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엄마 아빠는 봉?①] "보육료 지원은 남 이야기, 도대체 누가 받는거야?"-말 뿐인 '무상 보육' 실현은 언제? |
한국에서 일하는 엄마가 갓난아기(0세 아이)를 자기 손으로 키울 수 있을까? 3개월의 출산휴가가 끝나면 아이는 채 백일이 되지 않는다. 육아 휴직을 쓰지 못해 직장으로 돌아가는 엄마는 갓난 아이를 품에서 떼어놓아야 한다. 양가 부모, 친척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으면 다행인 경우다. 그렇지 않은 맞벌이 부부는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둘 것이냐,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거나 영아 전담 어린이집에 맡길 것이냐 등의 고민에 부닥치게 된다.
갓난 아기 엄마, 직장을 다니기 위해 월급 이상을 쓴다
목돈은 엄마가 3개월의 출산휴가가 끝난 후 직장으로 복귀하는 때에 들어간다. 1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거나 양가 부모나 친척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으면 다행인 경우다. 그렇지 않은 맞벌이 부부는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둘 것이냐 , 베이비시터나 영아전담 어린이집에 맡길 것이냐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정노영(가명) 씨는 출산휴가 직후 직장에 복귀하면서 베이비시터를 고용했다. 그는 "양가 부모님 모두 아이를 봐줄 형편은 안 되고 해서 결국 베이비시터를 쓰기로 했다"며 "괜찮은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비용인데 최악의 경우 월급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회사는 계속 다니기로 남편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월급이 200만 원 가량인 정 씨에게 베이비시터는 쉬운 선택은 아니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입주 베이비시터의 경우 한국인은 월 150만~170만 원, 중국이나 동남아 출신 베이비시터는 월 130만 원 가량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까지 등 출근 시간대에 아이를 봐주는 베이비시터는 100만~120만 원 가량을 받는다. 베이비시터의 점심값은 별도인 경우도 많다.
교통비, 식대 등 정 씨가 출퇴근 하는데 필요한 고정 비용을 생각하면 회사를 다니는 것이 오히려 적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 씨는 "재취업 때 어려울 것을 생각하면 일단 좀 어렵더라도 회사에서 버티는 게 낫다"고 말했다.
▲ 3개월 출산 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돌아가야 하는 워킹맘은 갓난아기를 어떻게 돌볼 것이냐는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양가 부모나 친척에게 부탁할 수 없고 육아휴직도 쓸 수 없는 부모는 베이비시터나 영아전담 어린이집 등 고비용의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뉴시스 |
비용 면에서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영아 전담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100일이 갓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는 불안감이나 잔병치레 등의 걱정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가장 큰 문제는 36개월 이하 아이만 돌보는 영아 전담 어린이집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만 해도 영아 전담 어린이집은 각 구 별로 1~3개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출산을 석 달 앞둔 유채원(가명) 씨는 "아무래도 큰 애들과 같이 있는 곳보다는 영아 전담이 나을 것 같아 찾아보고 있는데 영아전담 어린이집은 구 단위로 봐도 손에 꼽는다"면서 "공립은 대기자가 100명까지 몰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양가 부모나 친척이 아이를 봐준다고 해도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정 금액의 돈을 드린다. 마포구에 사는 김영하 씨는 주중에는 친정 엄마가 아이를 맡아 돌봤다. 친정 엄마도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아이를 봐주는 베이비시터를 70만 원을 주고 따로 고용했다. 그는 시터 월급과 육아비용, 용돈조로 150만 원을 드렸다. 역시 출근시간동안 아이를 맡기는 문정남 씨도 50만 원 가량을 아이를 봐주는 장모께 드린다.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월 50만 원으로 어떻게 사나
'1세 미만 영아를 어디다 맡길 것이냐'라는 맞벌이 부부의 고민은 사실 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있다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현재 법령에는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1년 이내의 휴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에서 육아휴직은 꿈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유채원 씨는 "선배들을 보면 간혹 6개월 정도 육아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는 있지만 1년 정도 육아 휴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 회사에서 받을 불이익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상에는 노동자가 신청한 육아휴직을 거부하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로서는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 회사 분위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돈의 문제도 크다. 육아휴직을 하면 고용보험으로 지급되는 휴직 급여는 월 5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게 소득을 대체할만한 급여가 되지 못하는 것. 2006년 기준 월 통상임금이 187만 원으로 조사된 것에 비교해서도 채 30%가 안 되는 금액이다. 아이를 낳아 써야할 비용은 늘었는데 수입은 턱없이 줄어드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보육 선진국은 다르다. 출산 정책에 성공한 프랑스의 경우 직장을 가진 엄마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의 산전후 출산 휴가는 16주 동안 가능하고 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100%에 달한다.
생후 3개월부터 3세 미만의 아이들은 공동 육아시설 '크라시(어린이집)'에서 맡아준다. 크라시는 공립 크라시, 부모들의 협조로 꾸리는 자발적 크라시, 사립 크라시 등으로 나뉘는데 공사립 모두 국가 지원을 받기 때문에 가정의 보육비 부담은 낮은 편이다. 또한 3∼5세 아이들은 1백 퍼센트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유치원에 다닌다. 또한 육아 휴직이 3년 동안 가능한데, 무급 휴직 기간에도 양육수당 536유로(약 80만 원)가 지급된다.
스웨덴의 경우도 휴직 급여는 소득의 약 80% 수준이다. 출산 휴가는 출산 전후 각 7주 간 사용이 가능하고 육아 휴직은 부모 합계 480일 간이다. 이중 2달은 아버지의 사용이 의무화 되어 있다.
'아이 돌보미 서비스'는 예산 없어 중단
이상이 제주대 교수가 편저한 책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에서는 "우리나라의 육아 문화에 맞도록 0세아를 위한 가정 내 보육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생 후 만 1년 이내에는 아이를 밖에 잘 내보내지 않는 한국 육아문화의 특성이 있고 스웨덴 등에서도 실제로도 0세아는 1년 동안 부모가 집에서 키울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출산 이후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을 하는 약 12개월의 기간 중 전반기 6개월은 산모 도우미를 파견하고 후반기 6개월은 보육교사를 파견해주는 사업'을 제안한다. 육아휴직은 물론 산모 도우미를 파견해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주는데 더해 산모들에게 아이를 기르는 법까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0세(3개월)~만 12세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수 있는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해 민간 베이비시터를 이용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서비스는 소득수준에 따라 가, 나, 다형으로 나눠 가형은 시간당 1000원, 나형은 4000원, 다형은 6000원을 내고 나머지 비용은 정부가 보전하는 식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정부가 올해 지난해보다 71억 원이 삭감된 153억 원을 예산으로 책정하면서 거의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월 이용 시간도 80시간(연간 960시간)에서 올해 40시간(연간 480시간)으로 줄었고, 저소득층인 가형 지원금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세우면서도 그나마 한정적으로 제공됐던 '가정 내 보육' 서비스도 중단된 지경인 셈이다.
1994년 합계출산율이 1.66명 까지 떨어졌다 2008년 출산율을 2.02명 까지 끌어올린 프랑스는 GDP의 3.79%를 출산·보육에 쏟아 부었다. 우리나라는? 0.2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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