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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가보니…장갑차부터 G20 산성, '쥐덫'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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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코엑스 가보니…장갑차부터 G20 산성, '쥐덫'까지

[르포] '쥐20' 진풍경, '철옹성' 된 삼성동 코엑스

날씨는 조금 풀렸지만, 경비는 더욱 삼엄해졌다. 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 오전. 평소 직장인들과 쇼핑을 하려는 젊은이들로 붐비던 삼성동 코엑스는 마치 '요새'처럼 변해있었다.

"오늘부터는 ID카드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습니다."

코엑스 내부로 들어가려는 기자를 진행 요원이 가로막았다. 이날부터 본 행사장인 코엑스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동문, 서문, 남문, 북문 등 모든 출입구를 '뚫어' 봤지만 닫혀있거나 커다란 크기의 보안 검색대가 '한정된' 손님만을 맞고 있을 뿐이었다.

출입증이 있는 사람도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얼굴 인식기, 금속 탐지기 검색까지 마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ID카드를 당당하게 내밀지 못하는 스스로가 왠지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 코엑스 입구에 설치된 보안 검색대. ID카드를 가진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G20 요새' 된 코엑스…장갑차에 총 든 군인까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경찰특공대의 거대한 장갑차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총을 든 특공대원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도심에서 장갑차를 볼 수 있는 곳은 미국 대사관과 전쟁기념관 외엔 이곳밖에 없으리라. 점심 식사를 위해 건물 밖으로 나온 직장인들이 신기한 듯 장갑차와 그 안의 특공대원을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댔다.

한 쪽 구석에선 코엑스 안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이 진행되고 있었다. 5명 남짓의 경찰이 트렁크를 열고 폭발물 탐지기를 들이댔다. 이 정도는 '보통'이다. 코엑스로 향하는 우편물은 엑스레이 등 모두 4번의 검색을 거치고 나서야 반입이 가능하고, 일반 택배의 경우 삼성동과 대치동 일대 통제 구역에는 배달조차 안 된다.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서모(34) 씨는 "밥 한 끼 먹기 위해 검색대를 2번 통과했다"며 "초등학교는 등교 시간도 미뤄준다는데, 직장인 점심시간도 늘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농을 쳤다. 그는 "출퇴근 때도 그렇고 잠깐 건물 드나들 때도 길게 줄을 서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코엑스 인근에 세워진 경찰특공대의 장갑차. ⓒ프레시안(선명수)

▲ 경찰들이 코엑스로 들어가는 차를 수색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울상 짓는 상인들 "말이 좋아 '자율 영업'이지…"

건물을 빙 돌아 지하 '코엑스 몰'에 들어섰다. 소문처럼 문을 닫은 점포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손님은 꽤 줄어있었다. 약간의 주관성을 보태자면, '손님'은 몇 가지 기준으로 나뉘어 있었다. ID카드를 목에 맨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그리하여, 코엑스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앞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그리고 무전기를 들고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매상을 올려주는 '진짜' 손님이 줄어들면서, 소규모 점포들은 울상이 됐다. 코엑스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오늘 저녁까지만 문 열고 내일부터는 장사 안 하려고 한다"며 "G20도 좋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손해도 이만한 손해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음 주면 다시 회복되겠지만, 코엑스몰에서 장사를 안 한다는 소문이 퍼져 이미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역시 작은 화장품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은 "말이 좋아 '자율 영업'이지, 내일부턴 코엑스 근처엔 사람들이 얼씬도 못한다고 하는데, 문 열어도 장사가 안 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정상회의 기간의 영업을 점주들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지만, 회의 당일인 11~12일엔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는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하루 평균 10만 명의 유동인구를 맞이하던 평소에 비하면 매출이 바닥을 칠 것이 불보듯 빤하기 때문. 여기에 1만여 명에 가까운 수행원과 경호원, 취재진을 수용할 식당을 행사장 내에 별도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푸드코트나 식당가마저도 손님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울상 짓는 것은 소규모 점포들만이 아니다. 대형 서점과 영화관, 프랜차이즈 음식점 역시 줄줄이 문을 닫는다. 대형 서점인 '반디앤루니스' 역시 11~12일 양일 간 휴점한다. 1988년 문을 연 이후 23년 만에 처음 있는 휴점이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만 2만여 명, 평일 평균 매출은 7000만 원에 달한다지만, 속내야 어쨌든 이 서점도 커다란 크기의 현수막을 휴점 안내판 옆에 붙여 놨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합니다."

▲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 휴무 안내판 오른편에 G20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그물망' 경비…경찰 전체 병력 41% 코엑스로 몰려

경찰은 지난 주말 가장 높은 수준의 비상령인 '갑호비상'을 내린 데 이어, 8일부터는 테러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심각' 단계는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대테러위원회'가 설치된 후 처음 내려진 조치다. 코엑스 인근에 깔린 병력만 총 5만여 명으로, 전체 경찰 병력(12만3000여 명)의 41% 이르는 수준이다.

▲ 코엑스 앞에 들어선 철제 펜스. 시위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뉴시스
이날 코엑스 인근은 '계엄 선포 전이나 대규모 집단 사태로 치안 상황이 불안할 때'나 내린다는 '갑호비상령'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완전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이 회의장 주변을 돌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고, 삼성역 곳곳에선 무전기를 든 사복경찰이 늘어서 있었다. 코엑스와 봉은사 쪽으로 난 출구 일부는 폐쇄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새벽엔 회의장 앞 영동대로에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2m 높이의 녹색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총 길이 800m로, 경찰은 이날 밤~내일 새벽 중에 1200m를 추가로 설치해 회의장 전면을 둘러쌀 방침이다. 아셈타워와 무역센터 등 회의장 주변 건물들까지 모두 포괄하는 구역이다.

외근을 나가는 길이라는 직장인 황모(37) 씨가 "이젠 별걸 다 하네…재밌네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걸음을 재촉했다. 펜스 앞을 지나던 한 학생도 "이야~이게 그 G20 산성이구나"라며 신기한 듯 소리를 질렀다.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1일부터는 이 펜스 내부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인도에서의 검문·검색도 시작될 예정이다. 경찰은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이날 시위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 삼성역 6번 출구에 차단벽을 설치한 경찰이 성능을 시험해보고 있다. 코엑스 방향으로 난 이 출구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게 폐쇄됐다. ⓒ프레시안(선명수)

'쥐(G) 그림'은 '시작'이었다…'가짜 돌담'에 '쥐덫'까지 등장

이날 시민들은 난생 처음 보는 '철통' 경비에 당황하면서도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무역센터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G20도 좋고 경호도 좋지만 좀 과한 것 같다"며 "외국인들한테 잘 보인다고 세금 낸 사람들도 죄인 다루듯 검문한다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삼성역 인근에서 일한다는 직장인 신모(29) 씨는 "G20 시작하기 전에도 이 야단법석인데, 내일부터는 아주 서울이 예쁘고 깨끗해지겠다"며 "길거리 구석에 숨어서 담배 피우기도 죄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코엑스 인근에선 방호벽 설치와 동시에 도로 물청소가 진행됐다. 영동대로 인근 경기고등학교의 콘크리트 옹벽은 '전통 돌담'으로 탈바꿈했다. '진짜'가 아니라 '그림'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기와 돌담으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벽화를 '그려 넣었다'.

▲ '전통 돌담'으로 바뀐 경기고 옹벽. '진짜'가 아니라 '그림'이다. 뒤쪽으로 채색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G20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었다가 구속 영장까지 청구됐던 한 시간강사의 낙서, 혹은 '그래피티 아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믿거나 말거나, 코엑스 주변엔 80개의 '쥐덫'이 등장했다. 9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주변 음식점이나 봉은사 뒷산에서 쥐가 숨어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코엑스 둘레 요소요소마다 80여 개의 쥐덫을 배치하는 등 이달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첨단 방역기계를 동원한 방제 작업을 끝냈다". '쥐(G)20'을 앞둔 진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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