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열려고 했던 기자회견이 경찰의 물리적 저지로 무산된 사건은 한미 FTA 2차 협상 기간 동안 범국본이 벌이려고 한 각종 시위계획의 이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하지만 범국본은 정부가 계속 경찰을 동원해 물리적인 저지에 나서더라도 예정한 집회와 시위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국민 총궐기 대회' 관심
범국본은 10일부터 14일까지 매일 크고 작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장소는 한미 FTA 협상 장소인 서울 신라호텔 인근과 청와대 주변, 광화문 일대 등이다. 100여 명 안팎이 참여할 각종 결의대회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낮에는 '결의대회' 형식으로, 밤에는 '촛불집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들이 많다.
가장 큰 집회는 오는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한미 FTA 저지 국민 총궐기'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런 호칭에 걸맞게 범국본은 산하 조직의 모든 역량을 이날 집회 준비에 쏟아붓고 있다. 범국본 측은 이날 집회에 최고 10만 명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전국에서 수백 여대의 전세버스가 준비되고 있다.
크고 작은 집회도 있지만 '조용한' 시위도 벌어진다. 참여연대가 주관하는 1인 시위다. 참여연대는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입구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려 했지만, 경찰이 이를 허가하지 않은 상태다. 참여연대는 10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명이 한 시간마다 교대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10일 오전으로 예정된 1인 시위는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지만, 참여연대 측은 1인 시위의 합법성을 주장하며 계속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한미 FTA 저지 국제연대 흐름 확산 시도
협상기간 동안 진행되는 범국본 주관의 각종 시위 프로그램을 소개한 문서에는 '국제연대'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이는 한미 FTA 저지 시위가 국내 시민단체들만의 시위가 아닌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시위로서 보편적인 정당성을 갖고 있음을 과시하는 표현이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FTA 1차 협상 기간에 미국 원정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범국본을 지원했던 미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에서 다수의 관계자들이 최근 입국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지난달 민주노총, 한국노총과 함께 한미 FTA 협상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던 미국노총산별회의(AFL-CIO)와 승리혁신동맹(Change to win Federation)의 대표자들이다.
이들은 방한 기간 동안 우리의 노동계와 함께 '한미 FTA에 대한 양국 노동단체의 대응전략' 등의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이들은 또한 홍준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김종훈 우리측 협상단의 수석대표와도 면담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이수봉 대변인은 "미국 노동계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노동계의 연대활동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연대활동이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달 미국 원정시위 때 모습을 보였던 국제 반전단체 앤서(ANSWER)의 브라이언 베커 대표도 한미 FTA 2차 협상기간 동안 우리나라에 체류한다. 베커 대표는 참여연대가 주관하는 1인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범국본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서 한미 FTA 반대 시위의 국제적 의미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정부-범국본, 기 싸움은 이제 시작
그러나 범국본의 이같은 시위와 집회 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범국본의 각종 활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10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범국본의 기자회견부터 경찰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저지했다. 경찰은 서울 신라호텔 일대를 '특별경계구역'으로 정하고 삼엄한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
더구나 청와대 인근에서는 모든 집회신고에 대해 정부가 금지 통고를 하고 있어, 사실상 12일 '한미 FTA 저지 국민총궐기 대회'를 제외한 범국본의 옥외집회 대부분은 봉쇄된 상황이다.
그러나 범국본은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위법성'과 '부당성'을 지적하며 당초 계획대로 다양한 집회와 시위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정부와 범국본이 연일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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