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논란이 됐던 전자주민증이 또다시 논란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프라이버시 침해와 예산낭비 논란 등으로 폐지됐던 전자주민증을 이명박 정부가 2010년 9월 20일 다시 입법 예고했다.
국회에 제출된 전자주민증관련 '주민등록법'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주민등록증의 수록사항 중 성별, 생년월일, 발생번호 및 유효기간을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민증에 전자 칩을 장착해 지문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외부에서 리더기를 통해 판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민등록증 수록정보의 위조 및 변조를 방지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의 경우 번호가 쉽게 보여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고, 새로운 주민등록증 위조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주민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인권단체 및 일부 학계에서는 전자주민증 도입은 단순히 플라스틱 신분증이 전자 칩 신분증으로 대체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과연 어떤 문제가 있어서 반대를 하고 있을까. 1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전자주민증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회복될 수 없는 피해 초래 위험"
좌세준 '민주주의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제도는 그 도입의 역사와 개정과정이 보여주는 것처럼 본래 의미의 주거등록제도의 목적을 넘어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국가가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서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고착돼 왔다"고 설명했다.
좌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주민등록과 관련한 개인 정보를 전자적 방법으로 수록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바, 1999년 도입이 무산됐던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민등록증에 수록될 항목의 추가, 주민등록정보의 전자적 수록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좌 변호사는 "이러한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전자적 수록 이후 정보통신망을 통한 개인정보 공동이용의 무분별한 확대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의 위험성이 명백히 예견된다"고 예측했다.
좌 변호사는 "또한 전자주민증 제도의 도입을 위한 예산 추계의 적정성, 전자주민증이 사용하게 될 전자적 수록 방식의 보안성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경우 발생하게 될 개인정보의 침해는 그 본질상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 일거수 일투족 감시 의도"
윤현식 진보신당 정책위원은 전자주민증으로 인해 목적범위 이상의 용도로 개인정보가 활용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윤 위원은 "주민등록번호는 이미 통계상 전 국민이 1회 이상 유출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활용의 범위를 줄이기는커녕 전자주민증을 도입해 그 활용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것은 개인정보유출의 공간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장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 위원은 "행안부는 통합 스마트카드로의 진화를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일단 스마트카드화된 전자주민증의 경우 그 사용용도 확장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구태여 이런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이러한 점은 이미 1998년도 감사원 감사 당시 지적받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 당시 전자주민증 사업계획에 따르면 전자카드 하나로 주민등록증은 물론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국민연금증서, 주민등록 등초본 등 7종의 기능을 수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수록내용을 축소키로 했다.
하지만 이후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카드 표면에 수록할 수 있는 사항 이외에, 특히 전자적으로 처리할 사항이 없어졌으므로 굳이 IC칩을 부착할 필요가 없게 되었음을 지적했다.
윤 위원은 "현재 행안부가 주장하듯이 통합 확장기능을 부여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1998년도 감사원 지적사항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러한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행안부는 장기적으로 전자주민증에 통합 확장기능을 부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전자주민증 제작과 읍면동 자치단체의 판독 리더기 구입 등에 드는 비용을 2437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윤 위원은 "경국에는 35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전자주민증을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행정부의 전산망은 물론 민간 데이터베이스에까지 저장시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반면 류중근 행정안정부 전산총괄팀장은 "전자주민증은 주민번호를 확인 할 필요가 있을 때만 사용할 것"이라며 "정보 유출 문제는 기술적으로 최대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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