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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경기 침체에 발목 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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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경기 침체에 발목 잡히다

[최진봉의 뷰파인더] 전세기 대절과 대통령 취재의 상관관계

지난 4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체코 프라하에서 만나 핵무기 감축 협정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냉전시대를 이끌었던 두 주역의 협상은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세계 각국의 뉴스 매체들은 이 사실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행사에 정작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동행하지 못했다. 백악관 출입 기자단 가운데 대표로 선발된 기자 12명만이 오바마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여 취재를 하고 취재내용을 백악관 출입 기자단에 제공했다.

최근까지 지난 수십 년간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 전세기를 이용해 동행 취재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대통령 행사 취재를 위한 전세기 대절이 급격히 줄어드는 실정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난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뉴스 매체들이 경비 절감을 이유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전세기 대절을 통한 대통령 행사 관련 취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대통령 동행 취재를 위한 전세기 대절이 뜸해지기 시작한 것은 부시 행정부 말기부터였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러한 양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결국 올해 3월부터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백악관 출입 기자단이 대통령 행사를 동행 취재하면서 지출한 비용은 약 18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백악관 출입 기자단이 전세기를 대절할 경우, 전세기에 탑승하는 1인당 가격은 국내선의 경우 약 2000 달러 수준이며, 해외 취재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수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비용이 소요되다 보니 뉴스 매체들이 대통령 행사 동행 취재를 위한 전세기 대절을 꺼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백악관 관련 뉴스는 미국 언론 매체들에게 단연 취재 우선순위1순위였다. 미국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수 많은 기자들이 떼를 지어 몰려 다니며 대통령 동정 하나하나를 살폈다. 하지만 지난 봄 기자를 25% 감원한 미국의 대표적인 공중파 방송사 ABC를 비롯해 <USA 투데이> 등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들이 경영난으로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취재 우선순위 1순위인 대통령과 백악관 관련 보도도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대통령 행사에 동행해서 취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대통령 관련 보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게 되어 국민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행사 동행 취재를 위한 전세기 대절이 어려워지면서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고육지책으로 마련했던 몇몇 기자들을 기자단 대표로 선발해서 취재를 하도록 하는 미디어 풀 제도가 제한적이고 편향적인 보도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몇몇 제한된 보도 매체로부터 뉴스가 생산되면서 보도내용이 왜곡되고 편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시청자나 독자들이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박탈당하게 된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뉴스 매체의 경영난으로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감칠맛 나는 뉴스를 시청자나 독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기침체에 휘청거리는 뉴스의 질, 언론을 시장 논리에 내 맡긴 미국 언론정책의 자업자득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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