는 경기 여주 남한강 여강길(산림청장상)과 충북 충주 남한강 비내늪(내셔널트러스트상) 등 4대강 사업 구간 2곳을 포함한 총 5곳이 보전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시상식은 환경부·국토해양부·산림청이 상금 일부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해당 부처 간부들이 '환경부장관상', '산림청장상' 등 각 부처의 이름을 딴 상을 시상해 왔다. 부처 당 200만 원씩 상금 일부를 후원해 왔지만, 심사는 서류·현장 심사와 네티즌 투표 등 전적으로 시민·전문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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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 시상을 하려온 환경부 과장급 간부는 "4대강 지역이 포함돼 있어 시상하기 어렵다"는 말을 주최 측에 남기고 시상 전 자리를 떴다.
국토해양부의 국장급 간부 역시 시상식이 끝날 무렵 별도의 발언권을 요청해 "정부 입장과 상충되는 사안에 해당 장관의 이름을 붙여 상을 주면 곤란하다"며 4대강 사업 구간이 보전 대상지로 선정된 것에 대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 간부는 또 수상을 하러 온 참가자들을 향해 "정부의 개발 행위가 여러분의 가치관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부가 자연을 파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입장과 다른 것을 알릴 때는 정부 이름을 담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간부들의 이 같은 태도에, 행사 주최 측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간 심사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정부가 수상지에 4대강 사업 구간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지나친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시민단체가 주인인 행사에 와서 정부 관계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일종의 월권 행위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극도의 예민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이어 "4대강 사업 구간인 여강길과 비내늪은 환경부·국토해양부와 상관없는 산림청장상과 내셔널트러스트상 수상 지역이었다"며 "자신들이 주는 상과 상관도 없는 상을 걸고 넘어지며 '정부 입장과 상충'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강길은 경기도 여주군 신륵사에서 섬강 합류점까지 남한강을 따라가는 55㎞의 탐방로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강천보가 여강길 구간인 이호대교 상류에 건설되면서, 지난 3월부터 탐방로의 4분의1인 12㎞가량이 끊어졌다.
충북 충주 남한강에 위치한 비내늪은 갈대숲과 여울이 어우러져 천혜의 생태계를 이룬 습지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와 흰목물떼새가 서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한강살리기사업 7공구에 이 습지가 포함되면서, 상류 일부가 준설 작업으로 훼손되기도 했다.
충청북도 4대강 검증위원회 역시 지난달 27일 "비내늪 일대의 멸종위기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서식지 보존을 위해 하중도와 샛강을 설치하고 준설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시상을 거부하고 자리를 뜬 해당 환경부 간부는 "정부가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사업 중인 지역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향후 훼손될 지역으로 보고 보전 대상지로 선정한 것이 본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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