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올린 4대강 사업 비판 글을 두고 다른 누리꾼과 설전을 벌이다 고소를 당한 공익근무요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자살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강모(24) 씨는 지난 16일 법원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씨가 15일 오후 21층 옥상에서 5층 난간으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로 추정했다. 발견 당시 유서는 없었다.
사망 이틀 전 경찰 조사 받아 …'4대강' 두고 비방 논쟁
문제는 그가 숨지기 이틀 전인 13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4대강 사업 비판글'과 관련해 다른 누리꾼과 논쟁을 벌이다 모욕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다. 강 씨는 지난 8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린 이후 이 글과 관련해 신모 씨와 논쟁을 벌였다.
강 씨는 "건설사들 퍼주기를 통해 권력연장하기 위해 아무 곳이나 파헤치는 이명박 사장의 사업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기업도시, 혁신도시와는 다른 류의 사업"이라며 "둘다 개발이라고 해서 똑같은 개발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이 끝난 후에는 여름 장마철 피해규모가 더 늘어나거나 더 실현가능성이 높은 예로는 부실공사로 인해 여기저기서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에 대해 신 씨는 강 씨를 공격하는 글을 올렸고 둘은 서로 비방글을 올리며 논쟁을 벌였다. 신 씨는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공격하는 글을 주로 써왔다. 논쟁 이후 신 씨는 강 씨를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고 강 씨는 사망하기 이틀 전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통상적인 사건 조사였고 여경이 1시간 가량 수사하는 등 강압적인 과정은 전혀 없었다"며 "강 씨 역시 수사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4대강 사업 비판 글 자체에 대한 수사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경찰서는 "혐의는 단순히 신 씨에 대한 모욕죄였던 만큼 신 씨에 대한 비방글만이 수사의 대상이 됐다"며 "4대강 비판 글 자체는 수사의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비판 누리꾼 탄압하는 정부…'모욕죄'만으로 조사 받은 것 맞나"
그러나 시민사회와 온라인에서는 '4대강 비판 글 자체에 대한 강압 수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추모 운동이 벌어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 집회 등 이후로 온라인 검열과 수사를 확대한 것에 따른 반응인 셈이다.
트위터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면 집요하고 치밀한 탄압이 뒤따른다", "무섭다" 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경찰 조사와 자살의 관련성과 별개로 이 정부가 참 미워지는 사건"이라고 했다. 몇몇 누리꾼들은 '근조 4대강 사업 비판글을 게시한후 경찰 조사후 자살한 공익 요원 강모씨를 추모 합니다"는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사이버 모욕죄 법령 등을 이용해 이용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 중심으로 저강도 탄압을 하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으로 볼 때 당 사건도 그와 관련한 맥락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강 씨에 대해서도 사이버 모욕죄 이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은 신성하고도 초법적인 사업이냐"며 "경찰은 소환통보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조사 내용과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잇었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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