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결혼사이트가 재력ㆍ학력 따라 A~G 등급 서열화

"이게 결혼 장려? 정부가 결혼 상품화 앞장서나"

보건복지부에서 10억 원 이상 예산을 지급받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중인 결혼정보사이트('Match.kr')가 부모의 지위·재산, 학력에 따라 결혼 상대자를 등급화하고 있어 비판을 받았다.

5일 보건복지위원회 최영희(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사이트는 여타 결혼정보업체처럼 결혼 희망자의 가정환경 및 학력을 등급화해 운영하고 있다. 부모가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의사, 대기업 및 은행 임원이면 최고 등급인 A등급을 주는 반면, 농업·임업·축산업과 기능직과 생산직은 최하 등급인 G등급으로 평가해 부모의 지위로 결혼대상자를 평가하는 식이다.

또 계모 또는 편모 등 특수한 가족 환경도 등급별로 나누는 평가 기준이 됐다. 가령 여성은 양친이 모두 살아계셔야 A, 남성은 양친이 계시거나 편모인 경우만 A등급이 된다. 반대로 가장 낮은 G등급에는 편모, 편부, 양친부재 등이 포함됐다.

학력도 의과대학은 A등급, 서울소재 일반대학은 C등급, 지방대 F등급, 고졸은 최하등급으로 구분하는 등 총 8등급으로 세분화했다. 재력에서도 20억 이상이 최상위인 A등급으로 분류됐다.

이 사이트는 회원 가입시 사기업이 운영하는 결혼 중계 사이트에 동시 가입될 뿐 아니라 다른 사기업이 받는 것과 같은 비율의 가입비 및 다른 이성과 매칭 비용을 받아 이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 의원은 "일반 결혼중계사이트에서 학벌과 재산에 따라 사람을 등급화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부모의 직업과 재산, 가정환경, 학력에 따라 서열화.등급화에 앞장서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혼 장려보다 결혼의 상품화 조장으로 오히려 부정적 시각만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를 내 "'결혼지원 사이트'는 2007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자체 개발하여 운영중인 사이트로서, 보건복지부가 직접 개발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정부 산하 협회가 동 사이트에 등급제를 이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즉시 시정·개선토록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