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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국가 없는 국민으로 버려둘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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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언제까지 국가 없는 국민으로 버려둘건가?"

[기자의 눈] 민주노총을 찾는 사람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시절이 계속되고 있다. 보호받지 못한 국민은 국가가 아닌 다른 곳에 기대고 있다. 그곳은 인권단체나 노동단체 같은 사회단체가 되곤 한다. 때론 종교단체도 될 수 있겠다. 그곳에 의지하며 '희망'을 찾고자 하지만, 그곳 역시 온전한 '희망'을 주기는 어렵다.
  
  지난 한두 해 동안 민주노총을 찾아오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올라갈 정도는 아니다. 100명이 넘지 않은 조그마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찾아오는 이들은 대개 과거엔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몰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이들이 제 발로 민주노총을 찾아오는 이유는 자신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작지만 소소한 일까지 챙겨주는 곳이 우리 사회에 그렇게 많지 않은 탓이다.
  
  23일 만난 채희진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인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사내하청회사인 '우진산업'에서 시멘트 재료를 나르는 덤프트럭을 몰았지만 지금은 해고자 신세다. 올해 3월 노조를 만든 이후 회사가 폐업됐기 때문이다.
  
  채 씨는 해고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가슴 속 울분이 가시지 않은 듯 보였다. 그의 울분은 노조원 9명에 불과한 노조를 만든 이유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는 "세계 2위의 시멘트 생산 업체인 라파즈한라시멘트의 하청업체에서 밤낮없이 일하며 고작 13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밤낮없이 일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해 밤 12시에 마치는 경우는 보통이었다고 채 씨는 말했다. 작업량이 밀려들 때는 아침 8시에 출근해 그 다음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채 씨는 "월 평균 초과노동시간이 최소 150시간은 됐다"고 주장했다.
  
  채 씨는 "짐승처럼 부려먹는 것 같았다"고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윗사람에게 하소연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말은 "힘들면 관둬라. 공고 내면 이력서가 산더미 처럼 쌓인다"는 매몰찬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민주노총을 찾았고 노조를 만들게 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채 씨에게 '희망'까지 선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투쟁'은 함께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까지 보장해줄 만한 힘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채 씨와 그의 노조가 싸우고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도 번듯이 보태줄 형편이 못된다. 더구나 근래 들어 안팎의 문제들로 민주노총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원래 정글 같은 시장에서 낙오한 이들을 거두고 보살피는 몫은 국가에 있다. '정의'보다 '이윤'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시장의 비인간성을 보완하는 일도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방기하면 할수록 채희진 씨 같은 사람은 늘어간다.
  
  '양극화 해소'를 국가적 과제라며 대통령까지 나선 지 오래됐지만 귀가 솔깃할 만한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산시키는 법안을 내놓았다'거나 '한미FTA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이냐?'는 노동사회단체들의 볼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앞으로도 채희진 씨는 '버려진 국민'으로 살아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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