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결방 사태로 MBC '폭풍전야'

"'4대강'이 김재철 본질 드러냈다" vs "사전 시사 없이 방송 없다"

문화방송(MBC) <PD수첩> '4대강 , 수심 6m의 비밀' 편이 불방된 여파로 MBC 안팎이 들끓고 있다.

MBC는 17일 밤 11시 15분 '4대강 사업의 뒤에 청와대 비밀팀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김재철 사장의 '방송보류' 결정으로 결방됐다. 이날 방송은 <VJ특급,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MB정부 아킬레스건이 김재철 한계 드러냈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18일 오전 김재철 사장이 출근할 때 피케팅 시위를 벌인데 이어 정오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 중이다.

MBC노조는 18일 발행한 비상대책위원회 특보에서 "<PD수첩>이 20년 만에 사장 지시로 불방됐다"며 "MB정권의 아킬레스 건인 '4대강'이 결국 김재철 사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MBC노조는 "사장 선임 직후 '정권과 방문진에 맞서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던 김 사장의 호언장담은 <PD수첩> 불방이라는 충격적인 사태와 함께 '공허한 말장난'임이 입증됐다"며 "전례없는 '사전시사' 요구는 결국 정권에 민감한 사안에 대한 명백한 '사전검열'시도이며 <PD수첩> 불방은 제작 자율성과 방송 독립성을 훼손하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MBC PD협회도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MBC는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을 관련 국, 실장에게 부여하는 '국장책임제'를 통해 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하기로 노사간 합의했고 이를 존중해 왔다"며 "그럼에도 경영진이 방송을 사전에 검열하려는 것은 권력과 사회 부조리를 감시, 비판해야 할 공기로서의 언론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왼쪽)과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 ⓒ언론노보

시민사회단체 "도대체 4대강 사업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전국언론노조와 민주노총, 언론연대,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을 규탄했다.

이들은 "도대체 4대강 사업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이렇게까지 <PD수첩> 방영을 두려워하는 것인가"라며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방송 3시간 전에 아무 근거 없는 '방송 보류' 결정을 내리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PD수첩>을 막는다고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언제까지나 은폐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PD수첩> 방송을 막으려 들면 들수록 4대강 사업의 의혹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법원에서 기각했음에도 방송이 나가지 못한 전례가 이제까지 없다"며 "기각되었음에도 강제 불방시킨 것은 정권 차원의 외압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이는 언론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다.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저녁 MBC 사옥 앞에서 촛불시위를 열 예정이기도 하다.

사측 "사전 시사 없이는 방송 불가"

MBC 사측도 '회사 특보'를 발행하며 전면 대응하고 있다. MBC 사측은 "법원에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과 회사가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고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사전 시사를 요청한 것은 시청자의 신뢰를 지키고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MBC 사측은 "내일이라도 사실부분과 관련된 의혹이 해소되고 프로그램으로서 방송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PD수첩>은 다음 주라도 방송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시사'를 방송 조건으로 걸었다.

이에 따라 <PD수첩> '4대강의 비밀' 편이 방송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MBC 노조가 낸 특보에 따르면 조중현 TV제작본부장은 "사측은 이사회 시사 후 방송 여부를 최종결정한다는 것"이라며 "임원진 시사 없이는 방송이 불가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훈, 김제동 "<PD수첩> 결방이라니"

<PD수첩> 결방 사태가 알려지자 트위터는 결방 속보를 빠르게 전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연예인들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MBC <PD수첩> 결방 사태에 유감을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박중훈 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MBC <PD수첩> 보려고 했는데 결방된단다"라며 "결방이라, 결국 방송된다는 얘긴가?!"라며 냉소적인 글을 남겼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사랑에 눈이 멀면 아름다운 일이 생기고 권력에 눈이 멀면 더러운 일이 생깁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무엇을 보아야 하고 무엇에 눈을 감아야 합니까 술잔이 무거운 밤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