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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TV, 바로 이 맛 아닙니까!"…개념 프로그램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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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추석 TV, 바로 이 맛 아닙니까!"…개념 프로그램 베스트5

"'재탕', '재방' 이제 그만~" 추석 특집, 방송사 성격 나오네

취재할 때는 더없이 대범하다가도 '점심 메뉴 고르기'와 같은 일상적인 일에는 한없이 소심한 '트리플 A형' 프레시안 기자 P씨. 그는 명절 때와 같이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절대 리모컨을 쥐려하지 않는다. 자취방에 혼자 있을 때처럼 '미드'만 틀어놓고 '덕후' 기질을 뽐낼 수도 없고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자니 '재미없다'는 식구들의 불평이 자기를 타박하는 것처럼 들린다나. 그런 그에게 슬쩍 권해보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 몇 편.

'어쩐지 괜찮을 것 같은' 추석 특집

■ KBS 1TV <전국노래자랑 30년 인기상 총집합> (21일 오후 12시 10분)

"전국"이라고 외치면 "노래자랑"이라고 답하는 그 프로그램이 30주년이 됐다. 세련되기보다는 촌스러움이, 변화와 발전보다는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이 가장 큰 미덕인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이 쌓아온 30주년이라는 시간 앞에는 엄숙한 기분마저 든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 11세 조고은 양부터 83세 박민영 할머니까지 지난 30년 동안 전국 각 지역에서 수상한 인기상 수상자 가운데 최종 결선에 오른 17팀이 '인기 대상'의 자리를 놓고 열띤 대결을 펼친다. 이정도면 이들은 이미 일반인이 아니라 예능인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닐까?

■ MBC 표준FM 95.9MHz <손석희의 시선집중> (22일 오전 6시 15분)

이 말을 창안하신 큰집의 그 분께서 썩 달갑잖아 하시겠지만 '공정한 사회'가 이 사회의 모토라면 그 아이콘은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아닐까. <100분토론>에서나 <시선집중>에서 공정한 진행으로 늘 인정받아온 그가 시사 풍자에 동참한다면? 22일 <시선집중>에서는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 '대충토론'의 성대모사 달인 배칠수, 전영미가 출연해 정치풍자 코미디를 선보인다. 이들의 성대모사로 'MB님', '박 전 대표', '유심인 전 장관', '심상장 전 대표', '너경원 의원' 등이 손석희 교수와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이 참에 국민이 듣고 싶은 속시원한 답변도 해주시길! 참, 진짜 손석희 교수와 <시선분산>의 배칠수가 패러디하는 '손석회' 교수의 입담 대결이 백미가 될 듯.

■ MBC <먼 나라에서 온 내 사랑> (20일 오전 11시)
SBS <외국인 며느리 열전> (22일 오전 10시 25분)
KBS 1TV <사랑의 가족>'베트남댁 정은씨의 아주 특별한 추석' (21일 오후 4시 10분)


이번 추석에는 다문화 가정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다. 특히 KBS는 '다문화 가족'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편성했다. 다문화 가정이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일상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 다만 다문화가정을 마냥 희화화 하거나 꽃같은 며느리가 활짝 웃는 얼굴로 '행복해요'라고만 외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뉴스에는 한국에 건너와 온갖 범죄에 노출된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며느리들의 이야기가 숱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검은 눈동자 뒤에 숨겨진 두려움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를.

■ KBS 2TV <김병만의 달인쇼> (22일 오후 7시 20분)

김병만은 능청스럽다. 그는 옛날 '애들은 가라'를 외치던 약장수나 아크로바틱 묘기를 선보이는 서커스 단원을 생각나게 한다. 동시에 "16년 동안 독심술을 연마해오신 '라식' 김병만 선생"이나 "종이접기의 달인 'A4' 김병만 선생"과 같은 별명은 '말장난'을 추구하는 요즘 코미디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개그콘서트> '달인'은 어느덧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최장수 코너가 됐다. 김병만은 이중 베스트코너를 모아 연속으로 도전한다고 한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녹화에서 쉬지않고 '도전'을 거듭했다는 달인팀. 김병만은 허세만 부리는 '가짜 달인'으로 시작해 이제는 진짜 달인에 무한 수렴 중이다. 16년 동안 <달인>만 찍을지도 모르는 '죽돌' 김병만 선생의 쇼를 지켜보자.

■ SBS <쉿! 동물의 사생활> (21일 오전 10시 25분)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이 프로그램이 내세운 궁금증에 공감할 것이다. 내 강아지는, 고양이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할까? 이 프로그램은 "동물들도 사람의 시선을 피해 자신들만의 은밀한 사생활을 즐긴다"고 말한다. 은밀하게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즐기는 개부터, 사람의 시선을 피해 냉장고에 들어가는 시베리안 허스키, 혼자 있을 때만 거울을 보는 원숭이까지 있다. 반려 동물이 주인만 기다린다는 것은 사람들만의 착각, 반려 동물도 혼자 있을때 자기만의 취미생활, 놀이가 있다고 한다. 당신의 강아지, 추석에 취미생활도 없이 TV만 쳐다볼 주인에게 썩소를 보내고 있는지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재미있어 할지도 모르는?

절대 '비추' 방송이 아니다. 솔직히 '이거 추석에 왜 하나' 싶거나 '가족들과 함께보기엔 참 민망한' 방송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는 재미있어 하며 지켜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추석 때마다 '외국인 노래자랑'과 '스타 가족 총출동', '사랑의 스튜디오'는 반복되겠는가. 콕 찝어 '기획력 부족'이라고 하지는 말자. 명절이라면 TV는 역시 '재탕'이 제 맛이니까. 명절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인디애나 존스> 전편을 연속 방영하거나 '추석에는 역시 성룡' 특집을 편성한 케이블TV 채널들을 찾아보면 될 듯. 아쉽게도 <다이하드>는 최근 작 한 편만 한단다.

■ KBS 1TV <아침마당> '대통령 부부의 사람 사는 이야기' (21일 오전 8시 25분)

대통령 부부가 아침 토크쇼에 나와서 이런저런 정담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처음있는 일은 아니니까. 이명박 대통령 부부는 작년 설에도 이 프로그램 나왔었으니까. 게다가 이 대통령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에 매주 나와 게스트 없이 10분 씩 단독 진행하는 초절정 인기 고정 출연자니까, 추석 연휴 첫날 아침에 나오는 이 프로그램, 어디선가 누군가는 즐겁게 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에서의 평범한 생활, 각별한 손주사랑, 김 여사의 숨겨진 내조 등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하니 더더욱 기대된다. 다만 오래간만에 모인 가족들 아침 밥상에 괜히 고성이 오가지 않기를.

■ MBC <여배우의 집사>(21일 오후 6시 10분)

"대한민국 꽃미남 스타들이 여배우들의 집사가 되어 그녀들의 모든 소망을 들어준다! 신개념 리얼 판타지 버라이어티!"라고 하는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포맷이다. 케이블방송서 시즌7까지 달린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과 비슷하지 않나? '초절정 섹시녀 vs 응큼한 펫!' 이라던 그 방송에서 출연진만 여배우와 한류급 연예인으로 바꿔나오는 건 아닌지. 그런데 이거 추석 때 해보고 괜찮으면 쭉 가는 파일럿 프로그램인데, <나는 펫>이 은근 내세웠던 '선정성'을 어떻게 '로맨스'로 바꾸느냐가 관건. 그러고 보니 김재철 사장 케이블방송서 히트친 <슈퍼스타K>보고 '우리도 저런 거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던데 그래서 들어온 건 아니겠지? 물론 강조하거니와, 실상은 방송을 봐야 안다는 거!

■ SBS <환상의 스타커플 최강전> (22일 오후 6시 15분)
MBC <아나운서 사랑의 스튜디오> (21일 오전 11시)


이런 짝짓기 프로그램들, 명절마다 나오는 걸 보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재미있어 할지도 모른다'는 수준은 넘나보다. 프레시안에서도 신민아와 꼭 같은 여성을 기다리는 모 기자와 같은 낭만파는 재미있어 하며 본방 사수할지도. 그렇지만 이런 포맷은 <외국인 노래자랑>만큼이나 정말 예상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 솔직히 이런 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건 <일요일이 좋다-X맨> 때 아닌가. 말하자면 강호동과 유재석이 공동MC를 봤던 때 만큼이나 옛날 옛적이란 말이다. 그 이후 예능은 짝짓기를 넘어 출연자들 가상결혼까지 시키는 마당인데, 선남선녀들이 설레어하며 '사랑한다' 운운하는 건 아무래도 오글오글. 그리고 왜 이런 짝짓기 프로그램이 추석 특집으로 나오는 건지, 얼른 짝을 만나 결혼해 애낳고 살라는 것이 추석의 정신이라는 걸까? 역시 노총각 노처녀에게 추석은 무섭다.

추석 특집 편성표에 '한마디'

편성표 들여다보다 알게 된 단순한 사실, 추석 특집에도 각 방송사가 처한 환경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애정을 담아 꼬집어 보는 지상파 방송 편성표.

MBC '사장님의 취향?' <여배우의 집사>, <아이돌스타 트로트 청백전>, <2010 스타댄스 대격돌>, <리얼매치! 국가대표하이킥>… 이번 추석 MBC, 예능 프로그램 참 많이 뽑았다. <후플러스>, <김혜수의 W> 폐지안을 던져놓고 노사 공방협에도 나오지 않는 김재철 사장, '조인트' 걱정 없는 예능만 사랑하시나요. 그나저나 "방송의 독립성 못 지키면 저를 한강에 돌 매달아 버리세요"라던 그의 약속은 어디로?

SBS '특집보다 드라마 재방' SBS 추석 편성표, 드라마 투성이다. 연휴 내내 낮 시간대에는 이제까지 방송분을 6부로 줄인 <TV무비 자이언트>를 방송하고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도 재방, 저녁시간대 드라마 본방은 그대로 진행. 23일에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13,14회를 연속 방영한다. 실속파 SBS, 추석 때 드라마 시청률 한번 바짝 당겨보나요?

KBS 'MB 토크쇼 + α' '전통문화·소외계층을 생각하는 한가위'라고 내세웠지만 교양프로그램을 다수 편성한 1TV와 달리 2TV는 케이블방송에서 많이 나온 '추석 특선영화'와 <1박2일>, <남자의 자격>, <드라마스페셜> 재방송 등으로 쉽게 간 느낌. 먹다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 최고긴 한데, 혹시 '대통령 부부 토크쇼'만 믿고 있는 건 설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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