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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 리모델링 이대로 하면 2년 뒤 다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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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농경지 리모델링 이대로 하면 2년 뒤 다 터진다"

[인터뷰] 박창근 경남도 낙동강특위 공동위원장

'사업권 회수', '소송 불사.' 정부와 경상남도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경남 지역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들이 김두관 지사를 비판하고 나섰고, 민주당 등 야권은 중앙당 차원에서 경남도 전폭 지원을 결의하는 등 11월 초순 최대 정치 갈등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경남은 4대강 공사 사업 구간에서 발견된 '폐기물' 문제가 불거지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박창근 경남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관동대 교수)은 4대강 사업과 더불어 진행되고 있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도 이대로 진행되면 2년 뒤에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토부 폐기물 공동조사 거부하면 경남도 자체 조사한다"

▲ 박창근 경남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프레시안(선명수)

박 위원장은 2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8월 4대강 사업 구간 문화재 지표 조사를 하던 국토해양부가 폐기물을 발견하자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조사해 처리하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공동으로 조사를 하자고 하니 단독으로 처리하려고 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국토부에서 발송한 매립 폐기물 관련 공문을 경남도 담당 공무원이 김두관 지사에게 보고하지 않아 이 문제가 9월 말에서야 공론화 됐고,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는 사건까지 벌어졌었다.

박 위원장은 "국토부의 단독 폐기물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내일(29일) 특위에서 폐기물 조사 계획을 수립해 경남도도 자체 폐기물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현재 진행 중인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대상 농민들에 대한 특혜일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리모델링이 완료되는 2년 뒤에는 심각한 주민간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리모델링 기간 2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아도 돈을 주는데 누가 이 사업에 반대하겠느냐"며 "이런 주민들의 찬성을 전체적인 4대강 사업 찬성 여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강바닥에서 파낸 모래를 농경지에 쌓는 것이기 때문에 물이 빠져 농사를 짓는데 5~10년은 걸릴 것이라고 하고, 농경지를 높여도 제방보다 높게 쌓지 않으면 여전히 침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특정 농경지라 리모델링으로 높아지면 주변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지대가 돼서 새로운 침수 지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대로 사업을 진행하면 2년 뒤 주민간 갈등을 비롯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또 '경남도가 행정 사보타주(sabotage: 태업)를 해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고, 문화재 지표로 아직 공사가 개시되지 않았을 뿐 경남도가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현실과 전혀 다른 얘기"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특위 활동 계획에 대해 "전문가가 많이 참여하고 있으므로 폐기물 조사에 참여·자문하고 김태호 전 지사 시절의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의 인허가 과정의 적법성을 포함해 리모델링 사업의 적절성 전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지금도 특위에 낙동강 폐기물 제보가 너무 많다"

프레시안: 낙동강사업이 도민들에게 끼치는 문제점이 무엇인가.

박창근: 전체적인 관점과 세부적인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이나 홍수 같은 경남의 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데, 4대강 사업 구간은 기존 홍수 지구와 관계가 없다. 물이 부족한 곳도 도서 산간이지 4대강 주변이 아니다. 문제의 함안보, 합천보 건설도 주변 농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농경지 침수, 냉해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합천 군의회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냈었다. 반발이 심하니 관리수위를 낮추고 수자원공사가 물밑 접촉에 나서 달래고 있지만 이런 반발이 나오고 계획을 수정하는 것 자체가 사전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증거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오히려 도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폐기물 매립 문제가 심각하다. 멀쩡한 모래를 파내는 것이 아니다. 15공구 같은 경우 준설하다가 시커먼 쓰레기 침출수가 나오니 덮어버렸다. 이런 오염물이 하천에 그대로 유출되면 경남·부산 지역 취수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실 폐기물 매립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3년 전부터 김해시에서 조사도 하고 언론에 보도도 많이 됐었다. 인수위 시절에도 알았고, 특위에서도 알았다. 다만 얼마나 묻혀 있는지 정확히 파악을 못 하고 있었을 뿐이다. 국책사업을 하려거든 이런 것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대책을 세운 뒤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경남 김해시 상동면 감노리 일대 낙동강사업 9공구에서 발견된 건설 폐기물. ⓒ연합뉴스

프레시안: 경남도에서는 국토부에 매립 폐기물 공동조사를 제안했는데.

박창근: 국토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8월초에 공문을 보냈다. 낙동강 공사 구간 문화재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산업폐기물이 나왔으니 경남도에서 조사해 대처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남도 공무원들이 이 공문을 숨기고 있었다. 특위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돼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30일에 긴급히 기자회견을 잡았다. 이전 지사 시절에 계속 4대강 사업 찬성이었기 때문에 경남도 공무원들이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국토부에서 다시 공문이 왔다. 국토부에서 폐기물 조사를 할테니 경남도는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었다. 황당했다. 8월에는 경남도가 조사해 대처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자기들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도지사 입장도 난감했다. 보고도 하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한 공무원을 징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레시안: 조사 계획은?

박창근: 일단 특위에서는 국토부의 단독 조사를 믿을 수 없다. 오염도 조사는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를 희석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현재 국토부의 태도를 볼 때 신뢰할 수가 없다. 공동조사를 하지 않으면 경남도도 독자적으로 자체 조사를 할 것이다. 폐기물 양만 200만~500만 톤으로 추정된다. 현재 특위 위원들과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현장을 돌면서 조사 계획을 짜고 있다. 내일(29일) 특위에서 논의를 해 폐기물 조사 계획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프레시안: 국토부에서는 사업권 회수를 경고하고 있는데, 경남도가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박창근: 대형 보가 건설되는 함안보, 합천보 구간은 수자원공사가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경상남도가 위탁 방식으로 하는 곳은 대형보가 건설되지 않는다. 사업 구조상 경남도가 반대해도 보 건설을 중단시킬 수 없다. 경남도가 맡은 공사는 준설과 생태공원, 자전거도로 같은 것이 전부다.

프레시안: 무엇이 다른가.

박창근: 현재 경남도가 위탁 받은 13개 공구 사업권이 문제인데, 김해 상동 내리는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 곳이 자연제방으로 이뤄진 곳인데, 코레일이 KTX를 타고 부산을 가다 보면 낙동강 넘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홍보할 정도로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우리나라에 얼마 남지 않은 자연제방이다. 주민들은 "나라에서 사유지 사들여 돈 들여 공원을 짓는 게 말이 되느냐. 그냥 이대로도 훌륭한 공원인데"라고 반발한다. 보상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밖에 6공구는 공사를 하고 있고, 15공구는 폐기물이 나와 덮은 것이고, 7~10공구는 문화재 지표 조사 중이이서 11월 중순에 끝난다. 이런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경남도가 반대해 행정 사보타주를 하는 바람에 4대강 사업 자체에 차질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프레시안: 경남 시장군수협의회에서 김두관 지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박창근: 특위에서 각 기초단체별로 5명의 인사를 추천해달라고 해서 간담회를 두 번 열었다. 특위의 활동에 반대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간담회에서만 해도 이 분들은 "농경지 리모델링을 추가로 더 해 달라", "공사 현장의 덤프트럭이 마을을 통과할 때 진동과 먼지가 심각하고 속도가 빨라 위협스럽다", "공사 차량으로 도로 훼손이 심하다" 등 민원 수준들의 이야기를 주로 제기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 상당수가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 주민들이다. 농경지 리모델링 자체가 특혜다. 그런 특혜를 받는 주민들의 찬성 의견을 마치 주민 전체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한다는 여론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농경지 옆에 아무렇게나 쌓인 낙동강 준설토. ⓒ프레시안(곽재훈)

프레시안: 농경지 리모델링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

박창근: 저지대인 농경지에 준설토를 쌓아 땅을 높이는 것인데, 2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아도 영농보상을 해준다. 주민 입장에서는 힘들여 농사짓지도 않고 돈을 버니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2년 뒤에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농어촌공사에서 연구된 결과도 없다. 칠십 된 노인이 그러시더라. "5~10년은 농사를 못 지을 거"라고. 강모래를 쌓아놨기 때문에 물이 다 땅 속으로 빠져버리기 때문이란다. 만약 2년 뒤에도 농사를 못 짓게 되면 농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다시 영농보상을 요구할 것이다. 만약 예산 문제 때문에 정부의 보상이 어려우면 농사 못 짓는 땅이 됐다면서 지목변경을 요구할 것이다. 상업지구나 택지지구로 바뀌면 땅 값 자체가 뛴다. 이러니 농지 리모델링이 특혜이지 않을 수 있겠나.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저지대 침수를 막기 위해 농경지를 준설토로 높이는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는데, 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제방보다 높게 쌓아야 한다. 제방보다 낮으면 리모델링을 해도 홍수 때 물이 찰 수밖에 없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어느 경작지를 리모델링해서 높이면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경작지나 주택은 상대적으로 저지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홍수 발생 시에 이전에 비해 침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침수지역이 되는 것이다. 김해 상동 내리 공장지역도 상대적인 저지대가 되는 곳이다. 이런 것들이 면밀하게 조사가 돼서 계획 하에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공사 구간 주변에 찍어서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이런 식으로 하면 문제는 2년 뒤에 한꺼번에 다 터질 수 있다. 4대강 주변의 리모델링 혜택을 받은 주민들은 특혜를 받으니 찬성하겠지만, 조금 떨어진 지역 주민들은 이런 위험성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그러니 특혜 받은 주민들의 찬성 여론을 전체 여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특위 활동은 언제까지 하나.

박창근: 계획은 올해 연말까지이다. 내년 연초에 보고서를 낸다. 특위 연장은 그 때 결정할 것이다. 지금은 폐기물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특위에는 낙동강 폐기물 제보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 어떤 제보이든지 경남도에서 조사를 할 것이고, 특위에는 많은 전문가가 있기 때문에 조사에 참여하고 자문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사업은 하고 나면 농민·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실태 조사를 통해 필요하다면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을 재조정할 수도 있다. 또한 이전 경남도청에서 내준 농경지 리모델링 인허가 과정이 적법했는지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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