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UDT 동지회 일부 회원들이 테러 수준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해 잠행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UDT 동지회는 해군 특수여전단 수중폭파대 출신들의 모임으로, 회원 수는 대략 28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내달 10~11일 G20 정상회의에 맞춰 북파공작원(HID)나 민주화유공자 수준의 국가 유공자 혜택을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그간 UDT 동지회는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한 국가유공자 지위를 요구해 왔다.
ⓒUDT 동지회 누리집 |
경찰은 이들이 타인 명의의 자동차(속칭 대포차)를 동원해 서울 도심이나 G20 행사장인 코엑스 주변에서 차량 방화, 할복, 고속도로 점거, 대형 탱크로리를 동원한 화공(火攻) 등의 시위를 벌인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30~40대 회원을 중심으로 결사대 100여 명을 모집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경기도 모처에 모여 훈련을 한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조현오 청장은 "UDT 동지회는 그간 준사관 출신 위주로 움직였는데, 이번엔 사병 출신들도 끌어다 (시위를) 한다고 알고 있다"며 "UDT 동지회는 단독 작전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이번에도 단독으로 한다는 것이어서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어 "국가 이익을 위해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국가 이익을 해치려 하느냐"라고 비판한 뒤, "불법·폭력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다.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UDT 동지회 역시 누리집을 통해 대규모 시위 계획을 예고했다. 이들은 '코엑스 주변 예상 집결지'라는 문건을 공지해 회원들이 공유하도록 하고, "국가적인 행사인 G20 정상회의 때 우리 UDT는 국가를 향해 집회 및 시위를 시작한다"며 "너무나 큰 결단이기에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이 뒤따르겠지만, 우리가 더 억울하기에 집회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UDT 동지회 정영준 대변인 전화 인터뷰] "분노 극에 달했다…회원들 말릴 수 없는 상황" UDT 동지회 정영준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회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번 시위는 하루아침에 기획된 것이 아니라, 몇 년간 정부를 상대로 요구해왔던 내용들이다. 관계부처의 무시와 침묵이 이번 시위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정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프레시안 : G20 기간 동안 시위를 벌이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정영준 대변인 : 2년 전부터 UDT 요원들의 억울함에 대해서 꾸준히 호소해왔다. 단순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 회복과 동시에 정당한 권리를 되찾으려고 한 것이다. 그간 정부에게 객관적인 자료와 역사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호소해 왔다. 프레시안 : '정당한 권리 찾기'란 어떤 내용인가? 정영준 대변인 : UDT는 과거 북파공작원을 키워내는 양성소 역할을 해왔다. HID나 해군첩보부대(UDU)와 마찬가지로 같은 부대장의 지휘 아래서 동일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왔다. 그러나 (처우에 대해서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 특수임무수행자를 '군 첩보부대에 소속돼 특수 임무를 수행했거나 훈련을 받은 자'로만 규정한 관련법 때문에 보상이라든가, 국가유공자 지위를 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에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이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긴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우리는 꾸준히 정부에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해 왔지만, 국방부나 정부 부처들은 법 개정 얘기만 하며 우리의 요구를 외면해 왔다. 그 분노가 여기까지 온거다. 프레시안 : 경찰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는데, 시위는 예정대로 진행하나? 정영준 대변인 : 회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말리고 싶어도 말릴 명분이 없다. 프레시안 : 할복이나 차량 방화 등 과격 시위를 벌이면 여론도 나빠질 수 있다. 정영준 대변인 : 국가적인 행사인 G20 기간에 시위를 한다면 그간 우리 동지회가 쌓아왔던 명예과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질을 알려야 한다. 우리의 억울함이 알려지면 여론도 우리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본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이 회원들의 입장이다.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원로들이 돌아가시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린 특수 훈련 받은 사람들…경찰 동선 꿰뚫고 있다" 프레시안 : 경찰은 시위 참가 인원이 '결사대 100명'이라고 밝혔는데. 정영준 대변인 : 일단 참가 인원은 100명이지만, 우리 단체의 성격상 동지들이 나서면 다른 분들도 소식을 듣고 동참할 것이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프레시안 : 오래 전부터 시위를 준비해왔나. 정영준 대변인 : 일부 지회에서 그래왔던 것으로 안다. 그만큼 분노가 컸다. 이 분들이 특수 훈련을 받은 분들이라, 경찰의 방어벽 설치 동선이라든가 진압 방식 이런 것들을 다 꿰뚫고 있다. 대변인 입장에서 가급적 평화 시위로 가자고 설득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한 지회에 방문해 형님들을 설득하는데, 한 분이 자신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면서 말릴 거면 죽이고 가라고 하시더라. 그만큼 답답함과 분노가 큰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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