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국인들의 휴대전화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2252명에게 전화로 물은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들 중 65%는 잠을 잘 때도 휴대전화를 몸에 지니고 자거나 침대 부근에 두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세대인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응답자들의 경우 90%가 잠을 잘 때도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나타나 젊은이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올해 초 미국 매릴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에서 20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대학생들의 의존도가 높은 수준을 넘어 거의 중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스마트폰,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모든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실험에 참가한 많은 대학생들이 실험 기간 동안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느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얼마나 많이 길들여져 있고 의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다.
이번 실험에 참가했던 한 학생은 "실험에 참가하는 동안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고, "실험에 참가한 날도 수 천명이 있는 학교에 갔었지만 실제로는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었다는 느낌을 받았고, 어떤 사람과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소셜 미디어로 대변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디지털 기기가 없이는 소통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이나 미니홈피에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 역시 인간관계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자기만족을 위한 나르시즘적 행위 중 하나에 가깝지 않을까?
소셜 미디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감정 이입과 교류를 기반으로 형성되던 '진실한 관계', '기존의 인간관계'를 축소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진실된 인간관계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돌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이러한 기존의 인간관계를 기계적으로 변형시킨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익명성은 현실세계의 나와 가상세계의 나를 분리시켜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부르기도 한다.
지난 9월, 자신의 룸메이트의 동성애 장면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을 통해 유포해 룸메이트를 결국 자살에 이르게 한 미국 럿커스(Rutgers) 대학의 다런 래비(Dharun Ravi)는 과연 자신의 행위가 이러한 결과를 몰고 올 것을 예상했을까? 아마도 래비는 자신의 행동이 룸메이트를 자살에까지 이르게 할 것 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래비는 자신의 룸메이트 클래맨티(Clementi)의 동성애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는 것이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듯하다. 인터넷을 통한 성적 괴롭힘이 현실 세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시킬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공하는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악용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의 수 많은 사람들과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과 배려, 돌봄을 기반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루어지던 커뮤니케이션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듯 보인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넘쳐나지만 서로의 눈빛을 보며 인간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찾아 보기 힘들다. 수많은 소셜미디어 속에 감정 이입과 돌봄을 기반으로 한 타인과의 연결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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