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PD수첩> "청와대 관계자, '수심 6m' 강하게 밀어붙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PD수첩> "청와대 관계자, '수심 6m' 강하게 밀어붙여"

김재철 사장 결국 사전 시사…'영포회', '청와대 비밀팀' 표현은 삭제해

경영진의 지시로 지난 17일 한 차례 불방됐던 문화방송(MBC)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24일 밤 진통 끝에 전파를 탔다.

MBC는 23일 오전 본부장급 시사를 가진데 이어 방송 직전인 24일 밤 9시께 김재철 사장이 수정·보완된 프로그램을 본 뒤, 11시 15분께 방송을 내보냈다.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당초 17일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김재철 사장이 사전 시사를 요구해 제작진이 공정방송단체협약의 '국장책임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 결국 불방됐었다.

▲ 논란 끝에 24일 방영된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MBC

이날 방송에는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가 개입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이들 청와대 인사가 한반도 대운하의 수심과 같은 '수심 6m' 안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 이전부터 '청와대 비밀팀'이란 표현 때문에 정부의 거센 반발을 샀던 대목이 이날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

<PD수첩>에 따르면, 2008년 9월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4대강 사업의 기본 구상을 수립하기 위한 TF가 조직됐다. 여기에는 청와대 행정관 2명을 비롯해 국토해양부의 하천 담당 공무원이 소속돼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한 지 불과 3개월 지난 시점이었다.

TF의 부팀장은 2명의 청와대 인사 중 김모 행정관이 맡았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한반도대운하 TF에도 참여한 '운하 전문가'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청와대 인사인 김철문 행정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로, "TF에서 김철문 행정관의 발언은 곧 청와대의 뜻으로 해석됐다"고 <PD수첩>은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청와대 인사 2명이 TF에서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준비 단계'라고 평가되는 '수심 6m 확보' 안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PD수첩>은 "만약 6m 수심을 유지한다면 또 대운하를 하려한다는 반발이 일 것이 분명해, 청와대도 끝까지 관철시키기에는 부담이 있었다"며 "따라서 일단 소규모 정비 계획으로 가고 6m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MBC

다만 <PD수첩>은 방송 원본엔 포함돼 있던 '영포회', '청와대 비밀팀' 등의 용어를 이날 방송에서 삭제했다. 국토해양부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등 강한 반발을 샀던 이 표현을 '태스크포스' 등의 다른 용어로 대체한 것. 앞서 <PD수첩> 제작진은 표현을 교체해도 방송 내용의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논란이 된 용어를 수정·보완하라는 경영진의 지시를 수용했다.

'수심 6m의 비밀'…2m 수심, 6m가 되기까지

<PD수첩>은 2008년 12월 발표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초안과 이듬해 4월 발표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의 내용이 현저하게 바뀐 것에 대해 "사업 내용이 갑자기 바뀐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애초 소규모 하천정비 수준이었던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4개월 만에 대규모 사업으로 변모한 배경에 운하를 위한 '사전 작업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초안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4대강 사업의 핵심은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이 아니었다. 그러나 4개월 후에 발표된 마스터플랜은 애초의 계획과 확연히 달랐다. 1~2m 규모의 자연형 보 4개는 평균 높이 10m를 웃도는 대형 보 16개로 늘어났다. 준설량도 2억2000만㎥에서 남산의 11배 크기인 5억7000만㎥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무엇보다 2m 남짓에 가까웠던 수심이 4~6m로 깊어졌다. (☞관련 기사 : 결국 '대운하'인가?…"'수심 6m'는 운하의 상징")

이는 앞서 TF에 참여한 청와대 행정관이 여론을 고려해 '수심 6m'안을 차후로 미룬 것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개입으로 4대강 사업이 '운하 사업'으로 점차 변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프레시안

아울러 <PD수첩>은 대운하 추진 당시 설계됐던 낙동강의 수로 도면과 4대강 사업의 도면을 제시하며 "두 사업의 낙동강 물길이 비슷하게 겹친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지는 물길이 왜 대운하의 물길을 닮아가는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운하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사다리꼴 준설'이 4대강 사업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운하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 경남 창녕군 일대의 낙동강 물길. 운하를 위해 설계된 수로와 4대강 사업으로 정비되는 물길이 거의 비슷하게 겹쳐진다. ⓒMBC

현재 <PD수첩> 홈페이지에는 이날 보도 내용에 관한 의견을 비롯해 제작진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수백 건 이어지고 있다.

김재철 사장, 결국 사전 시사

한편, 이번 방송을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MBC 측이 방송 직전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24일 오후 담당 국장은 물론 관련 본부장들이 수정 대본을 검토했고, 심의부 심의위원이 두 차례 심의한 것은 물론, 8시55분 편집본이 완성된 이후 9시10분에는 김재철 사장이 결국 사전 시사를 했기 때문이다.

MBC는 "김재철 사장 등과 담당 국장, 담당 본부장 등 6명이 시사, 수정·보완 부분 확인, 방송 결정"이라고 밝혔다.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는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제작진과 노조가 맞섰지만 결국 김재철 사장의 의지가 관철된 것.

MBC 관계자는 "일반 신문사에서도 일부 족벌언론이 경영진이 편집권에 간섭해 문제가 생기듯이 언론적 기능을 봤을 때 방송사 뉴스룸도 경영과 편집의 분리는 필수"라며 "김재철 사장의 논리대로라면 방송사에서 언제든지 방송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생방송은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이날 방송에 앞서 "방영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반론이 보장되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방송 내용 중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될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정정 보도 요청 등 별도의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