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중국인민은행이 고시한 미달러 대비 위앤화 환율이 6.6497을 기록했다. 달러-위앤 환율은 9월 이후 연속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2005년 7월 중국의 제2차 환율제도 개혁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중국이 1994년 1월 종래 이중 환율제를 단일화하면서 공정 환율을 5.77위앤에서 8.72위앤으로 상향 조정했음을 감안하면 달러 당 6.6497위앤의 환율은 지난 16년 이래 가장 낮은 상황이다. 시야를 좀 넓혀 국가 경제력 수준과 연계할 경우 위앤화는 역사상 '가장 비싼' 상황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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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제 금융권에서는 향후 위앤화의 평가절상 가속화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위앤화 환율은 단순히 기대감 또는 관측추세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고유의 메커니즘 속에서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위앤화 환율 전망에서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중국이 현실적으로 대미달러 페깅시스템(pegging system)이 아닌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표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위앤화의 대미달러 환율 뿐 아니라 對기타 통화 환율 동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 다음으로 대미 달러 환율의 경우도 환율 흐름 그 자체보다는 환율 변동의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위앤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2010년 중반이후 하락 일변도로 움직여 왔다. 1월 5일 6.8278로 출발 후 6월 중순까지 일정한 흐름을 보였으나 6월 21일(6.8275) 이후 큰 폭의 평가절상을 보여 10월 29일(6.6997)까지 약 2% 평가 절상됐다. 2010년 들어 위앤화의 대유로 환율은 6월 초까지는 평가절상 추세였으나 이후 평가절하로 돌아섰다. 위앤화의 대엔화 환율은 전반적으로 평가절하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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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앤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큰 폭의 변동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위앤화가 주동적으로 강세가 되었다기보다는 미 달러의 평가절하가 위앤화의 평가절상을 이끈 측면이 있다. 최근 미 달러의 평가절하는 위앤화 뿐 아니라 주요국 통화를 평가 절상시켰으나 위앤화의 대미 달러 연계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위앤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 행정부의 압력이 거세지자 중국정부가 '성의' 제스처를 보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9월 8일 미 정부 대표단의 방중 이후 위앤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졌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는 시기에는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성의'를 보여 온 것이 중국의 전통적인 정책 선택이었다.
저변의 요인들
중국경제의 20년 고성장은 통화가치의 지속적 상승을 야기했다. 중국은 1994년 1월을 기해 이중환율제도를 단일환율제도로 전환하면서 공정 환율을 미 달러당 5.77위앤에서 8.72위앤으로 대폭 평가절하(33%) 했고 이때부터 위앤화 저평가 여부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80~1997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98%로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고 1998~2004년 기간은 아시아외환위기, 선진국경제 동시 침체, 사스 발생 등의 악재 속에 7~9%의 고성장을 유지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에도 9%대의 성장이 이어졌다. 선진국은 물론 대부분의 개도국을 상회하는 고성장세 지속으로 위앤화는 장기적으로 평가절상 구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구매력평가설(PPP)을 기준으로 할 경우 위앤화는 구조적 평가절상 요인을 안고 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05년 1,352달러에서 2009년 3,678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유엔개발계획(UNDP)의 '중국인류발전보고'에 따르면 구매력평가기준으로는 2005년에 이미 5천 달러를 상회(5,791달러), 명목환율이 4배 이상 저평가돼 있다. 구매력평가 방식은 '동일' 상품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써 상품과 서비스의 '질'은 고려하지 않아 개도국의 통화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위앤화의 실제 가치가 UNDP의 계산처럼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현행 명목환율 만큼 낮은 수준도 아님은 세계는 물론, 중국에서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국제수지 흑자도 위앤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제수지는 환율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써 국제수지 적자상황에서 외환의 수요가 공급보다 클 경우 자국화폐는 평가 절하되며 그 반대의 상황에서 평가 절상 효과로 이어진다. 중국은 1994년 환율제도 개혁 이래 국제수지가 대폭 흑자상황을 지속해왔으며 특히 연간 외국인직접투자액(FDI)는 종래 500억 달러 수준에서 최근 1천 억 달러 선에 근접하고 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쌍둥이 흑자기조가 장기간 지속돼 대외지불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외환을 보유(외환 보유고 2조 5천억 달러 수준)함으로써 위앤화의 평가절상이 추세화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요인을 살펴보면 앞서 지적한 것처럼 최근 위앤화 초강세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의 압력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이 거세지자 중국정부가 일정부분 성의를 보인 것이나 이 밖에도 다른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깔려있다.
우선 미 달러에 대한 기대감 하락 요인이 있다. 미국은 지속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에 있어 연준리가 추가적인 양적 통화정책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펴져 있다.
다음으로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음도 위앤화 가치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겹쳐 해외자금 유입이 당분간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국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2.50%('10.10.20일부)이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사실상 제로 상태여서 중국으로의 해외자금 유입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 금융권의 8월분 외화 매입액이 올 들어 지난 4월(2,800억 위앤)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2,430억 위앤)을 기록했고 이 같은 추세는 9월에도 계속됐다.
中, 美 모두에 '양면의 칼'
중국경제 성장의 이면에 위앤화의 저평가 요소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위앤화 저평가에 의존해 오랫동안 지나치게 높은 수출 증가율을 유지해온데다 외국인직접투자와 핫머니 유입 등이 상승작용을 해 외환보유액이 급속하게 불어나게 됐다.
현재 중국의 외환관리시스템에서 외환보유액의 증가는 추가 통화(위앤화) 발행으로 이어져 광의 통화량 지표인 총통화공급(M2)을 확대하게 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중국의 M2가 증가하면 위앤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평가절하 효과를 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상반된 추세를 보인다. 이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및 자산가격 팽창 때문으로 볼 수 있으며 위앤화가 대외적으로는 평가절상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평가절하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연결된다. 중국은 누적된 외환보유액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수출기업 못지않게 정부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평가절상은 수입에 유리하고 평가절하는 수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평가절상은 외환보유액 가운데 미 달러 자산의 감소를, 평가절하는 증가를 의미한다. 외환보유자산의 투자전략 측면에서 볼 때 만약 위앤화가 대폭 평가절상한다면 평가절상에 앞서 미 달러 자산을 다량 매각해야 하는데, 이는 중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에 앞서 평가절상 기대감이 확실시된다면 미국의 해외직접투자는 보다 강한 '중국행' 추세를 보일 것이다. 미 달러를 위앤화로 바꾸어 중국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미국의 국채 수익률보다 높기 때문에 보험자산을 포함한 미국 자본이 중국으로 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위앤화 평가절상은 중국의 미국채 축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더 많은 미국 투자가 중국으로 몰려들게 돼 위앤화는 미국에도 양면의 칼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위앤화 환율문제에 관한 한 중국과 미국 모두 섣부른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이 강화되는 것은 위앤화 환율 문제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력은 11월 중간선거까지는 확대되겠지만 그 이후로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며 중국도 이 시기까지 최대한 성의를 보이되 미국의 압력이 줄어들면 자국의 정책적 고려에 따라 환율정책을 펼 것이다. 중국정부의 환율정책은 당장 평가절상의 폭을 고려하기보다는 환율관리시스템의 개혁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율정책의 자주성과 융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중국의 속내
최근 위앤화의 가파른 평가절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 진단하고 있으나 결론은 유사하다.
중국 흥업은행(興業銀行) 자금운영센터 루정웨이(魯政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앤화가 단기적으로는 강세를 보일 수 있어도 연말까지는 현 수준에서 상하(평가절하 및 평가절상 교차)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정 폭 위앤화 평가절상을 하려 할 것이란 것이다. 미국도 향후 중국 신에너지 산업분야 시장 진출 등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에 타협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중국경제평가센터 리우위후이(劉煜輝) 주임은 조금 다른 견해다. 중국경제가 뚜렷한 하강국면에 접어들지 않는다면 위앤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은 여전히 강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외환투자연구원 탄야링(譚亞玲) 원장은 중국의 대외수출이 막 회복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의 평가절상은 무역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위앤화가 지속적으로 빠른 절상추세를 보이기보다는 일정 수준에서 상하, 즉 절하도 되고 절상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중국사회과학원 국제금융연구실 장밍(張明) 부주임은 평가절상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중앙인민은행 우니앤루(吳念魯) 교수는 연말까지 추가 평가절상 공간이 있다고 하면서도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평가 절상과 절하가 번갈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현재 중국에서 향후 급격한 평가절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금융 전문가들 뿐 아니라 중국정부 정책 당국자들도 단기간 내 큰 폭의 평가절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제하는 분위기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정부가 환율정책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추세 또는 지표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크게 보면 거시경제의 안정성, 외부압력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반응, (일정 폭)평가절상에 따른 피해 최소화 등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현재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하강국면에 접어들었고 수출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구조조정 작업이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시기는 아니어서 당분간 저평가된 환율이 필요할 것이다.<거시경제 안정성 유지 문제> 다음으로 비록 중국이 외부의 압력에 의한 평가절상은 단행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일정폭의 절상은 단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역전쟁을 방지할 수 있을 정도까지의 평가절상은 감내하려 할 것임.<외부압력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반응>
또 위앤화 평가절상 진행(또는 기대감 상승) 시기에 중국정부는 핫머니 유입에 따른 과잉 유동성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거품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핫머니 유입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관련 긴급대책도 집중적으로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위앤화 환율 동향과 관련해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부동산시장이다. 중국은 이른바 '國10조'로 불리는 부동산 과열대책 시행 후 5개월여가 지났지만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재산 가치를 지켜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향후 위앤화의 대내 구매력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며 일반 서민들의 눈에는 위앤화의 대폭 평가절상은 해외유학 또는 여행을 제외하면 대내적으로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위앤화 평가절상 기대감이 커질수록 해외 여유자금(핫머니)은 각종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다. 이 자금은 필연적으로 투자 내지는 투기할 부분을 찾게 된다. 핫머니가 어느 산업분야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필연적으로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유발할 것이다.
종래 2006년 위앤화의 평가절상 시기에는 부동산뿐 아니라 증시, 황금, 핵심 상품가격까지 일제히 동반상승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평가절상에 따른 이득을 노린 핫머니 유입 차단을 위해 온갖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중국정부가 또 한 번의 부동산 규제대책을 내놓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부동산시장 자체의 요인보다는 평가절상을 노린 핫머니의 유입을 차단할 필요성이 커진 때문이다.
국제화 행보에 주목을
통화의 국제화는 일국의 통화가 자국의 국경범위를 넘어 타국에 의해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국제 무역거래와 투자행위에서 결제통화와 투자통화, 비축통화로서의 통용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기축통화(key currency),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 가는 단계 내지는 이와 동일한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제통화 내지는 기축통화를 보유한다는 것은 세계가 쓰는 돈을 자국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음을 뜻하며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세계를 상대로 막대한 이득을 확보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미 달러가 가장 막강한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위앤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위앤화 국제화 노력은 2004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004년 처음으로 홍콩 은행에 대해 개인 위앤화 예금, 송금, 환전, 신용카드 서비스를 허용한데 이어 2005년에는 유통업, 요식업, 운수업 등 7개 업종의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 위앤화 예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2007년에는 중국 금융기관들이 홍콩에서 위앤화 채권을 발행하게 됐고 이듬해 12월 외국 중앙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은행(BOK)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이때까지 중국의 위앤화 국제화 노력은 주로 홍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010년 상반기 기준 홍콩의 77개 은행들이 위앤화 업무를 하고 있고 여기에 있는 위앤화 예금 금액이 1000억 위앤에 달한다.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 한 가운데 놓였던 2009년 중국의 위앤화 국제화 행보는 더욱 빨라졌다. 2009년 7월 중국은 상하이와 광둥성 4개 도시와 홍콩의 무역거래에서 위앤화 결제를 허용한데 이어 2010년 6월에는 중국 내 20개 도시(베이징 포함)와 해외 모든 국가의 거래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 9월 2일 중국인민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이 대외무역 위앤화 결제를 허용한 이후 14개월 동안 위앤화결제 무역액이 1000억 위앤을 돌파했다. 이는 비록 중국 전체 대외무역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2개월 새 300억 위앤이 새로 늘어날 정도로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다.
2010년 하반기 들어선 홍콩은행 간 위앤화 이체 제한조치를 해제하고 홍콩기업들이 홍콩에서 위앤화를 무제한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7월). 8월에는 외국 은행에 대해 중국 채권시장 투자를 부분적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중국의 위앤화 국제화 행보가 빨라진 가장 큰 요인은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 달러에 과도하게 의존해 있는 중국의 결제 및 비축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또한 미 달러의 극심한 파동은 이윤폭이 미미한 중국의 가공무역 수출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중국 정부가 보유한 2조 4,500억 달러 상당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65%가 미 달러 표시 자산이어서 중국으로서는 국제화 일정을 앞당길 필요성이 커졌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2009년 3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 인출권(SDR)을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축통화로 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SDR을 기초로 한 통화가 미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각종 기술적·비기술적 문제들이 산재하다. 이에 따라 중국은 더 이상 SDR 주장은 하지 않고 위앤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화 단계 평가와 전망
일반적으로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medium of exchange), 회계의 단위(unit of account), 가치의 저장수단(store of value) 등 3가지 기본 기능을 수행한다. 국제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기능이 국제적 범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미 달러는 상기 3가지 기능 모두를 작동하는 반면 위앤화는 극히 부분적으로만 작동하고 있다. 세계 무역 결제액 및 국제비축통화의 60% 이상이 여전히 미 달러화다. 위앤화는 상업은행 등 민간영역에서는 국제통화로서의 매개수단, 회계단위, 저장수단이 부분적으로만 기능하고 있고 정부영역에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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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위앤화가 국제적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중국경제의 경쟁력, 중국 금융시장의 성숙도, 위앤화의 자유태환화, 위앤화의 안정성 등 4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경제 경쟁력을 보자. 중국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10%에 육박하는 실질 성장을 계속한 끝에 2010년 2분기 총량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했다. 향후 중국의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미국을 앞지를 경우 2025년경 중국이 (총량 기준으로) 미국을 앞지를 전망이다. 국가경제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위앤화의 국제통화 부상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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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금융시장의 성숙도 측면이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개방정도는 차치하고라도 매우 낙후된 상황이다. 주식시장 규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금융 수치가 세계 주요 금융센터 도시와 비교해 크게 뒤쳐져있다. 중국의 금융시장 환경은 당분간 일취월장의 성장 내지는 성숙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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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앤화의 자유태환화 측면을 보자. 위앤화는 1996년부터 경상계정에서는 태환이 시작됐지만 자본계정(특히 단기 자본이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엄격한 제한조치가 따fms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20년 이전에 상하이를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만큼 이 시점 이전까지는 완전한(또는 상당 수준의) 자유태환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위앤화의 안정성 측면을 살펴보자. 통화 팽창률로 안정성을 판단할 경우 위앤화는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다. 2000년부터 2010년 중반까지 중국의 통화 팽창률은 연평균 1.9%로 같은 시기 미국의 2.5%, 유로권의 2.1% 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0년 6월부터는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공식 표방함에 따라 위앤화 환율의 탄력성이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경제의 지속적 확대와 영향력 확산으로 위앤화는 미 달러 및 유로화와 같은 국제통화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중국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점도 평가절상 또는 절하를 불문하고 단기적인 환율 조정 여부에 있다기보다는 장기적인 국제통화 도약이 그 목표라 할 것이다. 위앤화의 단기 파동에 대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 추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러나 잠재력은 가졌으나 중단기적으로 국제통화로 부상하기에는 핵심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금융 부문과 관련 개방과 자유태환화는 국제통화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이다. 향후 위앤화의 국제화는 매우 점진적인 속도로 추진될 것이나 이 과정에서 의미 있는 개방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앤화의 국제화 과정을 우리의 대중국 수출확대, 중국자본 유치 확대로 연결하는 지구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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