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김진 논설위원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이유는 발기부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칼럼을 내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참 남세스럽고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김진 "김재규의 박정희 저격은 '발기부전' 때문"
김진 논설위원은 25일 <중앙일보> 34면에 실린 "새로 드러난 10.26의 비밀"이라는 칼럼에서 "해마다 가을이 되어 10.26이 찾아오면 나는 오래된 의문에 빠지곤 했다"며 "쿠데타 같은 치밀한 대책도 없이 김재규는 왜 그렇게 무모하고 우발적인 일을 저질렀을까"라고 서두를 시작했다.
이어 김 위원은 "김재규의 주치의 Q씨를 만났다"면서 "김재규는 극심한 발기부전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부장은 국내에서 치료할 수 없는 극심한 발기부전을 앓고 있었고 간경화도 앓고 있어 치료가 어려웠다는 것.
그는 "김재규는 '잃어버린 남성'으로 깊은 좌절을 겪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김재규는 (육군 대위 출신 차지철 경호실장과의 경쟁에서) 권력의 스트레스와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강한 차지철을 보면서 김재규는 '남성의 싸움'에서도 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라며 "그리고 그런 차지철을 싸고도는 박 대통령이 미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김 부장은 발기불능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었을 것이다. 이런 심리상태가 10.26같은 과격한 행동을 우발적으로 저지른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라는 Q씨의 추정도 전했다.
김 위원은 김재규 전 부장에 대한 추정을 북한의 김일성 국방위원장에게로 돌려 "건강이 이상한 권력자의 나라에서 이상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놀랍고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더욱 불투명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이상한 시대의 진입부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손석춘 "무슨 '도색잡지'인가 …'박근혜 줄서기'하나"
이에 손석춘 원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아무리 주관적 의견이 들어가는 게 칼럼이라고 하지만, <중앙일보>가 대대적으로 부각해 편집한 정치전문 기자의 칼럼은 지나치게 도색적이고 사실관계도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 바로가기)
손 원장은 "발기가 안 돼 대통령을 죽였다는 기상천외한 주장이 무슨 '도색 잡지'가 아닌 말끝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급지'라는 신문의 인터넷 판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면서 "그 앞에선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말도 차라리 우아할 정도"라고 개탄했다.
그는 "아무리 30년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역사적 평가는 사실에 근거해야 옳다"면서 "김재규는 결코 '무모하고 우발적'으로 박정희를 쏜 게 아니다. 물론,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도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재규는 부마항쟁에 나선 민주 시민들을 탱크로 깔아 버리겠다는 경호실장 차지철과 그를 두남둔 박정희를 죽여야 대규모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관례가 된 낯부끄러운 술자리에서 총을 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인의 양식을 벗어난 그 주치의의 '증언'을 보아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며 "발기불능 진단을 받은 김재규가 왜 하필이면 2~3년 뒤에 총을 쏘았겠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도색잡지처럼 편집한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을 이미 시작된 '박근혜 줄서기'라고 본다면, 나만의 과민반응일까?"라고 물으며 홍석현 <중앙일보> 발행인에게 "아무리 한국 저널리즘이 추락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추하지 않은가"라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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