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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이 콘서트를 연다고?"…그가 말하는 인생, 그리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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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이 콘서트를 연다고?"…그가 말하는 인생, 그리고 역사

11월 25일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이야기' 공연

무릎이 좋지 않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에 부친 일흔여덟의 나이다. 머리카락은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많아진 지 오래다. 1964년 한일협정반대운동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민중들의 '팍팍'한 삶을 고민하며 재야에서 운동을 해온 게 벌써 50년이 넘었다. 그 세월만큼 얼굴에 주름은 하나씩 늘어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야기다.

"기자들이 질문을 해야 내가 답을 하지, 물어봐. 어서. 꾸물거리지 말고."

19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백기완 소장은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강한 눈빛이 여전히 그대로였다. 백 소장은 11월 25일 서울대학교문화관 대강당에서 78년 인생을 노래와 이야기로 풀어가는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이야기' 공연을 연다. 그는 재야에서 민중들을 위해 외길을 걸어온 인생을 날노래(유행가)와 우리불림(한소리), 그리고 가슴 답답할 때 저절로 나오는 비나리(시)들로 풀어낸다.

이 공연은 2011년 1월 출범하는 진보진영의 통합 싱크탱크 '노나메기 재단'의 출범을 알리고자 준비됐다. '노나메 재단'은 '다 같이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재단은 민주화 이후 분화된 진보세력의 연대와 새로운 대안운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백기완 소장. ⓒ플래너코리아
"날노래는 내 속에 울음을 끄집어 내는 양수기"

기자들의 질문을 기다리다 못한 백기완 소장은 "내가 기자라면 나와 날노래(유행가)는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물어보겠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유행가를 설명했다.

백 소장은 "내게 날노래라는 건 주변에서 너도나도 흥얼거리는 걸 의미한다"며 "이번에 부르는 아홉 곡의 노래는 라디오나 극장 등에서 들은 적이 없고 전부 길을 지나가다 들었던 노래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공연에서 부르게 될 나훈아의 '녹 슬은 기찻길'은 과거 감옥에서 만난 절도범에게 배웠던 노래다.

그렇다면 날노래는 백 소장에게 어떤 의미일까. 백 소장은 "멋쩍은 말이지만 날노래는 내 속에 울음을 끄집어 내는 촉매제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백 소장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현실을 보면서 울 수가 없었다. 하도 기가 막혀서였다"며 "하지만 그렇게 가슴 속 깊숙이 들어가 있던 울음을 끄집어 내줬던, 양수기 역할을 한 게 날노래였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이번에 공연하는 아홉 곡의 노래는 나와 같이 길바닥에서 짓밟히는 돌멩이들"이라며 "돌멩이는 짓밟히면 아파서도 울지만 항의하려고도 운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결국 이들 노래는 내가 살아온 과정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들"이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백 소장이 가장 좋아하는 유행가는 어떤 것일까. 백 소장은 아홉 곡의 노래 중 '울고 넘는 박달재'를 꼽았다.

"노래 구절 중 이런 표현이 있어요. '도토리묵을 싸서 허리춤에 달아주며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의 금봉이야'. 도토리묵은 알다시피 도시락으로 쌀 수가 없습니다. 도시락으로 싸다간 다 깨집니다. 그렇기에 도토리묵을 싸주면서 한사코 웁니다. 못 먹일 걸 먹인다는 거죠. 가난한 상황에 대한 미학적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백 소장은 "노래에서 그 대목만 나오면 매번 운다"며 "나 같은 할아버지를 울릴 수 있는 노래라면 세계적인 노래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백기완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광대"

이날 자리를 함께 한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백기완 선생님을 두고 연설을 잘한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우리나라 최고의 광대"라며 "최고의 광대가 자신의 인생과 그를 통해 어두운 한국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니 공연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백기완 선생님의 개인사 자체가 한국 현대사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또한 앞으로 진보운동의 새로운 마당이 될 노나메기 재단을 알리는 자리로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공연 기획을 최고의 기획자들이 주관한다"며 "다시는 보기 힘든 공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공연은 문화다양성포럼이서 기획을 하고 있다. 문화다양성포럼에는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도종환 시인, 박재동 화백 등이 공동대표로 있다.

백기완 소장의 '노래에 얽힌 백기완의 인생이야기'는 11월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대학교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입장권은 일반인 1만 원, 학생 5000원이다. 문의는 플래너코리아(02-3272-2334)로,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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