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욕설, 폭행, 인사비리…KBS, '충성경쟁'이 부른 자정기능 상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욕설, 폭행, 인사비리…KBS, '충성경쟁'이 부른 자정기능 상실

김인규 체제 10개월, 끝없는 추문…"창피하다"

한국방송(KBS)에서 잡음이 적지 않다. 바람 잘 날 없는 KBS지만 그간 방송의 편파성 논란으로 갈등이 일어온 것과는 또다른 양상이다. 최근의 논란은 KBS 기자의 폭언이나 내부의 폭행 사건, 안전관리팀의 비리 등 도덕성·윤리성의 문제를 따져물을 수 밖에 없는 분야에서 벌어졌다.

욕설, 폭행, 인사비리…끊이지 않는 추문

■ 가장 파문이 큰 것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있던 지난 13일 KBS의 모 기자가 김인규 사장을 상대로 날선 질의를 하던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논란이다. (☞ 관련기사 : 충성심인가 자존심인가…"KBS 기자 'X만한 새끼, 나오라 그래'" )

당시 회의장에 KBS 기자들이 카메라 기자 2명을 포함해 열 명 가량이 포진하고 있었던 것을 두고 최 의원이 "기자들을 사병처럼 부리냐"고 따지자, KBS 기자들이 격하게 반발하면서 민주당 보좌관 등과 실랑이가 벌여졌다.

최문순 의원실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KBS 모 기자가 상임위원장실에서 최 의원을 두고 욕설을 했으며 회의가 끝난 후 회의장 앞에서 '최문순 나오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밝혔다. 반면 KBS 기자들은 회의 직후 민주당 원내대표실에 몰려가 "보좌관이 기자에게 욕설을 할 수 있느냐"며 최문순 의원실 보좌관을 문제삼아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국회 문방위 국감 직후 KBS의 전 모 기자가 최문순 의원에게 항의하며 고성을 지르자 최 의원 보좌진을 비롯한 민주당 보좌진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문순 의원 블로그

■ KBS 내에서는 폭행 논란도 있다. KBS는 진종철 시청자권익보호국장이 회식 자리에서 부하직원을 폭행한 사건을 두고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디어스>가 "국장이 지난 6월 22일 본사 인근 회식 자리에서 부하직원 조모 팀장을 폭행했다"면서 "피해자인 조 씨는 눈 주변을 맞아 피까지 흘렸으며 인사발령으로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KBS 감사실은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나섰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KBS 새 노조, 본부장 엄경철)는 물론 KBS 구 노조도 '진상을 철저히 밝히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KBS 새 노조에 따르면 "형식적인 감사를 통해 보직을 그대로 맡긴 채 인사위원회를 열어 '경고' 수준의 형식적인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 할 것"으로 알려져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진종철 국장은 제10대 KBS 노조위원장으로 당시 '정연주 사장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김인규 사장 취임 후 시청자사업팀장을 거쳐 국장급인 시청자사업국장 직무대리에 임명됐다. KBS 새 노조는 "진종철 국장이 김인규 사장 체제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실세'라는 점에서 폭행사건을 은폐한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한편 KBS 안전관리팀의 인사비리 문제도 있다. KBS 안전관리팀 선임팀원(1급)인 최모 씨가 조카인 이모 씨를 특채한 것을 비롯해 팀내의 채용 비리가 만연하다는 사실이 KBS 감사를 통해 드러났으나 KBS가 '재감사'를 통해 대폭 축소했다는 의혹이다.

당초 KBS 감사실은 지난해 9월 경 3개월 간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안전관리팀의 △금품수수를 통한 채용 비리 △허위 수당 수령 △조직적 상납을 통한 금품수수 △화염병 투척 사건 조작 등 비리 혐의를 밝혀내 4명을 파면하고 10명을 인사조치하라는 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이 취임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역시 채용 비리 전력이 있는 이길영 전 보도본부장을 KBS 감사로 임명하면서 이 결과는 뒤집어졌다. KBS는 감사실 인원이 대폭 교체된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재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8일 최모 씨 한명에게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확정했다. 이에 최문순 의원은 "KBS가 안전관리팀의 비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의혹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디어행동은 13일 서울중앙지검에 KBS 안전관리팀 직원 최모 씨등 9명을 배임수재, 업무상 배임·횡령,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했다. 미디어행동은 "더이상 KBS 내에서의 해결 방법은 없다"며 "검찰은 KBS 안전관리팀의 비리혐의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법원은 엄정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인규 사장 출석에 기자들 따라가는 것 자체 문제"

이러한 잇단 추문은 KBS 내부의 도덕성 부족, 자정 기능 상실 등을 방증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KBS 내부의 지나친 충성경쟁 문제는 지난해 11월 김인규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 새 노조가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문제다. 또 폭행, 취업 비리 등 KBS 내의 문제를 감사해야 할 KBS 감사실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 내에서는 국회 출입기자의 욕설 파문을 두고 해당 기자를 두둔하는 여론과 비판하는 여론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KBS 기자를 '사병'이라고 비하한 최문순 의원에게 항의한 것일 뿐"이라는 항변과 "기자가 KBS의 사익을 대표하는 것처럼 맞선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 국회 문방위에 출석해 답변 중인 김인규 사장 ⓒ연합뉴스

KBS의 한 관계자는 "KBS를 대표해 국회에 출입하는 기자가 의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은 문제이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그보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문방위 전체회의에 사장이 나왔다고 기자들이 몰려가는 관행에 있다고 본다. 마치 KBS와 문방위가 대결하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간부 선에서는 지나치게 충성하려고 들 수 있지만 사장이 '최소한의 취재 인력 외에 나오지 말라'고 한마디만 했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었던 문제"라며 "어차피 대외협력팀도 이러한 업무를 위해 있는 조직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채용 비리' 감사가 채용 비리 솜방방이 감사"

안전관리팀의 인사 비리 문제나 진종철 시청자권익보호국장대리의 폭행 사건 등은 KBS 감사실의 문제와 직결된다. KBS 감사는 KBS 이사회가 제청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어 구조적으로는 KBS 경영진과는 독립된 기구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방통위가 이길영 감사를 임명하면서부터 '솜방망이 감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KBS 감사를 총괄하는 이길영 감사는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7월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비리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감사의 취임 당시부터 '채용 비리 감사'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셌고 KBS 새노조는 임명 취소소송을 내기도 했다. (☞ 관련기사 : 언론노조 KBS본부 "'비리 감사' 임명 취소해 달라" 소송 제기 )

KBS 새 노조의 한 관계자는 "안전관리팀의 채용 비리 문제는 누가 먼저 지적한 것이 아니라 감사실이 먼저 조사해 밝혀낸 것"이라며 "그런데도 감사실이 스스로의 조사결과를 축소하고 최소한의 징계 의견에 그친 것은 감사실이 유명무실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실세'로 불리는 진종철 국장대리의 폭행 사건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KBS 새 노조 관계자는 "감사실에서 징계 의견을 올리면 김인규 사장 등 경영진이 징계 결정을 내리는 구조에서 감사실의 솜방망이 징계 의견은 김 사장에게 면피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새 노조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의 처리는 KBS 내부의 자정능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KBS 내부는 법과 원칙보다는 주먹과 폭언이 난무하고 권력관계에 따라 야만적인 폭력이 아무런 제지 없이 용인되는 조직으로 인식된다면 정말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