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둔 여야 의원들의 상반된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진보교육감'이라는 모토를 내걸었던 곽노현 교육감이었던 만큼 한나라당이 공세적 자세를, 민주당 측이 방어적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실망스럽다", "시정하라"는 등 날선 공세를 계속 이어갔다. 오히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공세에 "합리적인 분 같다", "여야가 바뀐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곽노현 교육감은 야당 의원들의 공세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칭찬에도 당혹스러워 했다.
야당 "실망스럽다" 질타…"창과 방패 바뀐 듯"
민주당 의원 중 곽 의원에 대한 포문은 김유정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최근 한양초등학교에서 '10억 원대 입학 장사' 사건을 두고 곽 교육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김 의원은 "사건이 터지기 한달 전에 유사 사건 제보가 있었는데 한달동안 묻어뒀다가 사건이 터지자 공개했다"며 제보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는 "그 뿐 아니라 감사담당관실에서는 민원인을 향해 반말로 응수하는 등 거칠게 대했다"며 "서울시 교육청의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도 국제중학교 문제를 지적하며 곽 교육감에게 "실망"이라며 강하게 몰아세웠다. 권 의원은 곽 교육감에게 '국제중학교의 지정 철회를 검토할 수 있느냐'고 물은 뒤 곽 교육감이 분명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정말 실망이다. 진보, 개혁 교육감을 내세운 곽 교육감에게 기대가 많았는데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는 이어졌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가혹한 질문을 예상했는데 창과 방패가 바뀐 것 같다. 많은 야당의원들이 실망이라고 하는데 저도 실망스러운 지적부터 하겠다"며 곽노현 교육감에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라"고 했다.
그는 곽 교육감이 일어나 뒤에 앉은 교육청 간부들을 바라보자 "그 자리에 여성이 얼마나 있느냐"며 "저 모습이 진보교육감 곽노현 교육감의 인사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곽 교육감은 "여성 관리자 비율을 33%까지 올리려고 했는데 19%에 그쳤다. 앞으로 최소한 30%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오늘 국감을 보고 많은 시민들이 굉장히 의외라고 느낄 것 같다"면서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업무파악이 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국감 준비가 소홀 한 것 같다. 교육청 공무원의 긴장감있고 혼신을 다 기울이는 자세를 느낄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될 때 단호한 개혁과 쇄신의지를 보여줬었는데 실천은 별개"라며 "지지했던 시민들에게 제대로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공세에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들이 곽 교육감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곽 교육감이 당선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업무하는 것 보면서 합리적인 분이구나 힘을 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스스로 우파 보수진영이라 생각한다. 곽 교육감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어느쪽으로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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